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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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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필자가 남아공 소식 1호에서 이름을 밝혔던 ‘요나’ 형제를 기억하는 독자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 친구는 필자가 앞선 지면(소식 1~2호)에서 소개했던 사경회의 광고시간에 나와 자신이 문서선교에 관심이 있기에 현재 케이프타운 대학(UCT)에서 ‘SCOPE’라는 기독교 세계관 잡지를 만들어 배포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필자가 속한 행정 주의 전 대학에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는 문화 선교 잡지를 배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며 기도부탁을 했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린 친구의 깊은 생각에 놀라 박수를 쳐준 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기말고사 기간 도서관 문 앞에 낯익은 이름의 잡지가 수북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SCOPE”. 스텔렌보쉬 1호 SCOPE. 이번 호는 현대인의 흔들리는 정체성의 문제를 진단해 현대인에게 절대적인 가치인 그리스도를 소개하려는 내용의 잡지였고 기고자들의 많은 부분은 사경회에서 만났던 친구들이었다. 필자는 이를 읽고 또 읽었다. 내용의 참신함 때문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그 친구들의 기독교인으로서의 진지함과 복음을 향해 반짝이던 눈빛들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스텔렌보쉬 SCOPE 1호
SCOPE와 더불어 스텔렌보쉬에도 방학이 찾아왔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 달 동안의 기말고사를 마친 학생들은 모두 그리웠던 고향으로 떠나고 그로 인해 교회에서 진행되던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도 약 한 달간의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교회는 이를 안식할 기회로 삼았을까? 오 노우! 오히려 교회는 한 달간의 방학을 학생들이 배우고 확신한 바를 실천할 기회로 만들고자 우리나라에서의 “여름성경학교”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정식 명칭은 ‘Holiday Bible Club’) 필자는 일주일간 이 친구들과 더불어 성경학교를 진행하며 바울이 디모데를 키웠던 것처럼 학생들이 디모데와 같은 충성된 일꾼이 되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과정 속에서 느낀 점 몇 가지를 독자들과 같이 나누어 보고자 한다.
▲ 매일 아침 기도로 성경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
먼저, 필자가 처음으로 놀랐던 점은 겨울성경학교가 스텔렌보쉬의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 in Stellenbosch)에서만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한 팀은 교회학교 교사가 부족한 시골 지역인 ‘허르마누스’란 지역으로 가서 성경학교를 진행하고, 나머지 한 팀과 중고등부 학생들은 교회에 남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경학교를 진행했다. 동일한 내용의 복음을 우리끼리만 먹을 수 없어서 복음이 필요한 곳으로 직접 찾아간 것이다. 여기에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허르마누스에 같은 교단의 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의 중심가에 있는 가장 큰 교회의 강당을 빌려서 성경학교를 진행하였고, 우리와 같은 교단에 소속된 교회의 어른들은 우리에게 매일의 저녁 식사와 편안한 성경공부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교회는 더욱 많은 아이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개교회주의를 넘고, 교단의 배타성을 넘어 복음을 위해 한마음으로 합력한 것이다.
▲ 주제 성경구절 암송시간 : 마태복음 6장 33절
학생들은 청년 담당 교역자 부부를 제외하고는 21명이 참여했다. 본격적인 미션에 앞서 각자의 맡은 임무를 정하는 시간. 누구는 사회자로, 누구는 찬양 리더로, 누구는 분반 공부 교사로, 누구는 장애아동 담당으로, 누구는 게임 진행자로. 모두 자기들에게 주어진 은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맡았고, 필자는 5~6학년 분반교사 및 등하교 운전을 맡게 되었다. 필자에겐 모든 것이 아직 어색했기에 ‘도움은 못되더라도 짐만 되지 말자’는 각오로 참여했는데 강요가 아닌 은사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다 보니 필자도 귀한 임무를 맡은 존재가 된 것이다. 하나의 진리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은사를 사용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주권적인 사역 앞에서 나에 대해 내가 내리는 ‘무가치하다’는 평가조차 설 곳을 잃게 되었다.
일주일간의 긴 여정 중 첫 이틀(토,일)은 마트와 장마당을 돌며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전도지를 돌리고, 팀을 나누어 여러 교회를 돌며 성경학교를 홍보했다. 필자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에 낯선 이들에게 말을 걸기가 많이 망설여졌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아이들은 “차이나, 차이나!”를 외치며 다가왔고 필자는 상하는 자존심(^^;;)을 억누르며 “얘들아, 난 ‘차이나’에서 온 게 아니라, ‘킹덤 오브 헤븐’에서 왔단다. 월요일에 ‘킹덤 오브 헤븐’의 문이 열리니 꼭 와”라는 어설픈 농담을 하며 전도지를 돌렸다.
