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4〉서구 이원론 사상의 뿌리: 로마 가톨릭의 자기중심적 세계관
우주의 중심에는 지구가 있다. 지구의 주위에는 해와 달과 행성들을 포함한 일곱 개의 하늘이 있다. 그리고 영적인 별들과 함께 여덟 번째 천구가 있고, 아홉 번째 천구는 수정의 하늘이고, 열 번째 천구는 최고선이다. 여기서 하느님이 그 아들과 선택받은 이들과 함께 왕좌에 앉아 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자신들의 품위에 따라 아홉 천구들에 분산되어 있다. 지구의 중심은 지옥인 동시에 정죄하는 불의 산이다. 하늘은 영적 존재들의 왕국과 함께, 땅은 악마들과 함께 있다. 인간은 그 중간에서 양쪽 모두에 관여하고 있다. (……) 자연은 자신에게서 분리되어 나간 영적 존재, 하느님, 이중의 영적 존재들의 무리, 그리고 인간의 노리개다. (……) 하느님은 도덕적 목적에 따라 자연을 다스린다. 죄를 징벌하기 위해 그는 우박, 폭풍우, 지진을 보낸다. (……) 최대의 마법사는 교회이다. 십자가의 표상과 예수의 이름은 마력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빵과 기름과 포도주와 종 등등에 축복을 내리고, 그렇게 하여 그것들에 더 높은 힘들을 부여한다 (……) 정신과 자연 간의 이원론이 이 세계관에 본질적인 것이다. 학문과 예술, 국가와 삶은 이 이원론에 봉사한다. 땅 위에서 천상적인 정신의 국가를 체현하는 주체인 교회가 국가를 지배한다.(Friedrich Nietzsche, 「유고(1864년 가을~1868년 봄)」 니체전집1(KGW I4,II2,II4), 김기선 옮김, 서울: 책세상, 2003, 546-547.)
긴 인용은 중세 로마 가톨릭의 세계관에 대한 루터파 목사의 아들 청년 니체의 정의와 정리 내용이다. 루터파는 교리 면에서 로마 가톨릭과 차이가 있지만, 종교적 의식(儀式) 면에서는 유사한 행위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청년 니체의 인간관이나 구원관은 로마 가톨릭 전통에 반감을 가졌을지 모르나 우주관이나 세계관에서는 로마 가톨릭 지식이 청년 시절을 지배하고 있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니체의 설명에는 우주관과 신관 그리고 교회관과 관련된 이원론을 담겨 있다. 이 글을 보면 서양 사상에 뿌리인 이원론(二元論)은 로마 가톨릭의 세계관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읽으면서 느꼈지만 그리스도 신화와 로마 가톨릭 세계관도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니체의 설명에 보면 오래전 동네 할머니들과 동네 무당들이 흔히 말하던 귀신들이 구천(九天)을 떠돌고 있다는 것도 가톨릭 세계관과 유사하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니체는 지구 중심에 지옥이 있으며 심판하는 불이 끓고 있다. 하늘에는 영적 존재가 살고 땅은 악마가 지배한다. 인간의 양쪽 모두에 걸쳐있다. 로마 가톨릭의 공로 구원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동하기에 따라서 하늘나라로 갈 수 있고 땅속 지옥으로도 간다. 그리고 자연 현상들은 하나님이 진노하시는 징벌의 표징이라고 한다. 그것을 교회 권력이 마법사처럼 조절할 수 있다는 허구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니체는 로마 가톨릭교회를 ‘최대의 마법사’라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이용해 로마 가톨릭은 복도 내리고 저주도 내린다. 천국과 지옥을 보내는 모든 열쇠를 교황청과 사제들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천 년 동안 고착화된 이원론이 중세의 기본 세계관이며 근대와 현대의 서구 사상의 뿌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로마 가톨릭 종교 권력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고 모든 국가 권력까지 장악하였으며 교황청을 중심으로 지상(地上)에다 천상(天上)의 나라를 실현하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이러한 의도는 로마 가톨릭이나 현재 개신교나 모두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이원론에 뿌리는 두고 많은 무식 대중들에게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것을 말하는 종교적 특권층에 속하는 사람은 당연히 천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여긴다. 물론 착각이다. 로마 가톨릭의 교황이나 사제 혹은 교회의 목사들을 대부분의 신도들은 자신들과 다른 차원이 있다고 믿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차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을 걸어 놓고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스스로 자기 구원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교적 이원론은 단순한 가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천국과 지옥의 틀 속에 넣어 버린다. 종교적 계략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천국과 지옥으로 자연스럽게 나눈다. 거짓 종교지도자들은 신도들의 행복과 불행을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미 만들어 놓고 있다. 신도들이 행복하면 지도자 자신이 신에게 잘해서 그렇다고 하고, 불행하게 되면 신도들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빠져나간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거짓 종교지도자에게는 무조건 유리하고 일반 신도들은 무조건 불리하다.
이러한 불합리가 종교와 인간 본질에 대해 고민 많은 청년 니체가 볼 때 로마 가톨릭이 천 년 동안 고착화시켰던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청년 시절을 지나면서 자신의 철학을 구상하면서 극복하고자 했던 니체의 과제가 이 이원론이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떤 판단도 자유롭게 내밀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이원론을 극복하려는 니체의 구체적 고민과 대안으로 후에 ‘선악을 넘어서’라는 작품을 출간하게 된다. 중세 로마 가톨릭은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적극적으로 이원론적 세계과을 구상했다. 니체는 그 세계관을 넘어서고자 몸부림쳤다. 자연 중심적인 니체의 우주관은 후에 ‘영원회귀론’으로 드러난다. 욥이 만난 우주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운행자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만나지는 못했다. 죽어가는 욥에게 여호와 하나님은 매섭게 우주만물의 창조주와 운행자가 자신임을 너무나 상세하게 알려주신다.
3 너는 대장부처럼 허리를 묶고 내가 네게 묻는 것을 대답할지니라 4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 5 누가 그 도량을 정하였었는지 누가 그 준승(準繩)을 그 위에 띄웠었는지 네가 아느냐 6 그 주초는 무엇 위에 세웠으며 그 모퉁이 돌은 누가 놓았었느냐 7 그 때에 새벽 별들이 함께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쁘게 소리하였었느니라 8 바닷물이 태에서 나옴같이 넘쳐 흐를 때에 문으로 그것을 막은 자가 누구냐 9 그 때에 내가 구름으로 그 의복을 만들고 흑암으로 그 강보를 만들고 10 계한을 정하여 문과 빗장을 베풀고 11 이르기를 네가 여기까지 오고 넘어가지 못하리니 네 교만한 물결이 여기 그칠지니라 하였었노라(욥 3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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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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