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두 번째 이야기
지난 호에 혁신교육의 대략과 긍정적인 면들을 검토해 보았다. 혁신이라는 이름의 공교육 개혁은 시대적 추세라고 인정할 만하다. 그럼에도 크게 세 가지 문제가 남는다.
하나는 성과의 상당 부분이 파격적인 예산지원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이다. 즉,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과 혁신적 환경을 만들기까지는 교육공동체의 협업이 필요했겠지만, 그것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아낌없는 예산지원이 필요했다. 만약, 혁신학교의 시범기간이 끝나고 예산이 중단된다면 예산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의 상당수는 축소되거나 중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물론 막힌 길은 아니다. 학교의 예산을 조정하여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고 수요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일정하게 참여비용을 감당하게 하는 방법도 있으며, 프로그램을 유연화하여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가능하긴 하다. 그럼에도 속 시원한 해결책으로 간주되지 않는 까닭은 예산 조정이 그리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경직성 경비가 많은 분야를 차지하고 있어서 예산을 자유롭게 편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혁신학교에만 해당하는 과감하리만큼 축소된 학급 인원수 문제다. 도시학교는 여전히 학급당 인원수가 많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학급당 인원수 조정이 선결 과제다. 혁신교육의 성공을 위해서 혁신학교의 학급당 인원수를 과감하게 조정했던 것은 그런 연유다. 이는 일반화할 수 없는 사항이다. 전국의 학급당 인원을 한 명 줄이는 데 필요한 예산은 천문학적 수치다. 인구의 자연감소로 인해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관료들의 처방이다. 그런데 학급당 인원을 많게는 10명 이상 줄여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따라서 교육환경의 제약은 혁신교육의 일반화를 막는 최대의 장벽이다.
셋째는 관리자 문제다. 관리자가 바뀔 때마다 학교의 중점사항과 특색사업 등이 바뀐다. 그 분들의 성향에 따라 학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혁신교육에 부정적인 관리자가 여전히 많은 현실에서 혁신교육의 유지나 발전은 의문을 낳는다. 또한, 혁신교육의 특징 중 하나인 학교 민주화를 위해서는 관리자의 과감한 권한 위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권한 위임을 존재감 상실로 등치시키는 권위적인 관리자가 숱하다. 정책의 연속성을 의심하게 되는 까닭이다. 여전히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혁신교육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교육감 선거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민의가 교육감 선거를 통해 나타나고 선출직은 민의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교육계에 혁신이란 말이 회자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유행처럼, 열린교육이니 명품교육이니 하는 숱한 교육 광풍의 바통을 이어받아 혁신교육이다. 대개의 정책과 기조가 시대적 과제나 철학적 사조에 따르듯 기존 교육에 대한 불신과 현시대의 사조는 혁신교육과 어울린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혁신이라는 이름을 단지 시스템이나 환경, 프로그램 등에 국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제도를 갖추며 실천성을 담보하기 위한 지원 등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자녀는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교육의 근본목표는 주체적 인간의 성장에 있다. 철저히 인본주의적이다. 단지 시대적 사조에 따라 과정과 방법에 조정이 있을 뿐이다. 혁신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즉, 혁신교육의 출발은 다양한 관점과 견해에 개방적인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귀속된다. 그것은 절대 진리를 추구하는 기독교에 반한다. 모든 진리는 개인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며 매사를 상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긍정하는 많은 사항, 즉 전인교육, 비판적 능력, 학습자의 주체적 학습, 공동체 중시라는 교육적 지향점들은 혁신교육의 과제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적 사조와 잘 어울린다. 현실에 발붙여 살고 있는 우리는 세상 철학과 성경 진리가 버무려지고 혼합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교육적 요소들의 한계점은 무엇인지 분별하며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혁신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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