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헤립의 침공과 히스기야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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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혔던 문호를 열고 오늘날의 국제법 개념과 유사한 만국공법 체제로 들어선 조선은 열강과 차례로 조약을 맺으며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하였다. 일본에 의한 강제 개항으로 출발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주적 근대화를 이룰 기회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부 분열 혹은 외세 의존의 한계에 번번이 좌절하였으니, 특히 외세를 끌어들여 다른 외세를 막아보려 했던 의타성은 시행착오를 넘어선 치명상이었다. 최초로 외국 군대를 상주케 한 임오군란 이후 종주국을 자처한 청, 청의 호주머니에서 조선을 꺼내 쥐고자 한 일본, 부동항을 노린 러시아, 러시아의 남하를 곳곳에서 견제하던 영국, 서로 먼저 돕자던 거중조정(good offices) 약조를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저버린 미국까지 한반도가 그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한 일차적 원인은 누구 아닌 갈팡질팡하던 조선이었다.
분열 뒤 남유다의 역사는 르호보암부터 아사까지 북이스라엘과의 대결 구도로 점철된 시기, 여호사밧부터 북쪽 왕조가 무너지던 무렵의 히스기야까지 대체로 이스라엘과 동맹을 이어가던 시기, 히스기야 사망 후 동쪽 대제국의 영향권 아래 고전하다 멸망하기까지의 세 기간으로 대별될 수 있다. 범죄와 배역(背逆)의 모습이었으나 은혜로 다윗에게 내리신 약속, 곧 그 나라가 영원히 견고할 것이라 선포하신(삼하 7:8~17) 언약은 남유다 보호의 특별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앞서 살핀 아람 왕 르신과 북이스라엘 왕 베가의 남유다를 향한 협공, 곧 시리아-에브라임 전쟁(주전 734)으로 통칭되는 위기 속에 늑대를 쫓고자 아시리아라는 호랑이를 끌어들인 아하스(735~715)의 16년 악정은 시쳇말로 막장 그 자체였다.
반(反) 아시리아 연합 전선을 구축한 르신과 베가는 유다의 합세를 기대했으나 요담에게 거절당했고, 후계자 아하스가 단독 통치자에 오르며 친 아시리아 노선을 표방하자 이를 응징하려는 동맹군은 예루살렘을 봉쇄하였다. 흔들리던 아하스에게 이사야는 처녀가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 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리라 격려하는 예언을 전하였으나, 신앙 나약한 왕의 희망은 보이지 않던 여호와의 언약이 아닌 강대해 보이는 디글랏빌레셀 3세의 군사력이었다. 영토와 백성이 비참히 유린당하던 위기를 아시리아의 서진(西進) 덕에 겨우 모면한 아하스는 이사야의 준열한 경고대로 더욱 과중한 부담에 시달려야 했으며, 또한 곤고할수록 이방신을 향한 제사에 몰두하는 거리낌 없는 범죄를 자행하였다.
715년 단독 통치를 시작한 히스기야(729~686)는 아시리아 제사를 끌어들인 선대의 타락을 정화하는 종교 개혁을 단행한다. 살만에셀 5세를 계승한 사르곤 2세(721~705)는 즉위 직후 반기를 들었던 바빌로니아를 710년 복종시키며 오리엔트 최초 통일제국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었다. 이사야의 조언에 따라 이집트를 믿고 반란을 일으킨 아스돗과 손잡지 않았던 히스기야의 판단은 현명했으나, 이후 사르곤이 전사하고 산헤립(704~ 681)이 왕위에 오르며 제국 양단에서 반란이 터지자 그는 이집트 및 바빌로니아와 연합해 아시리아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다. 1880년 우연히 발견된 실로암 비문은 포위에 대비해 어떻게 터널을 뚫어 기혼 샘의 물을 성벽 안 실로암 못으로 끌어왔는지를 알려주는, 성경 기록(왕하 20:20)의 역사적 신뢰성을 방증(傍證)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바빌로니아를 재차 누르고 701년 서방 원정에 나선 산헤립은 일대를 평정하고 예루살렘 남서쪽 라기스까지 진격하였다. 성전의 금까지 벗겨 조공을 바친 히스기야의 굴복에도 마뜩잖던 산헤립은 랍사게를 통해 여호와가 너희를 건지겠느냐 모욕하며 항복을 강요해 왔다. 교만한 입에 재갈을 먹여 패주(敗走)케 하시며 그 종 다윗을 위해 너희를 구원하시리라는 이사야의 확언은 히스기야로 하여금 여호와께서 우리를 대신해 싸우신다는 위로를 외치게 하였다. 고립무원의 성에 그 사자를 내리어 막강하던 사르곤의 십팔만 오천을 하룻밤에 격멸하신 여호와의 절대 주권적 역사는 오늘도 쉼 없이 언약 백성 모든 삶의 영역을 보호하심으로, 나아가 그 능력의 영광만을 찬송하는 선한 입술의 열매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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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재규(자유기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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