특별기획
교회체제개혁 총론 (12)
4. 결론
지금까지 교회의 교육 개혁 및 체제 개혁에 대한 원리와 실제 등에 대해 언급했다. 지상 교회는 완전할 수는 없으나 완전한 목표를 향해 계속 설립되며 성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서 약속대로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어 자신의 몸 된 신약 교회를 창립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 끝날까지 함께 교통하며 보호해 주실 뿐만 아니라 최후에 승리할 것을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다만 교회가 계속 설립되어 자라는 동안 어두운 날과 형통한 날을 겸하여 주셔서 많은 시련을 통해 견고케 하시는 섭리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현대 개신교의 현실은 더 나은 성숙한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임이 확실하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개혁의 제1 원리인 ‘성경권위’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줄기차게 달려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개신교의 현실은 성경권위를 확신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이는 ‘성경권위’라는 슬로건은 참으로 좋았으나, 깨달은 바 그 실상이 너무 부실했다는 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곧 성경에 대한 총체적인 뜻을 구체적으로 깨달아 알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알고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편식으로 영양 결핍증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미숙아처럼 자라게 된 것이다. 이렇게 부실하게 설립되는 교회는 크게 자랄수록 무너질 위험성만 높아져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개신교는 서구 교회를 비롯한 한국 교회가 퇴락하는 실제 상황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 새롭게 태어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보혜사 성령의 교통하심에 따라 교회 지체들의 지각을 열어 권위 있는 성경에서 지혜를 얻게 하실 것이 분명하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본래의 실상(實像)에 대해 밝혀주고 있다. 따라서 성경에 계시된 교회의 실상은 여러 가지로 언급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대표적인 몇 가지 조항만을 정리함으로써 본서의 최종 결론을 맺고자 한다.
1) 교회는 그리스도의 나라다
지상 교회는 하나님께서 창세로부터 창립하신 우주적인 영원한 나라를 피조 세계에 계시하시는 그리스도의 나라다. 곧 교회는 하나님께서 독생자에게 기업으로 상속해서 통치하도록 물려주신 나라다. 하나님께서는 창세로부터 작정하신 뜻에 따라 영원한 나라를 창립하셨다. 그리고 그 나라를 외아들 그리스도에게 영원한 기업으로 상속해 주셨다. 따라서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가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그리스도의 영원한 나라가 피조 세계에 계시되는 것이 바로 지상에 설립되는 교회다.
하나님께서는 첫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셔서 에덴동산에 처음으로 예표로서의 ‘부부교회’를 창립하셨다. 그리고 아담 타락 후 홍수 심판 때에 노아 가족으로 하여금 방주를 짓게 하여 ‘가족교회’를 설립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출애굽 시대에 ‘광야교회’ 및 다윗 왕국 시대에 이스라엘 ‘민족교회’를 설립하셨다. 이는 둘째 아담이신 그리스도의 나라인 지상의 ‘만국교회’를 세워주실 것을 언약하시는 역사 섭리였다. 따라서 구약시대 교회들이 예표와 모형적인 것이라면, 신약시대 교회는 예표와 모형에 대한 실체적인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약시대 지상에 설립되는 그리스도의 몸 된 ‘만민교회’는 영원한 그리스도의 신령한 나라가 계시되는 실체적인 교회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현재 계시되고 있는 소위 유형교회는 인위적인 정치적 조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성경을 깊이 깨닫지 못해 아직 어린 아이의 일을 버리지 못한 미숙한 상태의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단의 역사로 신령한 유기체를 본질로 하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와 전혀 무관하게 세워질 수 있는 가능성도 많다. 이는 진리를 믿지 않고 불의를 좋아하는 자들의 거짓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형식적으로 교회 기능을 외관만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 교회들이 얼마든지 세워질 수 있다. 곧 인간이 교회를 빙자해서 폐습에 따라 설립한 정치 집단이나 다름없는 형식적인 교회가 세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령한 유기체인 교회와 유관하게 세워지는 교회조차도 어린 상태에서는 인위적인 정치적 조직 교회로 변질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지상에 있는 그리스도의 나라는 하나님의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해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가는 신령한 교회다. 다만 영적으로 유기체를 이룬 그리스도의 지체들이 아직 육체를 완전히 벗지 못하고 있어 외형적인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서구신학에서 교회를 무형교회와 유형교회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영원한 나라가 피조 세계에 시간차(時間差)를 두고 계시되는 현상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창세전에 택함을 받은 자들 중에는 과거에 자기 시대에 계시된 지상 교회의 지체로 살다가 이미 잠든 성도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현재 계시되고 있는 지상 교회의 지체로 살고 있는 성도들도 있다. 그리고 장차 계시될 지상 교회의 지체로 세상에 태어날 성도들도 남아있다. 이들 모두가 사실은 시간과 공간 및 형상을 내재적으로 초월한 근원적인 영원한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신령한 나라 백성이며 성도들이다.
