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정치, 나도 안타까웠어요. 책의 마무리 부분만 1년 반 이상 고민했거든요. 끝내 결론이 정치로 가니까 허무해지는 거예요”
장하성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를 출간하며 했던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정치로 귀결된다.
요즘 학교에서는 공무원연금 문제로 뒤숭숭하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언제 퇴직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두고 주판알을 튕기느라 바쁘다. 청와대를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는 사람도 있다. 또한, 정부와 지역교육청 간의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편성·지출하느냐로 교사 간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고 맞서기도 한다. 공히 돈 문제다.
공무원연금 문제의 정부 측 입장은 지급해야 할 연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기획된 안이 몇 번의 수정과정을 거쳤지만, 수명이 늘고 절대 인원도 증가하여 적자의 누적뿐 아니라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방안이 없다는 말이다. 공무원 가족 외의 절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누리과정은 모든 영·유아에게 동일한 질적 수준의 교육과 보육 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진 국가수준의 유아교육과정 및 보육과정이다. 2012년 만 5세 누리과정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만 3, 4세까지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이는 초·중학교에 한정된 국가의 의무교육 범위를 영·유아까지 확대한 것이기에 무상은 자연스런 결과다. 문제는 재원조달 문제다.
누리과정의 체제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걸쳐있다. ‘어린이집’의 보육과정이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면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이다. 교육부의 하위기관인 지역 교육청의 입장에서 보건복지부의 예산까지 감당하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인 것이다.
사실, 누리과정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누리과정 전체를 교육부로 이관하든지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면 될 일이다. 당연히 보건복지부의 예산이 교육부로 옮겨져야 한다. 세금이 부족하다면 목적세를 만들어 안정적인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도 있다. 물론 증세문제는 워낙 예민하여 누구나 꺼린다. 재선이 최대 목적인 국회의원들보다 연임할 일 없는 대통령이 총대를 메면 된다. 증세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줄줄이 파기했던 약속 중 한 가지일 뿐이다. 부처 이기주의 문제로 부서를 이관하기 쉽지 않지만 강력한 권한을 가진 권력자가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
공무원연금도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공무원연금은 저임금에 대한 후불임금의 성격이 강하며 우수한 인재 유인책 또는 퇴직금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큰 틀에서 연금은 복지정책의 하나이므로 세계 어느 나라든 적자를 전제로 한다.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인 까닭이다. 문제는 그 적자 폭을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며 그런 점에서 개혁의 필요성에는 양자 모두 공감하는 바이지만 각론에서 입장차를 드러낸다. 공무원이 감당해야 할 부분은 과감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양자와 정치권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는 갈등 당사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처리로 민주주의라는 근본체제를 행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며 공무원과 국민들과의 대립각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보인다. 사실 공무원 연금의 재정을 축낸 대표적인 주체는 정부다. 대략 30조의 돈을 제 돈 쓰듯이 가져다 써 재정을 바닥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영달을 위해 천문학적 국가재정을 낭비하여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국정감사에서 알려진 바, 최근 몇 년간 사대강 공사로 약 22조원, 해외자원외교라는 근시안적 성과를 내기 위해 낭비한 약 30조원, 국방부의 방산비리로 약 50조원 등 총 100조원이 허공에 사라졌다고 한다.
그렇다.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누리과정이나 공무원연금 문제는 피상적인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냉철해야 할 언론은 정부와 공무원 집단 및 지역교육청들과의 샅바싸움을 관전하며 누구 말이 맞는지를 따지고 있으니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결론은 정치로 귀결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클린턴 대통령이 상대진영에게 했던 말로 유명하지만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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