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본주의 정치
일찍이 아브라함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 말은 민주정부를 가장 잘 묘사한 것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에 비하여 전제주의 국가는 “국가의,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정부”를 주장한다. 그것은 가장 쉽고, 가장 야만스러운 통치형태라는 독제체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정치체제는 무엇인가? 기독교는 전자도 후자도 아니다. 기독교는 오직 만물의 기원과 존속과 마침이 되시는 하나님 중심의 체제이다(롬11:36). 즉 신본주의 정치체제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신본주의 정체란 무엇인가? 그것은 두 가지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말이다.
1. 신본주의란 계율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의 반영에 있다.
신본주의라 하였을 때 시시콜콜 규칙 하나하나를 따지며, 그 규칙에 노예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규칙은 총회정치를 위한 안내의 역할을 해야지, 지배자의 역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신본주의 정치란 성령 안에서 자유적 성질이 그 본래적인 양상이기 때문이다. 즉 그 규칙이 갖는 혼이 무엇인가? 그 규칙 안에서 추구해야 할 정신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법을 초월하여 독단적으로 행하라는 말이 아니다. 법은 가장 엄격한 의미로 준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법을 운용함에 그 법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그 법을 가장 잘 지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본주의란 편협한 신본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총회장 선거에 “갑”과 “을”이 경선이 되어 “갑”이 당선되고 “을”이 낙선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에 “갑”이 당선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고 “을”이 낙선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을”에게 투표한 회원은 모두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하나님의 반대편에 선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다. 당선자로 하여금 그만큼 상대방을 배려하도록 하는 하나님의 뜻이 거기 나타난 것이다.
그렇지만 편협한 신본주의는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진정한 신본주의 정치란 만일 하나님께서 다스리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인가? 성경계시의 중심주제인 하나님나라 건설이라는 큰 목적을 위하여 하나님께서는 이 총회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실 것인가?
이렇게 하나님의 통치를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 신본주의 정치이다. 그것은 회원이나 임원이 하나 같이 하나님 눈앞에서, 하나님을 위하여 법을 집행하고 법을 준종하는, 진실로 최고급 정치 형태이다.
2. ‘아디아포라’(양자가택:兩者可擇)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신본주의라고 하여서 무조건 하나님의 절대적인 뜻만을 추구한다는 것이 아니다. 성경에는 아디아포라라는 상황이 있다. 엄격한 의미로 교회정치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그 아디아포라 상황이다.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거나 모두 하나님의 뜻 가운데서 선택 가능한 사항들, 이것이 교회정치에서 다루는 주제라는 말이다.
성경의 사례대로 우상의 제물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자의 양심의 강약을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을 먹거나 먹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으로 죄로 정하지 않는다. 양심이 강한 자는 우상의 제물을 먹는다. 그는 우상을 ‘아무 것도 아닌 것’(nothing)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심이 약한 자는 먹지 못한다. 우상을 ‘대단한 것’(something)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행위 자체로 선악을 말할 수 없다.
이것이 아디아포라이다. 물론 각자의 선택이 연약한 형제의 양심에 짐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경우에는 그의 걸림이 내 죄가 된다. 그러한 의미로 각자의 양심은 타자의 소유이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교회를 건축하는 데 길 이편에다 지을 것인가? 저편에다 지을 것인가? 그 가운데 어느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하나님의 뜻을 어기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이 아디아포라이며 교회 정치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다루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양자가 모두 포괄적으로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는 것이므로 그것도 신본주의임에 틀림없다. 총회의 달이 다가왔다. 교회정치의 신본주의의 원리를 바로 파악하고 바로 시행하는 훌륭한 총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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