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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약’의 의미
‘독하다’는 말로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모든 약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처방
‘독한 약’의 의미
‘독하다’는 말로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모든 약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처방
“이 약은 하루 한 번 아침 식후에 드십시오.”라고 복약지도를 했더니 환자가 물었다. “이 약은 한 번만 먹으면 되는 거예요? 이 약 참 독한가 보네.” 또 어떤 날 “이 약은 졸릴 수 있으니 위험한 일을 하거나 운전할 일이 있으시면 빼고 드십시오.”라고 복약지도를 하였더니 환자가 물었다. “많이 독한 약인가 봐요.” 피부질환으로 피부에 붉은 것이 올라오고 가려움증을 호소한 환자가 병원에서 피부질환 연고를 처방 받아와서 “이 약은 무슨 약인가요?” 묻기에 스테로이드제라고 대답하였더니, 매스컴에서 본 것이 있는지 “이 약 독하지 않나요?”라고 걱정스레 물어보았다.
환자들이 물어보는 것 중에 난처한 질문이 바로 “이 약은 독한 건가요?”라는 질문이다. ‘독하다’는 것은 국어 사전적으로는 ‘독기가 있다’ ‘맛, 냄새의 따위가 지나치게 심하고 자극적이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독’이란 것은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에 해가 되는 성분을 말한다. 독하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될 수밖에 없으며 환자에게 이 약이 독하다고 말하는 것은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이롭게 하는 약에 독하다는 말을 붙이기가 참 애매하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그 질환에 맞게 처방을 하였을 것인데, 그 효과 정도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의미를 전달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나는 환자가 독한 약이냐는 질문을 할 때 환자가 어떤 의미를 질문을 해 오는지 일단 생각하고 독하다는 말 대신 다른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 대답한다.
하루에 한 번만 먹는 약은 작용 시간이 길어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효과가 지속되는 아주 간편한 약이지 독한 약이 아니다. 똑같은 성분의 약이어도 작용 시간이 긴 약들이 있는데 이러한 것은 제형적으로 개발을 하여 약의 유효성분이 서서히 방출되면서 작용 시간을 길게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성분 자체가 작용시간이 긴 약도 있다.
이상반응을 설명하고 그에 대해 주의를 준 것으로 독한 약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모든 약은 이상반응이 있다. 약을 사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설명서를 보면 깨알같이 써 있는 수많은 이상반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의사나 약사가 이 모든 설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이상반응이나 주의를 요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이상반응에 대한 설명만 간단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독하다는 의미를 꼽자면 약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는 하나 이상반응이 너무 심하여 복용하는 환자가 힘들 때를 말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졸리는 증상 등의 가벼운 이상반응으로 독한 약이라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스테로이드는 매스컴에서 그 이상반응에 대해 많이 나와서 환자들이 ‘스테로이드’하면 기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테로이드만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효과가 좋은 약도 없는 것 같다. 특히나 피부질환 약에 스테로이드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스테로이드는 그 제형이나 성분에 따라 강도가 있는데, 그 강도는 환부의 깊이나 정도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환부를 보고 진료하는 의사가 선택을 한다. 이러한 경우 독한 약이냐고 질문을 한다면 약의 강도로 대답할 수밖에 없는데, 독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해서 자신이 바르기에 지나치게 강하다고 여기면 안 된다. 결국 의사가 처방을 해 준 약을 지시한 대로 정성껏 바르면 되는 것이다.
모든 약은 독이 될 수는 있지만 환자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매우 이로운 것이다. 결국 정확한 처방과 바른 복약이 선행된다면 환자에게 독한 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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