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억지로 하지 않아도 이루어질 수 있어야
不出戶 知天下; 집문 밖을 나서지 않아도 하늘 아래(세상)를 알고;
불출소 지천하
不규유 見天道。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를 본다.
불규유 견천도
其出彌遠, 其知彌少。 그 나아감이 (도에서) 점점 멀어지면, 그의 앎은 더욱 적어진다.
기출미원, 기지미소
是以聖人不行而知, 그러므로 성인은 굳이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시이성인불행이지
不見而名,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아도 밝히 분별하며,
불견이명
不爲而成。 억지로 하지 않아도 이룬다.
불위이성
(노자 47장)
도를 아는 사람은 굳이 집 밖을 나서지 않아도 천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안다. 그는 창문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를 바라볼 줄 안다. 하지만 도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앎은 더욱 적어져가는 법이다.
그래서 성인(도를 아는 사람)은 모든 사태에 대하여 구차하게 쫓아다니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모든 사태의 본질 또는 삶의 바른 의미를 알 수 있다. 도를 아는 자이기에 성인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 경험하지 않더라도 사물의 본성을 바르게 분별하여 드러낼 수 있다. 그는 굳이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고자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든지 도에 맞게 이루어지게 한다.
노자 47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불출호 …… 기지미소”까지는 사람이 방 안에서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깊게 성찰하면 하늘의 도(이치)나 천하의 실정을 바르게 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기출미원’부터 끝까지는 바깥세상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자제하게 하면서 다시금 ‘불출호’ ‘불규유’로 돌아갈 것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각이나 지각적인 느낌에 따른 욕망의 발산은 도에서부터 멀어질 뿐이다. 끝없이 자신의 내면의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자가 도를 분명하게 할 수 있고 도다운 도를 이룰 수 있다.
기독인이 노자 47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익은 무엇인가. 그 하나는 하나님의 말씀 안에 살면서 세상을 보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인은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기독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먼저 깨달은 후에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기독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듣고 할 때마다 반드시 그 말씀대로 이루어짐을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인이 이 말씀을 깨닫고 말씀을 기준으로 살아갈 때 천하의 움직임을 바르게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과 지혜는 세상을 통한 깨달음이나 그 지혜와는 분명 다르다.
또 다른 유익은 기독인이 무슨 일을 하든 자연스럽게 해나가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최고 수준의 기술이나 지식 등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할 때에 누구보다도 그 일을 자연스럽게 한다. 마찬가지로 기독인이 하나님을 믿는 일에서 어색함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독인이 하는 일은 오른손이 하는지 왼손이 하는지 서로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뜻에 맞게 처리되어야 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리가 없다. 하는 일마다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서든지 오직 하나님의 뜻이 드러날 때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를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기독인은 굳이 무슨 일이든 그 일에 대해 다 경험하지 않아도 그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다. 어떤 일을 만나든지 그 일에서 굳이 자신의 노력으로 알아내려고 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뜻을 볼 수 있다. 반드시 어떤 일이라도 해내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야 말리라 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억지로 하지 않으면서도 일마다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 내기도 하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하신 일을 하나님이 아신다. 하나님이 하신 일을 예수님이 다 아신다. 그 일이 예수님이 하신 일인지 하나님이 하신 일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진리가 있다. 거기에 하나됨(oneness)이 있다. 거기에 순수함이 있다.
대한민국의 기독인들이여! 기독인 부모와 자녀가, 기독인 형제와 남매가, 기독인 친구들이 서로 하는 일마다 누가 한 일인지도 모르게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살아서 우리 자신과 가정과 교회와 사회에 하나님의 진리와 하나님과의 하나됨, 그리고 순수함이 깃들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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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박사(교육학박사), 백석대 외래교수 |
부드럽고 연하게 살아보세! |
하늘의 도는 스스로 물러남이거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