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6-01-29 20:5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로마의 동방 경략과 헤롯의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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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서에 놋쇠 같은 셋째 나라로 예언된 헬라 제국에 이어 등장하는, 철과 같이 뭇 나라를 부수는 강함으로 예언된 넷째 나라 로마 제국은 마태복음 기자의 일터였던 세리부터 요한계시록의 집필 장소였던 에게 해의 밧모(Patmos) 섬에 이르기까지 신약 전반에 걸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성경뿐 아니라 인간사 일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 로마사는 초기 일곱 명의 왕정(주전 753~509), 귀족적 성격에서 민주적 성격으로 이행한 공화정(509~27), 원수정에서 전제 군주정으로 이어진 제정(27~주후 476)으로 개괄되는데, 티베르 강변의 한 촌락에서 출발해 세계 제국으로 성장했으나 극적인 몰락으로 귀결된 순환의 모형은 많은 역사가에 의해 유익한 교훈의 전형으로 제시되어왔다.

갈리아 지역을 평정한 카이사르는 평민파 마리우스를 고모부로 둔 인물로 원로원의 견제를 받았으며, 벌족파 술라의 부하였던 폼페이우스는 ‘마그누스(위대한)’의 호칭에 걸맞은 업적으로 신으로까지 추앙되던 제국의 실질적 최강자로 군림하였으나 원로원의 술수에 말려 카이사르와 대립하게 된다. 카이사르는 자신을 국가의 적으로 규정한 이들이 있는 로마를 향해 ‘주사위는 던져졌음’을 선언하며 주전 49년 루비콘 강을 돌파해 과감한 진격으로 폼페이우스를 밀어붙여 본토에서 격리한다. 계속된 패배에 재기를 위해 이집트로 도주한 폼페이우스는 암살 후 머리가 소금에 절여져 곧이어 도착한 카이사르에 선물로 보내졌고, 카이사르는 그를 애도하며 정중히 매장하도록 지시한 뒤 암살 관련자들을 처형한다.

성공적으로 로마의 재건을 이룬 카이사르는 어느 전기의 제목처럼 ‘관용과 카리스마의 지도자’로 평가된다. 유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면서도 유대인의 종교 활동을 존중했던 그는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얼굴을 동전에 새긴 최초의 로마인이었다. 예수께서 자신을 시험한 바리새인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마 22:21)’로 답하신 내용의 가이사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성(姓)을 음역한 것으로, 그를 향한 존칭은 로마 황제의 칭호로까지 일반화된다. 이집트에서의 카이사르가 세탁물에 숨어 들어온 클레오파트라와 열애에 빠져 그녀를 권좌에 올린 독단에 대한 반란으로 고립된 상황 속에서, 과거 폼페이우스의 협력자였던 에돔 출신 안티파터는 재빨리 군대를 몰고 이집트로 달려가 카이사르의 위기탈출을 돕는다.

그 대가로 안티파터는 로마의 비호 아래 권력을 장악했고 그 장자 파사엘은 예루살렘을, 차자 헤롯은 갈릴리를 맡아 다스리게 된다. 산헤드린 공회는 혈기방장했던 젊은 헤롯의 월권적 유대인 살인을 고소했으나, 헤롯을 골치 아픈 지역의 통제에 유용한 동맹자로 간주한 로마는 외려 그 권한을 강화시킨다. 종신 독재관의 자리에 올라 로마 제정의 초석을 놓은 카이사르가 44년 암살당한 뒤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레피두스의 2차 삼두 정치가 시작되던 해에 안티파터는 정적에게 독살당했고, 비상한 판단력으로 차례차례 걸림돌을 제거한 헤롯은 동방을 차지한 안토니우스의 신임 하에 유다의 실권을 쥔다. 이후 로마의 꼭두각시를 향한 반란의 와중에 로마의 동쪽을 침공한 파르티아의 개입으로 파사엘은 살해되고 헤롯은 쫓겨났으며, 하스모니아 가문 히르카누스 2세의 조카 안티고노스가 통치자로 세워진다.

필사의 탈출 후 로마에 도착한 헤롯은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소개로 원로원에 출두하여 유다의 왕위를 부여받는다. 요세푸스가 ‘비교할 수 없는’ 용사로 표현한 헤롯의 강인한 신체와 정신, 탁월한 언변의 화술에 더해 절체절명의 때마다 더해진 행운은 그를 로마의 도움 아래 실현된 37년의 예루살렘 점령, 그리고 ‘헤롯 대왕’의 길로 이끈다. 시절은 바야흐로 유다의 가지에서 결실할 메시아 언약을 갈구하는 기원과는 전연 동떨어진, 무의미한 허무의 극한으로 치닫는 환난이었다. 그러나 끝 모를 절망으로 이끄심은 모든 섭리의 유의미함을 철저히 배우게 하신,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셨던 위대한 성취를 추억하도록 하신, 창세 전 영원한 작정 안에 내 이름 있음에 감격하게 하신, 오실 빛 더욱 찬연히 빛나도록 뜻 깊이 예비하신 어둡지 않은 어둠길의 시간이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재규 자유기고가

헤롯 대왕의 권모술수와 제3성전
하스모니아 왕조의 몰락과 로마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