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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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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의 리더를 키우는 일은 진리를 지켜내야 하는 교회 사역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에서 몇 해 간 말씀 사경회를 진행해 오면서 잊히지 않는 사경회는 2010년 여름 사경회였다. 이전까지 우리 교사들은 사경회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교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퍼주기 바빴고 사경회를 마치면 모두가 지쳐 초주검이 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2010년 사경회 때엔 대학생과 고등부 선배 중 몇몇 학생에게 충실한 설명이 담긴 교사용 교안을 나누어주고 미리 공부하게 한 후 아직 미숙한 학생들과 한 조가 되어 그룹 성경공부를 이끌어보게 하는 시도를 해보았다. 시작 전엔 반신반의했던 교사들은 고학년 학생들이 우리처럼 나이 있는 교사들보다 학생들을 더 잘 이끄는 것을 보고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필자는 이번 청소년 말씀 캠프(Crossword Youth Camp)에 참여해서 메인 프로그램과 더불어 진행된 리더양육 프로그램을 접하며 과거 학생들이 주도한 사경회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진리 전수의 사명을 띤 교회교육은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후배가 잘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 말씀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리더훈련생(Trainee)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크로스워드 청소년 말씀캠프에서 청년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리더와 리더훈련생으로 봉사하게 된다. 이번엔 약 60여 명의 청년들이 참가했고, 그중 약 30명 정도는 리더훈련생이었다. 리더훈련생 프로그램은 차기 리더를 만드는 훈련 프로그램으로 처음 참가하는 청년들은 모두 리더훈련생 과정을 거쳐야 하고, 필자도 첫 참석이기에 리더훈련생으로서 캠프를 도왔다.
2. 리더훈련생들의 일정은 매우 빡빡하게 돌아간다. 리더는 주로 학생들을 인솔하고 성경 말씀을 가르치며 대화를 이끄는 등의 역할을 하지만, 리더훈련생들은 행사의 진행과 물놀이 감독 등 학생들의 안전요원과 같은 역할을 주로 맡게 된다. 학생들이 강사에 의해 전체강의를 듣는 시간이면 리더훈련생들은 따로 모여 교육을 받는다. 교육내용은 성경해석 및 전달법에 대한 것으로 일주일의 시간 동안 매우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교재 한 권을 뗀다. 그뿐 아니다. 교육 후에는 늘 과제가 주어지기에 리더훈련생들은 쉬는 시간도 없이 과제를 해 와야 한다. 과제로 주어지는 것들은 성경 본문을 분석하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으로 성경 본문에 익숙하지 않은 훈련생들은 잠도 못 자고 본문을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3. 또한, 리더훈련생들은 자기 팀의 리더들이 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야만 한다. 매번 교육을 위해 모일 때마다 리더들이 팀을 이끄는 방식에 대해 자신이 관찰한 부분들을 나누고 자신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책이나 영상으로서가 아니라 눈앞에 있는 먼저 고민한 선배의 모델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필자와 우리 리더훈련생들에겐 매우 큰 유익이 되었다. 이런 ‘본이 되는 교육’은 비단 리더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4. 캠프가 막바지로 가면서 리더훈련생 교육도 정점에 다다른다. 지난 남아공 소식 2호에 소개된 내용과 같이 리더훈련생들은 1시간짜리 그룹 성경공부 포맷을 완성해서 모두 앞에서 발표해야만 한다. 매우 빡빡한 일정 속에서 이를 준비한다는 것은 필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훈련생은 일주일간 배운 성경해석법대로 자신들의 성경공부 교안을 완성해왔다. 또래 친구들을 위한 교안을 만들어온 친구, 어린이 교사를 하기에 어린이용 교안을 만들어온 친구,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교안을 만들어온 친구 등등 그 대상은 매우 다양했다. 하나의 말씀이 떨어졌지만, 말씀이 그 형제를 움직여 사랑하게 하는 대상이 이렇게나 다른 걸 보며 성령께서 필요에 맞게 베푸시는 은사의 구체성과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밤이 되어 모든 리더훈련생에게 잠깐의 외출 기회가 찾아왔다. 리더훈련생들을 책임지고 교육하던 목사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준 까닭이다. 우리는 처음 어색했던 사이가 언제 그랬었냐는 듯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려 서로 신앙과 진로에 대해 깊이 대화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함께 수고하고 말씀을 깊이 공감했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리스도 안 한 형제임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짧지만 힘들었던 리더훈련생 교육을 받은 친구들은 내년엔 리더로 활동하며 학생들을 직접 인솔하고 어린 학생들과 복음의 기쁨을 나누게 될 것이다. 네가 나보다 잘되는 것이 내게 시기와 질투가 아닌, 나를 살리며 우리를 살리는 길이라는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주신 진리가 우리 안에도 가득하기를 소망해본다.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디모데후서 2:2)
변도근 (전 장안중앙교회 교사, 현 Christ Church 초등부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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