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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언약신학에 대한 비판적 재해석
토론 내용에 대한 논평과 의의
미국 칼빈신학대학원(Calvin theological seminary) 신학토론회( 2012. 11.20)
발표의 핵심은 전통적 언약신학의 한계를 밝히고, 대안으로 출현한 언약성취사적 성경신학 관점의 중요성에 대한 개략적 소개였다. 이번 토론회는 전통적 언약신학에 관한 비판적 재해석의 관점으로 제시된 언약성취사적 성경신학의 특징과 구조를 드러내는데 그 의의가 있다. 토론을 통해 이 관점이 얼마나 신학적으로 우월하며 성경적 관점임이 확인되었다. 이하는 참여한 신학자들의 토론내용의 요약과 그에 대한 성경신학적 논평이다.
* 토론 내용과 논평
1. 구약학자 아이리 레더(Arie C. Leder)는 창세기 1:28절이 언약이라고 보는데 있어서 좀 더 주석적인 작업을 통해 보충되어야 한다고 코멘트했다. 이는 물론 중요한 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주석(exegesis)은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해석학적 틀(hermeneutical framework)을 전제하며 그것이 없이 이루어지는 지엽적인 주석은 파편성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도 많이 이루어져 온 서구 주석적 작업의 전통이 파편들의 모음집,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신학적 쓰레기’(theological rubbish)가 되어버린 비극적 전통은 이에서 기인한다. 창세기 1:28절은 근접본문의 맥락에서 치밀하게 주석적으로도 다루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구약 전체의 해석학적 틀에 의해 구조적 정당화가 되고 있음을 응답에서 밝혔다.
2. 조직신학자 존 볼트(John Bolt)는 이번 발표 내용이 자신에게 매우 관심을 끄는 것은 창세기 1:28절(자손, 땅, 통치 언약)이 창세기 12장-17장에 나타난 아브라함 언약과 병행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것이 구약 전체를 통해 성취되고 있다(the way that unfolds in the Old Testament)는 사실에 있음을 밝혔다. “이것은 자신이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매우 새로운 관점이자 각도이다”(This is a very new perspective and angle that I've never thought of or heard before.) 라고 높이 평가했다. 더 나아가 그는 이 발표를 통해 언약과 하나님의 나라가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고 긍정적으로 논평했다.
3. 리차드 멀러(Richard Muller)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신학자는 자신이 성경학자나 조직신학자가 아니라 역사신학자임을 전제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개혁신학전통이 언약에 있어서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행위언약은 자연언약, 창조언약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발표자가 말한 창세기 1:28절이 자신에게 관심을 끄는 것은 쯔윙글리와 관련해서임을 밝혔다. 즉 쯔윙글리는 아담 언약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가 없으며, 노아언약을 언급하면서 회고적으로 논급했다. 쯔윙글리는 노아언약을 특히 땅을 경작하는 농업적인 삶을 노아가 재수립했다는 점에서 애초 아담과의 언약의 재수립으로 파악한다. 그는 아담이 땅과 관련을 가지며, 땅을 경작하거나 또는 그 땅을 통치 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쯔윙글리는 창세기 1:28절을 생각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특히 쯔윙글리는 토지경작론자(agrarion)이며, 그래서 그것이 창세기 1:28로 거슬러 올라갈 수가 있고, 그것은 창세기의 앞부분에서 반향되고 있다.
이런 멀러의 논평은 성경신학적으로 볼 때 매우 미숙한 관점이다. 발표자가 창세기 1:28을 강조한 것은 조직신학자 존 볼트가 정확하게 파악했듯이 전통적 언약신학 관점에서는 아직 까지 거론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관점이다. 행위언약이 자연언약 혹은 창조언약으로 다양하게 불리우는 것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거론 될 수는 있지만 엄밀한 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개념적인 문제가 있다. 발표의 핵심중의 하나는 창세기 2:16-17절의 행위언약이 성경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언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발표자가 창세기 1:28절이 하나님나라의 언약이라는 점은 이전의 전통적 언약신학이 간과해온 점임을 밝힌 것이다. 이점의 중요성을 멀러는 간파하지 못한 채 단지 쯔윙글리가 그 언약을 땅 경작과의 관련성에서 거론했다고 하는 피상적인 관련성만을 지적했다.
