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뷰]선거의 계절, 교계의 정치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일부 교계 정치 참여 움직임.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일침을 가하는 반대 목소리가 지배적인 듯
성경 진리에 근거해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하는 기독교인의 자세 잃지 않기를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당에 이어 야당의 대통령 후보도 결정되면서 아직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선거 운동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투표일까지 100일이 남았다고 한다. 신문 지상과 각종 매체의 뉴스는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하루하루 일정과 언사들을 중계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한다.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지지율을 중계하고 결과를 예측하느라 여념이 없다. 국민들의 밥상과 각종 모임의 주요 화제 역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까에 대한 관심이 쏟아진다. 그야말로 선거의 계절, 정치의 계절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맞이하는 기독교계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지난 정부를 이끌던 대통령이 탄핵되는 정국에서 일부 목회자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있었고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이들의 정치 행동은 마치 개신교 전체의 목소리인 양 포장되면서 개신교 전체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개신교계는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어쩌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시할 수 없는 국민적 영향력을 지닌 종교단체를 그냥 두지 않는 정치인들의 유혹에 빠져서일까 아니면 그들을 통해 교세를 확장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교계 지도자들의 종교나 진리와는 거리가 먼 세속적이기 이를 데 없는 행동들 때문일까? 한국 교회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비교적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해왔다.
지난 16일 한 기독교단체는 ‘대선정국 기독교’라는 주제로 대화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이 모임에서 발표자로 나선 한 교수는 그동안의 한국 교회 정치참여 역사를 정리해서 발표하고 지금의 대선정국에서 한국 교회의 올바른 대응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기독교선거대책위원회,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지지하기 위해 개신교가 주도해 만들었다는 민주수호국민협의회,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의장을 위해 개최되었다는 조찬기도회 등을 예로 들면서 그동안 개신교계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왔음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그 후 수립된 진보 정부에 대해서는 개신교계가 주로 저항적인 정치 참여를 했다고 주장한다. 김대중 정부를 좌파정부로 규정하는가 하면 노무현 정부 때는 사학법 개정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추진한 정부에 반대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에서는 이른바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 한기총을 비롯한 교계 단체들이 일사불란한 조직적 선거운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이러한 한국 교회의 정치참여의 이유에 대해 교회가 한국의 기득권층 곧 특정 정치 세력과 친화적 관계를 맺으면서 교회의 성장을 도모했고 이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했다고 진단했다.
또 지난 12일 또 다른 교계 단체는 조찬기도회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대선정국을 대하는 교계의 인식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발표한 한 목사는 진보와 보수는 모두 일리가 있고 장단점이 있으며 좌우로 치우쳐 진영을 만들고 극심하게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교회는 세상을 치유하고 화해시켜야 하며 목사는 성도들을 치유하고 화목케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대선정국에서 어느 쪽이든 치우치지 말고 성경 본질에 충실할 것을 권면했다고 한다.
목사나 신학자라고 해서 정치적 견해를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음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목사라는 이름으로 혹은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의 이름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는 대선 정국을 맞이한 지금 한국 교회가 날 선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 교회를 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위기의 한국 교회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에 맞이한 대선 정국에서 또 한 번 성경 진리를 외면하고 자신의 기득권이나 교세의 확장과 같은 지극히 세속적인 동기를 가지고 한국 교회의 입장인 양 교회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어쩌면 이번 대선을 맞이하는 교계의 대체적인 정서인듯해 보인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만유의 주이신 하나님의 역사이심을 믿는 기독교가, 이러한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신앙하는 우리들이 되어지는 모든 일들을 하나님의 주권임을 인정하고 그대로 목도하며 순종하지 않고 자신의 이해를 따라 이리 가고 저리 가고 한다면 그것은 말로만 기독교인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은 영원 전 하나님의 작정이 기초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신이고자 하는 인간의 원죄인 것이다.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일탈과 잘못된 정치적 언사 그리고 코로나19로 더욱 위기에 직면한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맞이하는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을 더욱 성경과 진리 안에 굳건히 세우셔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역사와 섭리를 순종하며 목도하는 성숙한 신앙적 자세를 깨워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