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22-10-17 22:2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어진 사람은 자신도 서고 다른 사람도 서게 한다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부인자 기욕입이입인 기욕달이달이 능근취비  가위인지방야이.


『논어』 「옹야」의 마지막 구절(지난 호의 구절과 함께)이다.

“어진 사람은 자신이 서고 싶어 하는 것에 다른 사람을 서게 하며, 자신이 통달하고 싶어 하는 것에 다른 사람을 통달하게 한다. 가까운 것으로 비유를 들 수 있으면 인(사랑)을 행하는 방법이라 할만하다.”

어진 사람의 마음은 ‘자신의 것으로써 남에게 미치게 한다(以己及人, 이기급인).’ 그 사람의 마음 씀은 하늘이 만물에 대하여 두루 은덕을 베풀며 운행하는 사태와 차이가 없다. ‘비(譬)’는 비유하는 것이다. ‘방’은 방법(術, 술)이다. 즉, 자신에게 있는 것을 가지고 인의 실천을 비유해 가는 것이 인을 행하는 방도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비유해 보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것임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원하는 그것으로 미루어 다른 이에게 미치게 되어야 한다. 이것이 너그러움을 베푸는 일이요 어짊(사랑)을 행하는 방책이다. 이렇게 힘써 갈 때 그 자신의 사사로운 욕망을 넘어서서 천리의 공평함을 온전히 실천할 수 있다.

정자(程子, 1033~1107)에 따르면 어진 사람은 천지만물을 자신과 한 몸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것이 없다(仁者, 以天地萬物爲一體, 莫非己也, 인자 이천지만물위일체, 막비기야).

본문은 앞에서(지난 호 한국크리스천신문 참조) 자공이 공자에게 질문하였던 대로 “만약에 백성들에게 널리 베풀어서 많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인(사랑)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에 대한 대답의 연장이다. ‘널리 베풀어서 많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것’(博施於民而能濟衆, 박시어민이능제중)도 무작정 포괄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으로 남에게 미칠 수 있을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충고가 덧붙여지고 있는 것이다. 널리 베풀어서 많은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성인이 이 일을 못해서 병이 날 정도의 훌륭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 일의 시작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미루어서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인을 행하는 방도다.

사실 이러한 일은 인을 행하는 것만이 아니다. 공부를 하든, 사업을 하든, 운동을 하든, 무엇인가 오래도록 지속해서 어떤 선한 일을 하고자 할 때도 반드시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자신의 하고자 하는 일이 비록 처음에는 자신의 사사로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모든 이에게 선으로 돌아갈 때 그것이 선을 행한 그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거나 추위를 피하고자 옷을 입는 것 등은 자신의 욕구에서 비롯된 일이긴 하지만 먹고 입는 것들이 모든 주위의 사람들에게 은택으로 스며들어서 함께 배부르고 따스하게 된다면 그것은 선을 행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능근취비’다.

그리스도인들의 믿음 생활에 대해서도 능근취비는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 그리스도인이 아무리 은혜가 넘쳐서 위대한 하늘나라의 일을 하고 싶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서 다른 사람을 세울 수 있는 그런 믿음의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명이 작든 크든, 사적이든 공적이든, 적든 많든 그 시작은 자신의 욕구의 만족 여부를 근거로 해서 타인에게로 미루어 가는 것은 사명을 감당하는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만 사명을 생각할 때는 그 사명으로 인해 자신이 함몰될 수도 있다.

대한의 그리스도인들이여!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해서 자신의 가족에게 그 사랑을 미치게 하고, 이웃의 개개인과 가족들에게로 그 검증되고 실천된 사랑을 베풀며 나아가서 마침내 교회와 사회와 나라 안에 사랑이 흐르는 사회 공동체를 세워가는 데 이바지하자. 그리하여 나도 서고 다른 사람도 세우는 사람들이 되자.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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