결국 영원한 그리스도의 나라는 물론 피조 세계에 계시되는 신약교회도 모두 그리스도께서 홀로 주관하며 통치하시는 나라다. 그것은 영원한 그리스도의 나라를 현실 세계에 계시하신 것이 지상의 교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몸 된 신령한 교회는 온 세상에 흩어져 있는 많은 지체들이 진리로 일체를 이루어 오직 하나의 교회로 세워진다. 이는 교회의 머리가 그리스도 한 분이시므로 몸도 당연히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어느 누구도 절대로 인위적 방법으로 교회를 세워서 정치적으로 주관하거나 통치하는 우두머리가 될 수 없다. 혹여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정치적으로 주관하거나 통치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그리스도의 나라를 찬탈하는 폭행자이며 불법한 자들이다. 만왕의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기업으로 받으신 영원한 나라를 누구에게도 빼앗기는 일이 있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2) 교회는 성령으로 다스린다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서 약속대로 보혜사 성령을 보내어 세상 끝날까지 교회와 함께 교통하도록 하셨다. 그리고 보혜사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성경 말씀에 의해 교회를 인도하며 다스리신다. 곧 그리스도께서 성경을 통한 성령의 교통하심을 따라 교회가 지니고 있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스리신다. 다시 말하면 성도들로 하여금 받은 은사를 실행함으로 성령의 열매를 풍성히 맺도록 인도하여 다스리신다. 초대교회 당시 사도들이나 집사들에게 성령의 능력과 지혜를 주어 받은 사명을 감당하게 하셨다. 사도 베드로를 비롯한 다른 사도들로 하여금 예루살렘 및 유다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여 신약 교회를 창립하게 하셨다. 그리고 집사들을 세워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게도 하시고, 복음을 각 지역에 널리 전파할 수 있도록 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바울을 사도로 세워 이방 지역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게 하여 교회를 설립하도록 하셨다. 이렇게 복음 진리를 통한 성령의 능력으로 초대교회가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다스리신 것이다.
지금도 만왕의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약속대로 성령의 능력으로 만방에 복음이 전파되게 하시고 교회가 설립되도록 다스리신다. 북한의 지하교회를 비롯한 중국이나 인도 또는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 등지로 복음이 전파되어 교회가 설립되도록 다스리시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떤 선교 단체나 개인이 복음을 전하여 교회를 세우는 것 같으나, 사실은 그리스도께서 성령의 능력으로 이미 약속하신 바를 이루시는 섭리다. 그리스도께서 성령의 교통하심을 따라 선교 단체나 개인에게 심령에 감동을 주어 받은 은사대로 선교 사역을 하도록 인도하신다. 물론 성령의 역사가 아닌 사단의 역사로 이루어지는 거짓된 선교 행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성도가 성령의 교통하심을 따라 다스림을 받지 아니하면 모든 일을 자기 육체의 소욕대로 행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신약 교회는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서 철저히 성령의 교통하심을 통해 다스리시는 신령한 유기체다.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서 성도인 지체들이 견고히 자라 결실할 수 있도록 성령의 교통하심을 통해 다스리시는 것이다. 곧 창세전에 택함을 받은 자들을 정하신 때에 부르셔서 말씀으로 거듭나도록 하신다. 그리고 거듭나 하나님의 자녀가 된 그들을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들로 삼아주신다. 그리고 보혜사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은사를 실행하는 생활로 산 제사 곧 영적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철저히 다스려주시는 것이다.
만주의 주가 되시는 그리스도께서 성령의 교통하심을 따라 다스리는 순수한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올바르게 가르침으로 시작된다. 곧 성도들이 보혜사 성령의 감화로 지각에까지 새로워져 성경을 올바르게 깨닫도록 인도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신다. 또한 신령한 영혼의 양식인 성경 말씀에 의해 속사람이 날로 성장하도록 양육해주신다. 그리하여 성도들이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하나님의 선하신 뜻대로 열심히 살아가도록 다스리신다. 그리고 견고하게 성장한 믿음의 행위로 은사를 실행하는 생활을 하도록 인도하신다. 따라서 목사나 감독이 그리스도의 나라인 교회를 주관하거나 다스리는 행위는 그리스도의 권세를 찬탈하는 배역 행위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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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용기 원로연구원 (성경신학학술원,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명예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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