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5-04-12 07:34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테러리즘의 감염 확산, 공멸의 징후인가?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니체 이후의 현대철학 〈101〉


서양을 발전한 사회로 볼 때 그 분야 중 먼저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성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의 상징은 무엇보다 공동체의 이념을 구체화한 ‘헌법’이라는 규범일 것이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헌법은 ‘도덕 공동체의 이념’(지오반나 보라도리, 『테러 시대의 철학』, 손철성 외, 2004, 141쪽)이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 발전의 당위성이자 궁극적 목적이라고 한다면, 각 개인의 헌법 준수는 법치주의의 발전을 의미하며, 이렇게 법을 준수하는 공동체는 그만큼 개인을 도덕적으로 성숙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갖도록 한다. 결국, 도덕이라는 가치는 개인 자유와 사회 정의의 확대가 국가라는 전체 집단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바탕이 되며, 모든 인류의 발전 가능성의 조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도덕적 사고 발상은 이제까지 대개 서양 중심이었다. 즉 서양의 가치와 이익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낯선 이방인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해 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근대에서 현대로 진행하면서 일어난 교류의 확대는 역설적으로 서양에 속하지 않는 다른 자들을 이방인으로 규정하고 점점 더 낯설게 만들었다. 그리고 서양과는 다른 이질적인 다양한 생존의 양식을 야만적이고 천박한 문화로 함부로 쉽게 평가했다. 나아가 타인의 문화에 발전과 계몽이라는 미명으로 서양의 가치와 방식을 강요했다. 이렇게 서양 주도적인 근대 민주주의 전개 과정은 결국 자신의 이익 팽창을 ‘인륜적 가치의 확대’라는 결국 실현 불가능한 허구를 조작해 온 과정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가치의 상대성을 고유한 특성으로 삼는 다양한 문화를 선진 문화라는 이름으로 획일화하고자 하는 데는 분명한 의도가 있으며, 그 의도는 간단하다.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타인을 자기 이익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데 있다.  인륜적 가치를 운운하는 것은 지배를 위한 구실일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러한 서양의 지배 전략은 피할 수 없는 심각한 충돌을 야기한다. 바로 민족의 고유성을 종교와 함께 유지하고자 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대립과 투쟁이다. 종교가 이미 액세서리가 된 지 한 세기 이상 지난 서양의 세기말적 현상을 생존 전략으로서 종교 문화를 유지하는 자들에게 서구의 방식을 강요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문명의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문화적 요구 이면에 삶의 소비 패턴을 바꾸게 하고 상품시장을 확대하려는 꼼수를 부리며 동물적 본능보다 심한 물질적 탐욕의 욕구를 숨기고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더라도, 종교와 정치, 경제와 교육, 법과 상식이 전혀 다른 문화를 저급한 문화로 평가하고, 성숙해야 할 ‘미완(未完)의 기획’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충돌의 강한 후폭풍을 스스로 만드는 경우가 된다. 계몽의 기획은 언제나 과거의 습속(習俗)에 대한 단절의 요구를 반드시 포함하는 만큼, 전통문화의 뿌리가 깊은 곳은 과거를 붙잡으려는 열정도 그만큼 더 커질 밖에 없다. 이는 자살 폭탄의 뇌관에 스스로 기꺼이 스파크를 일으켜 명예로운(?) 전사의 죽음을 택하도록 몰아갈 것이다.

전통에 대한 종교적 의미부여는 곧 다양한 일상적 삶을 오히려 신성하게 만들도록 자극하며, 삶의 방식을 그대로 보존하는 행동은 이내 ‘성전(聖戰)’의 명분과 연관시키도록 한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의 지적을 따르면, 약소국들이 민족주의적 결단으로 극단적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일은 현대사에서 서구 중심의 지배 구도가 자리를 잡아 가면서 오래전부터 그 내부에서 함께 자라온 공포의 ‘괴물’이라고 한다.
패권주의의 탐욕에 젖은 야욕(野慾)을 무차별적으로 행사하던 괴물을 이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그 괴물의 활동을 ‘지구촌 테러리즘의 일상화’라는 현상으로 칭할 수 있다. 테러인지 내전인지, 전쟁인지 평화수호인지, 테러리스트인지 정의의 투사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는 무자비한 이 괴물은 더욱 격화될 반격의 현장에서 희생의 선혈(鮮血)을 찾아다닐 것이다. 귀 있는 자의 시대 분별을 위한 지혜가 무엇보다 더 필요하다. 

 
7 너희가 전쟁과 전쟁의 소문들을 들을 때에 놀라지 마라.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8 민족이 민족을 대적하여 일어나고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날 것이다. (… …) 이것들은 재난의 시작이다.(바른성경/ 막 13:7~8)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권력의지’의 생리로서 테러리즘
세계화가 키우고 있는 괴물: 테러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