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구 2곳, 신도 기부금 내역 국세청 사상 첫 등록

올해 연말정산에서 천주교구 일부가 사상 처음으로 신도들이 낸 기부금 내역을 국세청에 등록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재작년 근로소득·사업소득에 대한 연말정산 때 기부금으로 신고한 금액만 종교기부금을 포함해 총 5조 5700억 원이 넘는다. 교회, 성당, 절 등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금은 성역으로 간주되면서 종교단체별로 신자들이 낸 기부금 내역을 국세청에 등록한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기부금을 낸 신자가 연말정산을 위해 해당 단체에 직접 방문해 관련 서류를 떼 원천징수의무자(회사)에 제출해야 했다. 이마저도 현행법상 일부 기부금에 대해서만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어 신자가 실제로 종교단체에 기부금을 적게 내고 많이 돌려받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18일 국세청과 종교계에 따르면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는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 시스템에 신도들이 낸 기부금 내역이 등록되어 앞으로 연말정산시에 성당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필요한 서류를 출력해서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만 해도 229개 본당에 140여 만 명의 신자들이 있는데다 종교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기부금 공개에 나선 이번 일에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며, 서울대교구는 1994년부터 김수환 추기경의 뜻에 따라 국민의로서의 4대 의무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 하여 자발적으로 사제소득도 납부하고 있다.
기부금은 많은 단체들이 내역서 제출을 꺼리고 있어 소득공제 신청자들이 제출하는 서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그동안 성역으로만 여겨지던 종교계 재정 투명화 차원에서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기부금 내역 등록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도들이 연말정산 때 기부금 내역을 보다 편리하게 제출하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도록 종교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