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라이프

 
작성일 : 16-09-25 12:1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기다리는 마음


성도들을 만나는 것처럼 즐거운 것이 없다. 일요일 아침, 9시 50분 강론을 듣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다. 길가의 코스모스가 마치 예쁜 소녀들이 군무를 추는 것 같이 예쁘다. 요사이 바깥출입이 뜸했던 터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심상치 않다. 가을은 가난한 친정보다 낫다는 말처럼, 들녘을 보노라니 풍요로움에 기분이 좋아진다.

딸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교회를 자주 못 가는 것이 이제 다반사가 되었다. 그러나 딸에게 하나님께서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을 주셔서 다섯 살 서윤이와 함께 갈 수 있게 한 것은 큰 복이요 선물이며 감사가 넘친다. 교회가 아니면 가정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그래서 어미로서 곁에서 부축해 주고 싶고 말씀으로 양육을 잘 받아 신앙으로 무장될 때를 기다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래서일까, 예전 같지 않은 교회 분위기를 느끼면서 여간 조심스럽다. 하나님이 알아서 주관하신다고 믿는 것이 신앙이지만 아직은 어린아이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 모난 성격이 아니어서 말없이 적응을 잘하는구나 했는데 오늘은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하면서, 교회가 잔디밭도 넓고 정말 아름다운데 왜 공기도 안 좋은 지하실에서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나는 망설임 없이 학교 같은 교회라 신앙의 차이에 따라 분반 공부하는 교실이라 설명을 했지만, 왠지 씁쓸하다.
분반 공부가 끝나고 딸과 다섯 살 서윤이는 어린이 공부방으로 가고 나는 경건회 참석을 위해서 자리를 옮겼다. 주보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경건회라는 단어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1부 오전 예배, 2부 오후 찬양예배라고 적혀 있다. 체제개혁 이전과 똑같다. 나는 순간 체제개혁을 하게 하신 하나님을 무색하게, KTX보다 빠르게 종착역이 어딘지 모르고 탑승자를 무시한 채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기분이었다.
이 또한 하나님 좋으신 대로 정하신 뜻을 이루어 가는 섭리일까?
가르치는 자는 그 일에만 전념하면 되지만 성도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순간 내가 그럴 일도 아닌데 자족하는 자신에 대해 욕지기가 날 것 같았다. 예배라고 하는 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으로 나왔다. 마침 손녀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곧장 집으로 오는데 무 캐 먹다 들킨 사람처럼 딸에게 무안스러웠다.

제일 괴로운 것은 양심을 속이는 일이다. 교회 문제로 인한 불만에서 내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우면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신호이다. 숨을 고른 뒤 정말 매사 여호와를 인정하며, 여호와 중심의 성경신학이 내 삶의 에너지가 되고 있는가?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절실하지 않던가?
오늘이 있기까지 나는 말씀운동과 30여 년을 같이 했다. 사도바울이 디모데에게 “네가 누구에게서 배웠는지를 알라.”하신 말씀을 잊지 않고 있다. 박 목사님을 만나 성경을 배우게 되었고 나는 날마다 테이프을 통해 말씀을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었다. 성경신학이 얼마나 무게 있는 가치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이유를 불문하고 하나님께서 은혜로 죄 많고 허물 많은 나 같은 죄인을 사랑한다는 말씀이 너무 놀랍고 기뻐서 감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광주지역에 테이프을 통해 말씀이 전해지기 시작했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교제하며, 말씀운동이 활발해질 때 산수서광교회가 세워졌다. 그리고 목사님이 오시게 되면서 당회가 조직되었다. 당회라고 해야 목사님 한 분뿐이었고, 장로 일하는 사람이 없어서 부족한 나에게 교회재정과 회계가 번갈아 가며 맡겨졌다. 그 일을 하면서 목사님과 부딪히게 되었으며, 결국 참지 못하고 교회를 들락거리게 했다.
그렇지만 말씀은 계속해서 공급되었고, 살아 움직이며 확고해진 성경신학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 했다. 하나님께서는 다른 지역에 말씀운동 교회가 세워지게 했고 나는 그곳으로 옮겼다. 따라서 이사까지 했다. 그렇지만 말씀의 분별력은 목사와의 충돌이었고, 견딜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체제개혁이 시작되었다. 나는 목사가 계셨다면 옮길 생각을 안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목사가 안 계시는 산수서광교회로 다시 가게 했다. 그리고 불안전한 지상교회, 말씀운동 교회가 무너져 내린 것을 두 눈으로 보게 했다. 하나님은 살아 계셨고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이 하신다고 인정하게 했다. 하나님께서는 목사의 권한과 목사의 대단한 권력을 경험하게 했다. 결과는 성도들에게 불편한 관계로 돌아온다는 것을 체험하게 했다. 그렇지만 성경을 바르게 구조적으로 배워서 깨닫게만 된다면 가슴을 후벼 파는 설움도, 아픔도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 성경진리라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게 했다. 모든 되어지는 일들이 나를 나 되게 하려는 하나님의 의도이고 하나님 뜻 따라 살 수밖에 없는 피조물이라는 주제 파악을 하게 했다.

육체의 소욕을 강하게 해서 단합이 깨어지게 하고 일치되지 않게 하는 것도 탕자가 아버지의 집을 떠나 깨닫고 돌아오게 하듯이 교회 상황이 어떠할지라도 화해하게 하고 협력하게 하여 견고한 신앙이 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배우지 않았던가? 아직도 육성을 가지고 있어 불의하고 실수 많은 나를 본다. 그러나 머리 되신 그리스도에게만 붙어있게 되면 건덕은 저절로 세워가게 하리라 믿어진다. 그리고 먼저 교회를 위해서 땀 흘리고 애쓰고 하시던 어른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 무례히 행하게 하는 것이고, 그런 마음을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믿기 어려워도 믿어야 편하다. 설령 나를 헐뜯고 비난하고 미움을 받든, 오해를 받든 참고 기다리는 것이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올바른 자태라 하니 세상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성경신학은 없다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하지 않았던가?

내 것이 무너질 때 괴롭다. 그러나 지혜로운 자는 피하지 않고 겪어야 한다. 사도 바울로 하여금 쓰게 한 사랑과 감동이 숨 쉬는 작문의 편지를 읽으면서 깊은 깨달음으로 하나님 앞에 겸손한 자세로 찬양하며 살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밤이 너무 어둡다. 쉽게 잠이 들 것 같지 않다. 언제쯤 아침 해가 뜨려나!!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광주 산수서광교회 권사 강미정

당신 곁에서
이사 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