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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腸) 면역력
한국의 대장암 발생률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암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은 종전에는 위암, 간암, 폐암에 이어 한국인 암 발생률 4위였다. 1999년만 해도 국내에서 대장암에 걸리는 사람은 9,71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8년에 공식 집계된 환자 수만 2만 2,623명에 이른다. 9년 사이에 대장암이 무려 133%나 늘어나 한국인의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하였다.
한국인의 장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이유 없이 속이 더부룩하고 배에 가스가 차는 등 소화기 계통의 이상 증세는 누구나 갖고 있다. 변비 환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신경만 쓰면 살살 배가 아픈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도 최근 5년 사이에 29%나 증가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전암성 병변인 대장용종이 10명 중 4명에게서 발견되었고 대장암 또한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식습관의 변화와 생활 습관을 들 수 있는데, 한국인은 스트레스와 만성적 수면 부족, 동물성 지방의 과다 섭취, 식이섬유 부족 등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장이 점점 악화된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잦은 회식과 야근, 스트레스는 민감한 장을 더욱 혹사시키고 있다. 복통, 복부 팽만감, 설사와 변비 등 장 질환자가 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전혀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대장에 대한 잘못된 국민 의식과 경각심 부족 때문이다. 비록 증상 자체가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시달려야 하는 고통은 삶의 의욕과 질을 저하시킬 만큼 심각하다. 인간은 본래 불완전한 존재여서 완전 연소, 완전 배설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먹고 남은 찌꺼기가 항상 몸 안에 남게 되고, 이것이 독소로 변해서 몸을 늙게 하고 병에 걸리게 한다. 이때 섭취하는 음식물의 찌꺼기가 모여 있는 곳이 대장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의술의 대가들이 오래 건강하게 살려면 장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사람의 장에는 세포 수보다 훨씬 많은 균이 살고 있다. 음식에서 섭취한 영양분은 위(胃)로 들어와 장(腸)에서 최종적으로 흡수되어 온몸으로 퍼진다. 그러나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나쁜 균을 거르지 못해 온갖 질병이 생긴다. 수많은 병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면역력을 높이면 건강해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의 면역 세포 70%가 ‘장’에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번에는 ‘장과 면역력’을 중심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한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우글거리는 바이러스와 세균은 피부, 코와 귀 같은 ‘구멍’을 통해 또는 입을 통해 공기와 음식물과 함께 체내로 들어온다. 인간의 몸은 24시간에 약 1조 개의 세포를 만들고 그 가운데 약 5천 개는 암세포다. 즉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매일 암세포를 수천 개씩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도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 몸에 있는 면역 세포가 이물질로부터 내 몸을 확실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면역 시스템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것은 백혈구인 NK세포다. NK세포는 ‘Natural Killer’세포의 이니셜을 따서 붙인 것이다. 이 세포의 주된 임무는 온몸을 샅샅이 순시하며 바이러스와 갓 생긴 암세포를 해치우고 청소하는 것이다. NK세포는 우리 몸 안에 50억 개 정도 있다고 하는데, NK세포의 활동(NK활성)이 약한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두 배나 암에 걸리기 쉽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NK세포가 건강하면 암이든 감염증이든 그리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체내에서 NK세포가 제일 많은 곳은 어디일까? 바로 ‘장’이다. 장에는 면역 세포의 70%가 집중되어 있으며, NK세포의 보고다. 즉, 장을 잡는 것이 건강을 잡는 것이다.
인간의 장 속에는 5백 가지가 넘는 종류의 장내세균이 살고 있으며, 그중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무너지면 오케스트라의 배치가 엉망이 되는 것처럼 암이나 감염증, 변비, 설사, 피부 거침, 과민성 장 증후군, 화분증,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우울증 등 온갖 질환의 원인이 된다. 암이나 인지증(치매)에 걸린 사람의 장에는 유해균이 매우 많다. 이 장내세균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바로 유산균이다. 또 다른 방법은 마음껏 웃는 것이다. 장의 면역력을 담당하는 주력 선수인 NK세포는 크게 웃기만 해도 놀라울 정도로 쉽게 활성화된다. 그리고 노화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약한데, 특히 걱정거리를 노상 달고 살거나 자주 슬퍼하는 사람은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기분이 우울한 사람 곁에만 있어도 NK활성은 금세 저하된다. 크게 웃으면 긴장이 풀리면서 심신이 안정되고 자율신경의 밸런스가 좋아져 NK활성이 향상된다는 사실은 다양한 의학적 시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따라서 유산균을 매일 섭취하고, 매일 즐겁게 웃으면서 살자. 장을 활성화하는 비결을 익히고 장 나이를 젊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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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희철 박사 (한의학박사, 파동한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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