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재계와 전쟁과 질병을 대비하자
子之所愼 齊戰疾
자지소신 재전질
『논어』 7장 「술이」의 계속이다. 그 해석은 이렇다.
“공자가 삼간 것은 재계와 전쟁과 질병이다.”
재는 재계하는 것으로 장차 제사를 지내려 할 때 자신의 생각들 중에 가지런하지 않은 것들을 몸을 씻어 깨끗이 하고 마음을 가지런히 평안하게 하여 신명(신)과 교통하는 것이다. 제사하는 자가 정성을 다하느냐 다하지 않느냐에 따라 귀신이 제사를 받고 안 받고 한다고 믿었기에 모든 사람이 단연코 재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쟁의 경우는 그것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생사의 갈림길에 처하게 되며 결국에는 국가의 존망과도 관련된다. 그래서 공자가 전쟁에 대해 집중하여 대비한 것이었다. 질병의 경우도 그것이 개인의 생사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특히 전염병의 경우라면 가족 전체는 물론 이웃과 사회, 나라 전체의 존망이 달려 있기에 누구라도 전심전력하여 근신하며 대비해야 한다.
물론 공자가 단지 재계나 전쟁이나 질병이라는 이 세 가지 사안에만 조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성인으로서 공자는 매사에 삼가고 정성을 다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윤 씨는 “부자(선생, 공자)가 삼가지 않은 것은 없을 것이지만 제자들이 그중에 중대한 것들만을 기억했을 것”(夫子無所不謹,弟子記其大者耳, 부자무소불근, 제자기기대자이)으로 이해하였던 것이다.
공자가 삼가서 대처한 재, 전, 질은 모두 개인은 물론 전체 백성들과도 관련된 사태들이었다. 세상에 덕을 실천하고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유학자이자 성인이라는 자가 단지 개인 차원의 문제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성인이나 유학에 어울리지 않는 태도다. 유학의 세계에서 재(齋)는 집안마다 중대한 일이었고, 국가적인 대사였다. 재계는 그 준비자의 정성에 따라 개인의 생사화복이 연계되어 있다고 믿었음은 물론 국가의 태평성세의 문제와도 직결된 것으로 여겨졌다. 전쟁은 많은 이들의 죽음으로 사람과 사회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전쟁은 현실적으로 참혹함은 말할 것도 없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심리적 공허함과 공포심, 물질적 황폐함과 파괴성 등을 회복하는 데도 심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질병은 개인적인 심리적 상실감과 절망감, 온 가족에 끼치는 간병과 치료의 부담감 등을 안겨주며 이외에도 이웃이나 사회에 두려움을 준다.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막중한 책임감을 안길 수 있다.
공자는 당대의 스승의 한 사람으로서 이처럼 개인은 물론 가정이나 이웃, 사회 나아가 국가에까지 미치는 일들에 대하여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이다. 그는 단순한 일개 스승으로 머물러 살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다해서 제자들은 물론 나라 전체에까지 미칠 수 있는 사태들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고 대비하려 했던 사람이었다.
그리스도인들 역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이면서도 천국 시민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세상의 시민이자 천국시민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점들을 대비하며 인생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려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그 이면으로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일들에 대비하는 데만 집착하여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스도인이 자신과 자신의 가정과 교회와 사회와 국가와 세계에 대하여 어떠한 일들에 숙고하고 대처하면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해야 할까. 그 출발은 자신이 하나님을 어떻게 섬기고 있으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해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피며 가꾸는 데 있다. 다음으로 이 땅의 모든 어린 자녀들에 대해서는 어떤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는지 생각해야 하고, 모든 부모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준비하는 것이다. 자신이 병에 걸렸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많은 병든 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처신할지 등도 믿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와 신자들 사이에서의 서로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배려, 베풀어 줌 등을 구체적이며 지속적으로 살피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어떤 기대가 있으며 어떤 나라와 국민이 되기를 기대하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 가야 할 것이다.
선한 그리스도인이여! 말씀을 따라 선한 양심을 가지고 개인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날 커다란 일들로부터 자잘한 일들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살피고 대처하여서 그러한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하늘나라로까지 이어지는 영원 지향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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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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