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14-12-28 18:5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스토리텔링의 시대


# 교사가 되어 첫발을 디딘 학교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들 중 일부를 조직하여 ‘사씨네’라는 영화동호회를 만들었다. 처녀·총각들이었으니 모이는 것이 좋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았다. 체계적인 유지 차원에서 회지가 필요했고 각종 영화소개 및 영화기법, 감상문 등을 실었다. 주변 교사들에게도 배포하였으니 꽤 진지한 모임이었다. 무엇보다 영화감상 후 자기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묶어 펼쳐놓고 나눈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 얼마 전 집사람이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과거 받았던 내 편지들을 읽었노라고 했다. 잊고 있었다, 그 편지가 있었다는 것을. 주로 대학 시절에 받은 것이었으며 일부는 고교 시절 대만 친구와의 펜팔 편지였다. 박스에 담아놓았고 양도 꽤 된다. 이사를 자주 다니면서 없앨까도 했지만 살아온 삶의 흔적이라서 50줄이 되면 읽어보겠노라며 테이프로 봉했고 분주한 생활 속에서 잊고 있던 터였다. 집사람은 창고 깊이 처박혀 있는 박스가 궁금했고 열어본 것이었다. 참 많이도 썼고 많이도 받았다. 그 편지는 그냥 편지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로 가득하며 인생을 고찰하는데 중요 자료다. 

# 최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 대한 관심이 여러 방면에서 높아지고 있으며 그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story)’와 ‘말하기(telling)’의 합성어로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행위다. 그런즉 스토리텔링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우리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제구실을 할 수 있다. 교육에서도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기법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소통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어렸을 적 할머니나 부모님으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들을 때 귀를 쫑긋 세우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장면을 상상해보라. 스토리텔링이 수업이나 학생지도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까닭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의 초등수학의 경우 단원의 시작은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한다. 단원의 시작은 그림배경만 있고 들려줄 이야기는 교사의 몫이다. 주어진 이야기를 들려주고 교사는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배울 내용과 연계시켜 흥미를 유발한다. 기성세대에게는 교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으로서 낯설게 보이겠지만 융합이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수긍할 문제다. 최근에는 자기주도적 스토리텔링이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서 스스로 학습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는 수동적인 학습에 비해 능동적인 학습이 효과적이라는 상식에 기인한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지식습득인 시대는 지났으며 즐거움을 통해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는 전제다. 학생들은 스토리텔링을 창작하면서 상상력을 즐길 수 있고 스토리텔링의 과정을 통해 소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학습에 대한 신선함으로 공부에 대한 시선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또한 비고츠키(Vygotsky)가 강조했던 사항, 즉 언어가 인지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지적 능력의 발달은 덤이다.

# 스토리텔링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그것은 생활이었다. 단지 인식하지 못했고 유용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지식이란 것이 외부에 있고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던 시절이니 개개인의 사소한 것들은 관심 밖이었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의 관심도 넓어졌다. 거시세계에 대한 고찰에서 미시세계로의 접근은 시대적 트렌드다. 그러하니 소소한 개인사도 논문의 주제가 된지 오래다. 

# 나는 국내 굴지의 영화체인의 VVIP다. 영화는 다양한 삶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내러티브에 숨겨진 진실을 보게 한다. 사람들의 질적 측면에 관심이 많았으니 영화가 눈 안에 들어온 것은 당연했다. 질적 연구를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 사람들 간의 갈등은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고 오해는 서로의 이야기를 새겨듣지 않는데서 온다. 마찬가지로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은 부모가 자녀들의 이야기를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는 데 있다. 사소한 이야기에도 자녀의 철학과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캐치하는 것이 지혜로운 부모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경기교육의 줄기와 뿌리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