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작성일 : 09-06-23 19:1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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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면서 계속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 “우리는 이슬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 파편화된 지식과 정보로 인하여 오해와 더 나아가 이슬람에 대한 협오증만을 확대 재생산해 내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이슬람하면 중동(中東)의 종교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기독교도 중동의 이스라엘에서 시작되었으므로 중동의 종교하고 해야 할 것이다. 어째든 이슬람은 중동에서 시작되었고, 전 세계 14억의 무슬림 인구 가운데 약 4분의 1일 중동지역 국가에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에 상당수 무슬림이 분포되어있음을 잘 모르고 있다. 한국의 어떤 이슬람 학자는 필리핀에 600만 명 이상의 무슬림이 있다는 말에 적지 아니 놀랐다. 책으로만 이슬람은 공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시아의 최대 종교인 이슬람

‘동남아시아(South East Asia)’ 라고하면 먼저 야자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 백사장과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연상한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드려다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과거 식민지시대로부터 지금까지도 서구의 열강들이 아시아를 세계최대의 자원창고이며 생산기지로 여기고 또 소비시장으로 여겨 마음껏 유린하는 동안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우리도 서구만을 지향하는 풍토 속에서 서구의 시각으로 아시아를 생각해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더욱이 동남아시아의 최대의 종교가 이슬람이고, 가장 많은 이슬람 인구를 가지고 있는 곳이 동남아시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전체인구의 87%로 2억의 무슬림을 가진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며, 말레이시아 53%, 브루나이 90%, 싱가포르 15%, 태국 6%, 그리고 필리핀 5% 등, 전체 인구 대비 상당수의 무슬림을 가지고 있다. 중동을 제외한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아시아에 세계 무슬림 인구의 절반인 7억이 분포되어 있다. 이는 이슬람을 중동, 또는 아랍인의 종교라고 생각해 왔던 우리의 생각을 뒤집는 것이다. 더욱이 9.11 이후 미국의 십자군식의 대테러 전쟁은 무슬림들의 정체성을 더욱더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지원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으로 동남아시아가 부상하였다.

상인들에 의해 전파된 이슬람

이슬람의 동남아시아 전파는 기독교의 전파보다 앞선 것이었다. 이곳으로의 유럽의 확장 초기에는 이슬람의 존재에 대한 확인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유럽인들이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기 이전에 이슬람은 서아시아에서 인도를 거쳐 동아시아로 이어지는 무역로를 따라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그 당시 이슬람화의 과정은 여러 섬과 섬 내륙으로의 진출로 이루어진 개종과 정복을 통해 이루어진 다양하고 불완전한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인도네시아 군도와 말레이 반도의 이슬람의 전래를 보면, 7-8세기경 스리위자야(Sriwijaya) 왕국이 수마트라 섬 동부 해안을 따라 번성하고 있었을 때 무슬림 상인들은 이미 동남아의 여러 나라와 동아시아로의 진출을 위해 말라카(Malaka) 해협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당나라의 기록에는 중국의 광동지방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는 무슬림촌(村)이 있었고, 당나라의 희종 황제 제위시 일어난 농민반란인 황소의 난(875-884년)때 무슬림이 항쟁에 참여함으로, 그 결과 많은 무슬림들이 살해되고 말레이 반도로 피난하였다. 그 후 이슬람은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 북부 지방을 기점으로 해상 무역로를 따라 동쪽으로 전파되어갔다. 필리핀 남부의 무슬림 지역인 술루(Sulu) 군도의 홀로(Jolo)에는 1310년에 만들어진 무슬림의 무덤임을 입증하는 비석이 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의 이슬람화는 수세기를 거쳐 이루어져 왔다. 7세기부터 16세기까지 말라카 해협을 통해 국제 무역을 하고 있던 이슬람 상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들 무슬림 상인들 중에는 항구를 중심으로 정착하여 교역뿐 아니라 이슬람 사원을 세워 교리를 이슬람 전파에 열중하였다. 상업적 교류를 통해 부를 이룬 외국 무슬림 상인들은 사회적으로 상류층의 특권을 누렸으며, 그들 중에는 귀족 자녀들을 포함하여 원주민 여자들과 결혼한 사람이 많이 있었다. 토속신앙 및 힌두교와 불교를 숭배해온 원주민들은 혼인하기 전에 이슬람교로 개종하게 되었는데 단순히 신앙고백(샤하다, Shahadah)을 암송하기만 하면 되었다. 이 같은 간단한 절차는 원주민들의 개종에 자극제가 되었고, 무슬림 촌락은 그 범위를 확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슬람이 동남아로 확대되어 지는데 경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랍의 무슬림이 아니라 13세기 말 이슬람 왕국이 된 인도 서부의 구자라트(Gujarat)의 무슬림 상인들이었다. 구자라트 지역은 수백 년 전부터 동남아와 활발한 무역관계에 있었으며, 그러한 상업적인 배경은 이슬람이 동남아로 전파되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슬람법(法)인 샤리아(sharia)에 의해 거래하는 무슬림 상인들의 네트워크에 동남아의 상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이슬람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슬람이 아랍세계에서 만들어지고 전파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의 확대가 상인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항구인 어떤 도시에 상인들에 의해 생겨난 하나의 토착 무슬림 공동체가 발전하자, 그 왕국의 통치자는 국제적인 무역 네트워크를 가진 이슬람이 자신의 대외 무역에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뿐 아니라, 이슬람 교리와 신앙체계가 사회적 질서의 유지에도 효율적인 이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통치자는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이슬람 왕국의 통치자인 ‘술탄(sultan)’이란 칭호를 취한다. 이렇게 됨으로 동남아의 무슬림 공동체는 정치적 힘을 갖게 되고, 동남아시아에서 이슬람의 확대는 왕국의 통치영역의 확대와 더불어 진행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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