숙소로 돌아온 후엔 학생들은 이번 성경학교 주제인 “최고의 왕국”(The Greatest Kingdom Ever")에 맞는 소품들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출발 전 차 안에는 재활용 박스만 잔뜩 실려 있었기에 ‘저 쓰레기들로 뭘 하지?’라며 의아했었는데 마치 하나님께서 쓰레기 같은 우리 죄인들을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삼아 그의 왕국을 만들어내었던 것처럼, 학생들은 재활용 박스로 왕국과 관련된 모든 소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돈 조금이면 모두 화려한 것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지만 재활용품을 가위로 오리고 물감으로 색칠하며 준비하는 가운데에서 자본주의가 우리의 교회에 가져온 효율성과 화려함이 땀과 열정을 품은 진리의 보화를 얼마나 훼손시키고 가리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복음은 얼마나 거친 것인가? 바울을 통해 복음을 전하신 성령의 능력은 그의 땀범벅이 된 걸음과 헤어진 성경 속에 있지 않았던가! 혹시 물질의 축복을 자랑하는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고후6:10)가 아닌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으나 아무것도 없는 자’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 재활용품을 이용해 왕국의 소품 만드는 중
<10면에 이어서>
본격적인 성경학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되었다. 게임과 찬양, 율동, 성경 암송, 분반 공부 등으로 진행된 성경학교의 모습은 어릴 적 필자가 시골에 살며 경험했던 그때와 매우 흡사했다. ‘가장 위대한 하나님의 나라’라는 주제로 20여 명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확신한 복음의 내용을 진지하고 유쾌하게 다양한 방편을 동원하여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필자가 볼 때 이 학생들은 모두 전문 사역자들처럼 보였다. ‘어떠한 신앙교육이 이 젊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복음에 진지하고,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을 자랑스러워하며, 복음 진리를 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었을까?’ 필자는 이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성도들과 공유하고 싶어 사진을 찍어두었고 틈날 때마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한 가지를 공통적으로 물어보았다.
“지금까지 삶 속에서 네 신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 누구니?” 이 질문에 대부분은 뭐라 대답했을까? 바로 “부모님”이었다. 하나같이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이 친구들은 부모님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은혜의 깊이와 넓이를 배웠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이 동일하게 했던 대답 중 하나는 이들이 사춘기를 거치며 신앙의 방황과 더불어 신앙의 확신을 했다는 것이다. 그랬다! 사춘기는 모태신앙으로 자라난 아이들에게 있어 본성상의 죄를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은혜의 시기였고, 부모들은 이 시기를 고통스럽게 겪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이때를 이용해 ‘서울대 입학의 필요성’이 아닌 율법과 죄를 통해 ‘그리스도 은혜의 절대적 필요성’을 가르쳤다!
죄가 기회를 타서 계명으로 말미암아 나를 속이고 그것으로 나를 죽였는지라 이로 보건대 율법도 거룩하며 계명도 거룩하며 의로우며 선하도다 (롬7:11-12)
하루하루 성경학교 일정이 끝나면 우리는 모여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성경본문을 같이 준비했고, 저녁식사 이후에는 함께 동행한 청년담당 목회자의 인도로 ‘베드로후서’를 공부했다. 참 재미있었던 점은, 우리의 미션에 목회자가 함께 했지만 그분이 하는 일이라곤 숙소 예약해주는 일, 점심 식사 차려주는 일과 저녁때의 성경공부 인도가 전부였다. 모든 성경학교 일정은 학생들 스스로의 계획 하에 잘 진행되었기에 목회자의 개입이 필요 없어 보였고, 그분도 크게 간섭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분에게 있어 이번 성경학교는 학생들로 하여금 진리를 ‘배우는 교육’을 지나 진리를 ‘가르치는 교육’을 여는 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 동안 열심히 가르친 후 저녁때 진행된 베드로후서 공부는 화룡점정이었다. 마태복음 13장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학생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낀 한계와 의문점, 문제의식 등을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었고 이 시간은 이러한 의문들을 베드로후서의 본문을 공부하는 가운데 꺼내놓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탁월한 본문 선택이었다. 베드로후서에서 보여주는 그리스도의 재림과 심판 그리고 도래할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약속들은 학생들의 의문을 풀어주기에 충분했고, 우리가 가르치는 내용에 더욱 큰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렇게 학생들은 오전에는 가르치며 배우고, 낮에는 준비하며 배우며, 저녁때는 들으며 배우는 그리스도의 제자로 일주일을 보낸 것이다.
우리는 그의 약속대로 의의 거하는 바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다 (벧후 3:13)
▲ 성경공부
이렇게 일주일간의 고되고 행복했던 일정이 마무리되며 방학도 어느새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필자의 겨울방학은 젊은 대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SCOPE 매거진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어린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나라 소식을 전하려는 겨울성경학교로 마무리 되었다.
분명히 방학이었다. 그러나 은사에 따라 달란트를 받은 신실한 하나님의 종들에게 방학은 쉼이 아닌 시작이었다.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6:33)
* 필자가 찍은 학생들의 겨울 성경학교 사진들을 공유하고자 사진영상으로 만들어보았다. 아래 주소를 통해 유투브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다. https://youtu.be/0hdO_AZO_ag
변도근 (전 장안중앙교회 교회학교 교사 / 남아공 스텔렌보쉬 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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