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로님께
“신령한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거든요.”
장로님!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고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10여 년이 흘렀어요. 병원 침대에서 마지막 잠이 드실 때, 옆에서 ‘아빠!~ 수고했어. 수고했어. 아빠!~’하며 목 놓아 울던 아들의 울음소리가 내 귓전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어 눈시울이 내려앉고 몸의 진액이 눈망울을 흠뻑 적시네요. 너무 황당했기에 유족들 위로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니 나를 가르치소서. 어찌해야 좋을지 나를 가르치소서.’라고 반복해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었답니다. 아직 어린 딸과 아들 그리고 젊은 아내인 권사님을 남겨두고 홀연히 떠나셨으니…. 그리고 경영하시던 가업은 물론 신문사를 비롯해 재단법인 사역과 세계 선교사역 등을 모두 뒤로 남겨둔 채, 하나님 품에 안기려고 홀연히 떠나셨기 때문이죠. 그동안 여러 사역에 지쳐 잠드신 몸이 운구차에 실려 장지로 향하던 날, 동행하던 승용차 안에서 젊은 장로님에게 너무 당혹스러운 마음을 격한 감정으로 풀기도 했답니다.
하나님께서 장로님에게 큰 사명을 맡겨주셨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일찍 불러가셨는지 당시에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요. 너무 황당하고 답답할 뿐이었죠. 많은 친지와 성도가 조문하려고 빈소를 찾아오셔서 내 손을 꼭 붙잡고 ‘오른팔이 떨어져서 어떻게 해요?’라는 말씀으로 염려하는 분들이 많았으니까요. 한해 남짓 지나자 당시에는 아주 불미스럽게 여겨지는 일들이 걷잡을 수 없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거예요. 아직도 그 여진이 일부 남아있기는 하지만요. 지금은 하나님의 깊으신 섭리를 어느 정도 깨달아 알아가고 있어요. 이것이 여전히 장로님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랍니다. 우리와 달리 하나님은 모든 일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도록 하시잖아요. 이러한 사실이 하나하나 확연하게 계속 밝혀지고 있거든요.
장로님이 대학생 시절 기독학생회 회장이었을 때 성경 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 만나게 되었잖아요. 어느 날 공부를 마치고 ‘목사님 존경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기에 ‘존경은 그만두고 욕만 하지 않으면 돼’라고 응수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싸늘한 응수였다고 생각하며 정말 미안한 마음을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선교사님들의 초청으로 아프리카 ‘힘바’ 마을을 방문했을 때죠. 그곳에 체류하는 동안 숙식이 너무 불편했잖아요. 침소는 가축들의 분뇨를 빚어 하늘이 보일 정도로 허술하게 마련한 움막이고, 음식은 강냉이 가루로 끓인 멀건 죽이었잖아요. 그래서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장로님! 여기에 언제까지 머물러야 해요.’라고 투정하자, 장로님은 더위를 무릅쓰고 수백 킬로 떨어진 마을로 달려가 여관을 마련하여 옮기도록 주선하셨죠. 조금 더 참지 못하고 짜증을 부린 것이 매우 민망스러웠거든요. 바로 장로님께 ‘미안합니다’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매우 후회스럽답니다.
오늘따라 새벽잠을 설쳤어요. ‘왜냐구요?’ 어제 그동안 출강하던 모 연구원 1학기 종강식을 했지만, 계속해서 받은 사명으로서의 일들이 뇌리를 자극했기 때문이에요. 이럴 때면 특히 안식처에서 편히 쉬고 계시는 장로님의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죠. 일찍이 공개서한이라도 쓰고 싶었지만, 아직도 주의 일에 헌신하고 계시는 연로하신 교회 어르신들께 무례함이 될까 봐 많이 주저했지요. 지금은 장로님의 빈자리를 동역자분들이 함께 메워주셔서 교회가 더욱 튼튼하게 세워져 가고 있어요. 특히 신문사는 아내인 김 권사님이 장로님의 유지를 받들어 봉사하고 있고요.
장로님! 이번 주일 오후에 원로장로님 모임에서 말씀드릴 사안이 있어서 장로님께도 알려 드리고 싶어 공개서한을 띄우는 거예요. 근래에 이르러 성경에 철저히 기반을 두고 있는 ‘성경신학’이 국내는 물론 세계 각 지역으로도 널리 확산하고 있거든요. 특히 목사님들과 신학자들이 ‘성경신학’에 대해 공감해 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가정교회가 활성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설교가 아닌 성경강론을 통해 영혼의 양식을 공급하는 교회들이 부쩍 늘고 있으며 ‘성경신학’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연구원이나 신학교도 늘어나고 있거든요. 혹시라도 인간적인 술수나 계략이 앞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조심스럽게 하나님께 간절히 지혜를 구하고 있어요. 하나님의 능력이 아닌 인위적인 옹졸한 책략에 의해 가두리 양식장 같은 영업장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에요.
요즘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기지협)의 핵심 사역으로 세계교회 연합사역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요. 저도 법인 이사거든요. 엊그제 기지협 제47회 총회에서 ‘성경신학’을 적극적으로 공감하시는 교계 어른이신 목사님께서 대표회장으로 추대를 받으셨어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섭리임이 틀림없지요. 온 세계만방에 흩어져 사는 택함 받은 성도들이 성령의 교통하심에 따라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한 지체임을 깊이 깨닫고 살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어요. 온 세상에 세워진 지교회들이 성령의 교통하심으로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성전 곧 신령한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거든요. 세계교회가 하늘로서 내려온 신령한 생명의 일용할 양식을 함께 먹고 살면 한 식구가 되는 셈이잖아요. ‘장로님! 정말 그렇잖아요?!’ 가두리양식장 같은 단체나 기구를 만들어 바다의 고기를 다 잡아넣으려는 노력은 모두 어리석은 처사에 지나지 않아요. 고기는 바다에서 살도록 놓아주고 영양이 풍부한 먹이만 흩어주면 잘 자라거든요. 할렐루야! 아멘.
장로님! 정말 선하신 뜻을 이루어 가시는 여호와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찬양을 드리지 않을 수 없잖아요. 장로님도 함께 찬양하실래요? ‘온 세상이 캄캄하여서 참 빛이 없었더니 그 빛나는 영광 나타나 온 세계 비치었네. 주 말씀을 믿는 사람은 그 맘이 평안하고 주 명령을 준행하는 자 그 길이 형통하네, 죄 가운데 사는 사람은 그 눈이 어두워도 그 죄악을 씻는 날에는 그 눈이 밝아지네. 영광 영광의 주, 영광 영광의 주, 밝은 그 빛 내게 비치었네, 영광 영광의 주, 영광 영광의 주, 이 세상의 빛은 오직 주 예수라.’ 할렐루야! 아멘. 장로님! 진리와 함께 기뻐함이 성도의 진정한 사랑이잖아요. 참으로 진리와 함께 기뻐하시던 장로님! 정말 사랑해요.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네요. 오늘은 이만 줄이고 기쁜 소식 또 전할게요. 편히 쉬세요.
2022년 12월, 아직 쉬지 못하는 청지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