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 목사 이단성 없음” 의 신학적 의미
예장통합 제94회 총회 “박용기 목사 이단성 없음” 결의
1. 서 언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작정하심과 선하신 섭리의 결과이다. 이 문제에 대해 통합측 총회가 진지한 논의를 거쳐 정당하게 판정해준 것에 대해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특히 이 문제로 함께 기도하고 협력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사실 성경적 진리를 추구하며 올바른 신학의 정립을 위해 달려온 본 총회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가벼운 문제는 아니었다. 진리를 지키고 전승하는 일이 언제나 고난과 어려움을 각오한 일이기에 담담히 대처해왔지만 오해로 인한 합당치 않는 규정은 실상 그냥 받아 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 나아가 본 총회 산하 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신앙에 적지 않는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었다.
실상 지난 이천년 교회의 성장과 발전의 과정이란 성경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었으며 여기에는 불가피하게 진리논쟁의 역사가 있어 왔다. 이점에서 진리논쟁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진리논쟁의 과정에서 성경의 복음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해온 것이 사실이다.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로마 카톨릭 교회와의 진리논쟁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새로운 개혁교회의 출현이 가능했겠는가!
물론 모든 진리논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진리논쟁이라는 명분 뒤에 인간 중심적인 정치싸움과 상호비방의 어두운 역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신앙하는 마음과 동기로 진리논쟁을 하느냐하는 것이다. 지난 이천년 교회사에는 성경에서 아주 빗나간 이단들의 발호와 그로 말미암는 교회의 혼란도 있어왔다. 이점에서 성경의 가르침에서 빗나간 이단들에 대한 경계는 항구적으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21세기 신학의 거대한 흐름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즉 명백하게 드러나는 사이비 종파로서의 이단을 경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것은 세속의 학문성과 시대정신을 옷 입고 성경 계시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자유주의신학과 종교다원주의라는 빗나간 흐름이다. 이들의 주장은 광명한 천사의 옷, 즉 도덕적 시대정신을 내세우며 나타나기에 그 정체를 식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상 성경이 가르치는 역사의 주관자 하나님을 부정한다. 이를 위해서 성경의 계시 진리를 절대권위로 삼는 보수교회와 신학은 일대 자기쇄신을 필요로 한다.
과연 보수신학은 21세기 진리논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탄탄한 성경적 논리를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난을 감수하고자하는 진리논쟁의 정신을 지니고 있는가? 말하자면 이른바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보수신학이 성경의 전체적인 진리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치열하고도 엄밀한 학문적 천착을 수행하고 있는가?
성경적 진리를 수호하고 전승하고자하는 보수신학과 보수교단은 이런 질문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차제에 이글은 그동안 논쟁의 핵심에 있었던 박용기 목사의 신학사상의 특징을 밝히고, 앞으로의 진리논쟁의 방향을 정리하고자 한다.
2. 박용기 목사가 주창하는 언약성취사적 성경신학의 특징
박용기 목사의 신학적 작업은 지난 거의 30여 년간에 걸친 공개된 작업이며 이미 수십권에 해당하는 신학의 저서로서 자신의 입장을 표방해왔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은 「성경개론」(1987), 「성경신학개론」(1997), 현재 작업 중인 「성경강론집 1권~13권」(1995~2009) 등이다. 이런 일련의 연속성을 가진 신학 작업이외에도 중요한 신학적 주제를 다루는 단권들도 저술했다. 즉「성경적 기독교」,「기독교 예정론」,「율법과 죄 그리고 은혜」등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
박용기 목사의 이 같은 저서들은 한마디로 그 특징을 말하라면, 오직 성경의 논리에 입각한 신학의 추구이다. 달리 말하자면 성경적 신관에 근거한 올바른 세계관 확립이다. 박용기 목사는 자신의 신학적 입장을 “언약성취사적 성경신학”(이하는 그냥 “성경신학”이라고 한다) 이라는 말로 규정한다.
성경신학의 입장에 의하면, 성경은 다양한 사건과 인물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깊이를 들여다 보면 하나의 주제와 그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일관된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경은 도덕 교훈이 아니며 세속적인 축복을 약속하는 복의 비결서가 아니다. 또한 세상의 사회정의의 지침서가 결코 될수 없다.
