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작성일 : 13-10-19 14:3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경제논리, 교육논리

교육이야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무상급식’도 안정화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도지사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음으로써 보혁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복지에 대해 부정적인 반면 진보는 긍정을 넘어 확대를 꿈꾼다. 따라서 보수를 표방하는 언론이나 시민들은 일률적인 무상급식 대신 선별적인 무상급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없고, 대신 다른 용도로 쓰면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파한다. 보편적 복지보다는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해묵은 과제지만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교사의 증원이 필요하다. 박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교원 1인당 학생 수 OECD 상위수준 도달’이라는 교육계의 염원을 공약으로 표방한 바 있다. 2013년 OECD 국제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 19.6명, 중등 17.2명으로 OECD 평균(초등 15.4명, 중등 13.6명)보다 훨씬 높은 실정이다. 공약이 OECD평균이 아닌 상위수준 도달이라고 했으므로 매년 수천 명씩 증원해야 공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무원 총 정원제’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자연감소를 고려하여 교원을 증원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무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인건비 등으로 지출되는 경직성 경비가 많아져 국가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령기 아동의 자연감소로 인해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교육여건은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럴 것이다. 예산의 낭비를 막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선이라는 입장에서 그렇다. 이른바 경제논리다. 정치는 정치논리, 교육은 교육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제라는 괴물은 모든 분야에 침투하여 자신의 논리를 심어놓았다. 경제논리 외에 다른 접근은 없을 것 같은 분위기다.
고민해보자. 보편적 무상급식 이전에 근무한 학교의 학생들 중에는 궁핍한 학생들이 많았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은 무상급식의 혜택을 보지만 차상위 가정의 학생들은 지역의 기업들로부터 일정 부분 지원을 받았다.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 아이들은 급식비를 제때 내지 못했다. 당연히 학교에서는 독촉을 하게 되고 아이들은 주눅 든 채로 눈칫밥을 먹었다.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경제적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종 서류를 떼어오도록 하여 누가 경제적으로 더 궁핍한 가를 가려내는 것도 못할 짓이다. 복잡한 가정 여건을 교사에게 파악하라는 것도 난센스다. 비록 효율적이지 않지만 한 명의 아이라도 상처받지 않고 눈칫밥 먹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맞다.
정부가 교육투자를 늘리지 않기 위해 제시하는 교육통계는 전국의 평균치다. 수치상으로는 과거에 비해 여건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맹점이 있다. 시골에 소재하는 A학교의 학급 당 학생수가 10명이고 도시의 B학교가 30명이라고 한다면 평균 20명이다. 다음 해에 A학교가 8명이고 도시의 B학교가 30명이라고 한다면 평균은 19명이다. 현실이 이렇다. 시골은 학령기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도시는 미미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시간이 흐르면 교육 여건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립학교의 과밀 학급 수는 전체 학교의 64.3%에 이르며 300만 명을 넘어선다. 통계상 수치와 실제는 따로 노는 것이다. 학급당 인원을 줄이는 것은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우리나라의 학급당 인원수는 개도국을 포함해도 세계적으로 하위권에 속하지만 정부는 통계에 기대어 학령기 인구의 자연 감소만을 강조한다. 즉, 지금 교원을 증원하는 것은 추가로 학교를 짓는 문제로 이어져 예산이 과다 지출되지만 아무 것도 안하면 나중에는 자연스레 여건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일지 모르는 훗날을 담보로 현재의 과밀 학급 학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은 교육적이지 못하다. 지금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자는 것이 교육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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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여성의 지위 여성에 대한 안수의 정당성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