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초기 니체의 부활관 : ‘자연적 몸’에서 ‘천상적 몸’으로
“복음서의 보고들도 이와 일치한다. 누가에 의하면 그(예수-필자 주)는 살과 뼈를 갖고 있고, 먹기를 창하고, 사라지고 싶으면 사라지며, 상처와 못 자국을 갖고 있다. 모든 복음서에 의하며 무덤에는 그의 시신이 없다. 그렇다면 변화가 생긴 것이다. 자연적인 몸이 천상적 몸으로 변신한 것이다. 요한이 전하는 그리스도의 출현과 비교해보라. ‘그(예수-필자 주)는 인간의 아들과 흡사했고, 윗옷을 걸치고 있었으며 가슴에는 금빛 띠를 두르고 있었다. 머리와 머리칼은 희고, 눈은 불타는 듯하며, 목소리는 좔좔 흐르는 물소리 같고, 얼굴은 태양처럼 빛난다. 요한은 바닥에 엎드린다.’ 나는 정신 속에 주님의 날에 있었다. 나는 죽었었다. 그리하여 나는 영원에서 영원으로 살아 있다.”(Friedrich Nietzsche, 『유고(1864년 가을~1868년 가을)』, 니체전집1(KGW I4,II2,II4), 김기선 옮김, 서울: 책세상, 2003, 544~545쪽)
21세 청년 철학자 니체의 부활관이 잘 나타난 대목이다. 성경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이해하고자 하는 지적 탐구의 추론 과정도 성경 본문을 중심으로 꽤 잘 드러나 있다. 전반부는 복음서 중에서 누가복음을 인용하고 있으며 후반부는 요한계시록 1장 13~18절을 요약하고 있다. 성경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동시에 인용하면서 죽음에서 부활하시고 그리고 승천하셔서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 예수를 계시와 환상 중에 만난 장면까지 묘사하고 있다.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철저하게 종교교육을 받은 니체의 경우 독일어 성경을 알지 못했을 리가 없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서 기독교 진리의 핵심인 부활 사건을 직면하고 이 문제를 스스로 이해하고 평가하고 있다.
인용의 첫 부분에서 보듯이 니체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 상태를 묘사한다. 성경에 기록한 대로 십자가에서 손에 박혔던 못 자국까지 인용하면서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해 말한다. 그런데 무덤에 시신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리고 사라진 시신의 의미를 변화의 증거라고 설명한다. 자연적인 몸이 천상적 몸으로 변신했다고 말한다. 여기서 니체가 마태복음 7장이나 마가복음 9장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변형된 변화산 사건을 기억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니체는 무덤에 있던 몸이 사라진 이유는 자연의 몸이 천상의 몸으로 형질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본다. 그리고 니체는 무덤에서 사라진 예수의 몸이 땅이 아닌 하늘에 속한 것으로 이해하고자 ‘요한계시록’에 사도 요한이 땅과 차원이 다른 하늘에 속한 예수 그리스도를 인용한다. 내용의 의미를 좀 더 따라가 보면, 분명 지상에 왔던 나사렛 예수로 불린 인물로서 인자(人子)와 같음을 강조하지만 입고 있는 복장과 금띠는 분명 하늘에 속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머리와 머리칼은 사람의 신체처럼 보이지만 매우 흰 색깔을 띠고 있다. 하지만 눈은 불타는 무서운 모습이며 목소리는 지상에서 제자들과 백성들에게 가르칠 때 목소리를 연상하게 하는 시원한 물소리 같다. 인자의 얼굴은 태양처럼 광채가 난다. 이 인자의 광경을 보고 사도 요한은 죽은 자처럼 쓰러져 버린다. 이 세상에 있을 때 사도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품에 누웠을 정도로 친근한 모습이 복음서에 나와 있다. 이와는 다른 장면이다. 부활승천하신 같은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그 광경을 보고 감당할 수 없어 쓰러진 것이다. 그러면서 니체는 사도 요한이 정신 즉 환상 중에 본 것을 말한다. 사도 요한이 주님의 날에 살아 있었다고 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자신은 죽었으며 살았고 영원에서 영원으로 살아 있는 존재이며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인용한다. 우리가 보는 개역성경은 18절 마지막 부분은 오른편에 앉았다가 아니라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니체는 성경본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의 변화와 변형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니체가 소개하는 본문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자연적 몸이 천상적 몸으로 변화한 사건이다. 그리고 그 상태를 니체는 천사들과 방불하다고 이해한다.(앞의 책, 545쪽) 니체의 고민은 지상에 속한 몸이 천상에 속한 몸으로 변형했지만, 천상에서 여전히 지상의 자연상태의 몸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느냐일 것이다. 부패하는 지상의 것이 어떻게 부패하지 않는 천상으로 동일하게 이어진다는 말인가? 니체의 말을 더 들어보자. “부활 이후의 예수의 몸은 천상적·정신적 몸, 신의 형상으로, 살과 피가 없이 불멸이다. 자연과 신의 대립에 따르면 이것은 자연적인 몸의 반대이다. 따라서 예수는 영적 존재다.”(앞의 책, 542쪽) 예수는 영적 존재, 신성에 속한 존재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니체가 부활한 예수님을 이해한 것일 뿐이지 이해한 대로 그대로 믿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니체는 다메섹으로 가던 바울 사도가 만난 예수 그리스도를 감각적 현상을 초월해서 일어난 경험이라고 한다. “감각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사이의 유령과 같은 중간”(앞의 책, 543쪽)의 상태에서 겪은 경험이라고 한다. 지상에 있는 몸으로 천상에 있는 사건을 경험한 것이다.
청년 철학자 니체는 이렇게 초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부정하기보다는 지적으로 이해하려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메모를 했다. 니체는 자기 철학의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의 ‘몸’에 집중해서 자신의 철학을 정립해 간다. 권력의지, 영원회귀, 가치창조, 예술가적 철학 등등, 이러한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들은 모두 ‘몸’과 관련된다. 성경에 기록된 부활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에 대해서 철학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는 아마 자신의 ‘몸 중심’의 철학을 전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 바울 사도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 부활 복음의 진리를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된다.
12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다 전파되었거늘 너희 중에서 어떤 이들은 어찌하여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이 없다 하느냐 13 만일 죽은 자의 부활이 없으면 그리스도도 다시 살지 못하셨으리라 14 그리스도께서 만일 다시 살지 못하셨으면 우리의 전파하는 것도 헛것이요 또 너희 믿음도 헛것이며 15 또 우리가 하나님의 거짓 증인으로 발견되리니 우리가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다시 살리셨다고 증거하였음이라 만일 죽은 자가 다시 사는 것이 없으면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다시 살리시지 아니하셨으리라 16 만일 죽은 자가 다시 사는 것이 없으면 그리스도도 다시 사신 것이 없었을 터이요 17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신 것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 18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잠자는 자도 망하였으리니 19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바라는 것이 다만 이생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리라 20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도다(고린도전서 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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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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