성경은 오직 하나님 살아계심을 확증하며 그분이 어떤 분이심을 드러내는 하나님 계시의 책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영원히 살아계신 하나님은 그의 작정하심에 의해 그의 무한한 능력과 주권적인 하나님을 드러내시되, 그는 언약 백성을 향한 사랑의 하나님이셔서 한번 언약하시면 그 언약을 신실하게 이루어 주시는 은혜의 하나님이심을 드러내시는 것이 성경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성경이 증거하는 언약의 하나님 여호와이다. 그 언약을 역사가운데 이루어 성취하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점에서 성경은 그리스도를 언약하고(구약) 성취하는(신약) 통일성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나님의 언약의 내용이 바로 은혜와 평강과 의가 넘치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주시겠다는 것이며 그 언약 백성들이 범죄하고 실수해도 언약의 하나님은 너무도 자비로우신 분 이셔서 그 모든 죄를 용서하시고 자기백성을 삼아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주시는 여호와이심을 증거하는 것이다.
요컨대 성경은 하나님이 인생과 역사의 주권자이시자,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요 가치임을 증거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광야의 모든 위험과 도전 안에 존재하는 인생의 모든 고난과 고통, 죄로 말미암는 말할 수 없는 탄식과 신음 속에서도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그의 은혜로우신 보호와 사랑이 답이라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 복음이요, 성경의 증언인 셈이다.
이런 성경의 가르침을 구체적인 언약과 성취의 논리적인 구조에 의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확증하고 해명해 온 것이 언약성취사적 성경신학의 요체이다. 성경신학은 성경이 가르치는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역사를 주도하시는 주권성, 그리고 언약백성을 향한 놀라운 사랑의 선포로 그 내용이 채워진다. 이런 하나님을 알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며 모든 세상사와 학문의 근원적 해답임을 가르쳐 왔다.
3. 진리논쟁의 새로운 방향
어떤 일도 우연은 없으며 모든 일이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로 이루어짐을 믿을 진대, 이번의 사건 역시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소중한 메시지가 있어 보인다. 이번 사건은 진리논쟁의 새로운 차원을 우리에게 열어주신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음이 분명하다.
위의 서언에서 언급한대로 기독교의 역사는 진리논쟁의 역사였다. 문제는 어떤 진리논쟁이 건전한 논쟁이며 유익한 논쟁일 수 있느냐이다. 진리논쟁은 세속적 학문논쟁처럼 단순한 지적 수준의 논리 싸움이 될 수 없다.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냐 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진정한 진리논쟁은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한 목적이 분명해야 하며 또한 하나님을 올바르게 경외하고자 하는 신앙에 유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원래 성령 하나님의 절대적인 인도와 조명아래 이루어지는 신학적 진리추구의 본질이다. 그것은 바로 성경의 근본 가르침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살아계시고 위대하신 하나님을 알아가기”라는 것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영혼을 살리고 교회를 참으로 세워갈 수 있는 진정한 신학 작업이 될 것이다.
현존 신학계는 이 일을 하는데 심한 난맥상을 겪고 있어 보인다. 즉 지엽적인 교리논쟁과 부분적인 성경이해의 늪에 빠진 채 신학이 마땅히 추구하고 구가해야할 큰 줄기와 이상을 잃어버린 듯하다. 신학은 여러 학문 중의 한 학문이 결코 될 수 없다.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에 근거한 신학은 인생과 역사 그리고 우주의 궁극적 의미를 드러내는 ‘근본학문’이다.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 혹은 자연과학으로 명명되는 이른바 ‘과정학문’들은 ‘근본학문’인 신학의 조명 아래서 라야 본질적인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그러므로 신학은 마땅히 다양한 모든 학문의 궁극적 근거요, 올바른 세계관의 뿌리 역할을 하는 근본학문으로서의 자리매김과 위상의 정립이 되어야 한다.
지나온 세대 부분적인 교리의 지엽적인 논쟁은 그로서 충분했다. 이제 21세기의 신학적 도전은 기독교의 근간인 성경 그 자체의 진리성과 하나님의 살아 계심에 대한 근본적인 의혹과 도전으로 가득차 있다. 예컨대 성경 전체가 왜 하나님의 말씀인가를 물어 들어온다. 이런 이유있는 도전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왔다.
이제 성경 전체의 논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통일성 있는 성경 전체의 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 가야한다. 더 나아가 전승되어온 모든 부분적인 교리들은 성경 전체가 가르치는 크고 위대하신 하나님을 이해하는데 어떻게 자리매김이 되는지를 전체적인 틀 안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진리논쟁은 인간들의 자존심 경쟁의 산물이 결코 될 수 없다. 그것은 성령 하나님이 밝혀주시고 인도하시는 진리의 넓고 깊은 세계로의 탐험에서 발생한다. 거짓과 속임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자신 안에 들어있는 옛 사람의 허탄한 소욕에 대해 치열하게 냉철하게 싸워가되 진리를 사랑하고 하나님의 백성을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이런 전형을 예수님이 잘 보여주셨고, 그 마음을 따라 살아간 바울, 그리고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신앙의 선진들에게서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도 그 진리의 길을 두려움없이 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