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개혁을 소망하며

지난 17일 한국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 교회의 위기와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회를 가졌다. 한국목회자윤리위원회는 지난 1998년 15개 주요 교단 소속 목회자 중 한국 교회의 갱신을 추구하는 목회자들이 구성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가 2012년에 목회자 윤리선언을 발표하고 구성한 위원회로 알려져 있다.

한목협은 주기적으로 목회자들과 일반인들의 개신교나 종교에 대한 시각을 설문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의 현 주소를 직시하면서 한국 교회가 갱신해 나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꾸준히 연구하고 도모해온 단체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번 발표회를 개최한 목회자윤리위원회는 출범 당시 발표한 선언문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훼손하지 아니하고 부와 명예, 권세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며, 교회의 재정을 공개하고 자녀나 친족에게 담임 목사의 자리를 대물림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선언하고 출범한 단체로 그 선언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로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이날 발표회는 그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교회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발표자로 나온 이들은 대체로 한국 교회의 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하거나 교회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발표들은 한국 교회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이를 바로 잡아보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발표에서 특히 주목을 끈 대목은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의 발표 내용이었다. 그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해 3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지금 한국 교회가 처한 위기는 목회자들의 도덕적 실패가 자초한 위기”라고 말했다. 손 교수가 언급한 기윤실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를 불신한다고 답한 사람은 50.2%나 됐다고 한다. 이어 손 교수는 “목회자에 대한 불신은 곧장 기독교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기윤실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를 신뢰한다는 사람은 18.9%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상황이 이럼에도 한국 교회를 위기로 빠트린 장본인들은 정작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 목사는 “한국 교회가 이대로 타락하고 약해져서 비판과 조롱을 받을 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무 특혜도 누리지 못할 때, 어떤 권한이나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게 될 때 비로소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답답함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의 삯꾼과 기복신앙 신자들이 떠나고 오직 진실하고 순수한 기독교인들만 남을 때 이들이 진정한 그루터기가 돼 한국 교회를 새롭게 세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교수는 그의 신학적 해석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국 교계에서 도덕적으로 비교적 존경받는 원로이다. 그러한 교계의 원로가 한국 교회의 위기와 대안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한국 교회가 다 망해야만 다시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조 섞인 발언을 내놓았다는 것은 한국 교회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한국 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동인이 한국 교회 내에 얼마나 미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손 교수가 여론조사의 수치까지 들어가며 말한 대로 한국 교회와 한국 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만들어 온 원인 또한 그들에게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사나 노력은 그들에게서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든 지경이다.
그래서 한국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작금의 한국 교회의 위기는 교회의 공공성 강화나 사회와의 소통 강화와 같은 단편적인 노력들로부터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자면 한국 교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한국 교회의 개혁은 교회의 재정과 행정 교육 등 교회 체제의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국 교회의 체제는 마치 로만 가톨릭의 교황이 다스리는 것과 같은 체제를 답습하고 있다. 목회자가 교회의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목회자의 도덕적 해이는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닌가.

그리스도가 머리 된 진정한 교회의 모습은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진리의 말씀을 깨달은 성도들이 성령 하나님께서 주신 복된 은사를 실현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목회자 역시 하나의 성도로서 말씀을 먼저 깨닫고 가르치는 은사를 실현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 교회 체제는 성경이 말하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모습이 아니라 목회자가 중심이 된 인본주의적 조직체계에 불과하며, 이의 전면적인 개혁 즉 성경이 말하는 교회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 교수가 진단한 한국 교회의 자화상은 다 망해야만 거듭날 수 있을 듯한 절망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소망한다. 마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에서 이끄시면서 절망적인 순간 언제나 역사하시고 인도하셔서 모든 일이 인간의 힘으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신 것처럼 오늘 한국 교회의 절망적인 상황을 통해 인간의 힘으로는 무엇도 이룰 수 없으나 하나님의 능력으로 한국 교회가 개혁됨을 보여주기 위한 섭리임을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