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09-06-30 13:54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인격의 동력으로서 성적욕망


니체는 신의 존재를 비롯한 인간의 지고한 가치들은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구로 본다. 허구는 절대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도 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절대적이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니체는 가치라고 부른다. 허구이기 때문에 불변하거나 절대적일 수 없다. 하지만 삶의 유지를 위해서 반드시 만들어내야만 하는 가치로서 허구가 있어야 한다.
  허구이지만 반드시 만들어내야만 하는 삶의 보존 수단을 니체는 가치라고 부른다. 이를 테면, 하나님, 자아, 행복, 자유, 영혼 따위가 그런 것들이다. 이것은 인간의 삶 중에서도 특히 의미를 부여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니체의 지적은 그러한 의미부여의 수단들이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불변하는 것처럼 맹신한다는 것이다. 그 수단들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인간 삶을 황폐화 시킨 경우가 서양 기독교에 의해 날조된 신이라는 절대적 가치다.
  이러한 니체의 지적을 그대로 계승하는 철학자가 미셸 푸코다. 니체가 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양심의 야만성을 폭로했다면, 푸코는 기독교에 의해 왜곡된 인간의 도덕적 양심을 새롭게 구성하려고 한다. 그래서 푸코는 고대 그리스 사회의 성 문화를 근본부터 재검토한다. 그는 󰡔성의 역사󰡕 1-3권은 이러한 작업을 위해 썼다.
  서양 기독교는 인간 중심의 가치를 정립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절대적 신을 가공해서 그것으로 인간의 의식을 억압했다. 본래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도덕적 양심을 인간 내면에 날조해서 그것을 신이 준 은혜의 산물인 것처럼 고착화시켰다. 날조의 결과는 인간의 본능과 감성을 도덕적 행위의 대적으로 삼은 것이었다. 푸코에 따르면 기독교가 서구 사회에 들어옴으로써 인간의 자기 관리와 관련된 성행위와 성적 쾌락이 근본에서부터 왜곡되었다고 본다.
  푸코는 인간의 성(sex)을 생존을 위한 기술(technic)로 본다. 다시 말해 삶을 관리하고 자신을 만들어가는 원천으로 말이다. 유한한 인간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본능적으로 본성에 호소해서 자신의 인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본다. 이러한 사실을 푸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적 활동은 죽음과 삶, 시간과 생성과 영원성이란 넓은 지평 위에 자리 잡는다.”
  푸코는 여기에서 시간을 벗어나려는 욕구 즉 영원성을 지향하는 의지를 인간의 근본 욕구로 설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독교가 말하는 영원한 세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상상력은 시간과 변화 그리고 죽음의 배경을 가지고 영원하면서도 불변적인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푸코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은 단순히 성적 쾌락을 위해 성의 자유로움을 구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유한하고도 불안하며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삶을 대하면서 삶을 견디기 위한 기술로서 성행위와 그 쾌락을 활용했다. 기독교는 여기에다 오로지 한 경우 즉 ‘합법적 생식의 시간’에만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렇지 않으면 성적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 된다.
  이처럼 푸코가 보기에 그리스인들에게는 성적 쾌락은 연애기술이 아니라 삶의 기술을 만드는 자기성찰의 일환이다. 기독교처럼 종교 제도적 승인의 대상이 결코 아니었다. 성행위는 자신을 행동의 주체로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의 조건이었다. 다시 말해 절제와 절도(節度) 그리고 시기(時機)를 훌륭하게 조절하면서 자기 인격을 만들어주는 가능성이었다. 왜냐하면 성행위는 모든 쾌락 중에 가장 격렬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육체적 활동들보다 대가가 크며, 삶과 죽음의 유희에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절제 하지 않고 적절히 배분하지 않는다면, 의지를 넘어선 힘의 폭발과 에너지의 쇠퇴, 고귀한 자손을 갖지 못한 죽음이 기다린다. 이렇게 푸코는 고대 그리스도 사회의 성행위가 인간의 자기 인격성을 만드는 원천으로 보았다.
  하지만 본능에 대한 푸코의 이러한 설득력 있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본능의 자유에 드리운 허탄함을 또 다시 떠올리게 된다.
 
18 저희가 허탄한 자랑의 말을 토하여 미혹한 데 행하는 사람들에게서 겨우 피한 자들을 음란으로써 육체의 정욕 중에서 유혹하여 19 저희에게 자유를 준다 하여도 자기는 멸망의 종들이니 누구든지 진 자는 이긴 자의 종이 됨이니라.(벧후2:18-19)

<다음 호에는 ‘성과 부부관계의 종속성’을 다루고자 합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억압적 부부 관계와 사회질서의 원동력
성적 쾌락과 도덕적 인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