4. 조직 신학자 로날드 휘인스트라(Ronald Feenstra)는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복과 언약은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둘째, 노아 언약, 아브라함 언약 등은 모두 언약의 표징이 있다. 창세기 1:28절이 언약이라면 그 표징은 무엇인가이다.
발표자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복과 언약은 개념적인 관련성을 가진다고 응답했다. 어원적으로도 관련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이는 성경 전체의 구조에 비추어도 정당화된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시겠다는 것이 언약의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즉 복은 언약의 내용이며, 언약은 복의 형식이라는 점에서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둘째 아담과의 언약의 표징은 선악과(생명나무)이다. 선악과는 먹으면 죽는 나무이며 생명나무는 먹으면 살게 되는 나무이다. 창세기 1:28절에 나타난 대로 복을 이미 받은 아담은 선악과에 의해 죄를 범하고 그 언약대로 죽게 된다. 그것이 아담과 맺은 언약의 표징이다. 성경의 표징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의 상징인 셈이며 예수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은 언약의 성취이자 하나님 살아계심의 최대 표징이다.
5. 역사신학자 비어마(Bierma) 교수의 질문: 발표자가 "바르트의 문제제기는 옳지만 그의 해답이 틀렸다"고 했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발표자의 응답: 바르트는 분명히 전통적인 관점을 넘어서려 시도했다. 그는 두 언약구조(즉,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을 비판하면서 행위언약 이전, 달리 말하자면 창조이전에 (은혜)언약이 선행함을 말함으로써 전통적 언약신학보다는 진일보하는 면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바르트는 그런 자기의 주장을 주석적으로 정당화하지 못했다. 그리고 창 1:28을 언약으로 간주하지 못했다. 단지 전통 언약신학이 행위언약을 앞세움으로써 은혜언약의 주권성과 은혜성을 약화시킨다고 봄으로써 중요한 통찰을 하는 듯했지만 결국 성경 그 자체의 치밀한 주석적 작업을 통해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사변적인 의미에서 은혜언약의 우선성을 강조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바르트는 은혜언약을 통한 하나님의 사랑만을 강조했고, 이를 근거로 만인구원설적 경향을 주장하게 됨으로써 성경의 본질에서 멀리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성경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속성은 사랑만이 아니다. 하나님의 전능성과 신실성, 주권성, 영원성 그리고 자비성(사랑)이 총체적으로 드러난다. 하나님의 주권에 의해 택자와 불택자를 정해놓으시고 하나님의 자신의 기쁘신 뜻을 따라 택자만을 사랑하신다. 이것이 칼빈이 강조한 성경적 예정론이다. 더 나아가 예정과 언약을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 예정은 영원의 차원에서의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고 언약은 시공간에서 하나님의 뜻을 보여준다. 양자는 불가분의 관련성을 가진다.
6. 존 볼트(John Bolt) 조직신학자 : 나는 하나님 계시의 특성, 즉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그것이 우리들에게 의미를 가진다는 기독교 진리의 핵심이 “언약과 하나님 나라의 관련성” 안에 드러나 있다는 이번 발표를 통해 좋은 자극을 받았다. 그것은 성경 그 자체가 언약적 도구임을 성찰케 하는데 기여했다. 이번 발표는 이점을 철저하게 생각하게 하고, 더 나아가 언약과 하나님 나라를 절묘하게 연결하는 이번 주장은 놀라운 아이디어(a lot of wonderful ideas)로 가득차 있었다. 나는 이번 발표를 통해 많이 배웠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 의의
이번 신학토론회는 사전에 미리 기획된 자리가 아니라 자연스런 과정을 통해 성사되었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깊으신 뜻을 지니고 있음이 확실하다. 사실 동양의 한 무명의 신학자에 불과한 발표자에게 저명한 미국의 개혁신학자들이 자발적으로 토론회의 자리를 마련한 것도 신기한 하나님의 섭리가 아닐 수 없다. 토론회를 통해서 미국의 개혁신학계에 언약성취사적 성경신학의 핵심과 골격이 전달되고 그것이 상당히 충격적인 의미에서 긍정적인 반응과 적극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향후 하나님께서 이일을 계기로 어떤 학문적 교류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실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 그동안 한국에서 수십 년의 긴 세월을 거치면서 집요한 방식으로 확립해온 언약사적 성경신학의 신학적 견고함과 성경적 확실성을 서구학계에 의미있게 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를 가진다. 이후의 일은 하나님의 역사에 달려있을 것이다. (김규욱 주필)
(김규욱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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