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작성일 : 14-01-08 20:2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방학은 방(放)학이다

교육이야기


‘달라지겠다!’
대개의 사람들처럼 새해마다 되씹는 상투어지만 반성에 따른 돌이킴의 의미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학생들도 학습에 열정을 보이겠다며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인생은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바, 개학 후 방학생활이 어떠했는지를 물으면 대부분 ‘실패’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만큼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방학은 방학이다. 방학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고 하는 것은 지키지도 못할 법을 만들어 지키라고 우기는 행태와 다름 아니다. 부모들도 학창시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매일 학습을 강요한 까닭에 모두가 좌절감을 맛보며 불편한 개학을 맞는다. 방학 중인데도 학기 중과 같이 규칙적인 계획표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학생들을 질식하게 만든다. 초등생의 경우, 하루 한 시간 정도만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부모교사로서 할 일이다. 선행학습보다는 복습이 낫다. 선행은 다가올 교과시간을 지루하게 하고 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지만 복습은 학기 중의 학습과 관련된 일화(episode) 등을 상기시키며 자신감을 북돋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효과가 크다(Buzan, Ebbinghaus).
오늘날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도 부모의 기준에는 항상 미달하여 고달프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도 ‘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하지 않는 현실 간의 괴리에서 오는 압박감으로 고달프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학습량이 부족하다며 자식을 향해 냉정한 시선을 보낸다. 정말일까? 아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량은 세계 최고이며 학습시간은 세계 최장이다.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학습량과 학습시간에서 꿀리지 않는다. 단지, 부모들의 기준이 너무 높아 다수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뿐이다. 부모들의 기준이 너무 높은 나머지 ‘오버액션’을 취하면서도 ‘오버’가 아닌 ‘액션’일 뿐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이를 실증한다. 눈물이 가득한 유아가 “내가 왜 이걸 해야 되나? 잠도 못자고”라며 울부짖는데도 엄마는 “처음부터 다시 해봐!”라며 계속 다그치는 내용이다. 엄마는 부모교사로서의 열정을 만인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아동학대’라는 단어가 맴돌아 내내 무거웠다. 뇌 과학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유아는 수면양이 많아야 하며 놀이가 곧 공부인데도 엄마는 자고 싶은 아이에게 정해진 학습량을 이수하도록 닦달했다.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다. 한글도 못 깨우친 아이에게 영어부터 가르치며 글자를 쓰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유치원 현상이다.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방과 후 학교라는 추가학습을  덥석 안겨주어 오후 늦게야 하교하는 아이들을 양산했다. 방과 후 학교에 대한 신뢰가 약한 부모들은 자식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풀가동하며 ‘자식을 위한 길(?)’을 몸소 닦아 주었다. 일부 부모들은 자식교육을 위한다며 ‘기러기 가족’으로 자발적 이산가족의 대열에 합류하여 해외 언론에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감탄을 낳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미국 유학생 중 단연 최고는 한국으로 10만여 명을 넘었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데 상당수는 초중고생이다. 한마디로 인생의 목적이 교육인양 그것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그네들의 입장에서 굳이 변론하자면 사회적 안전장치가 되어 있지 않아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불합리한 사회체제에서 자식만이라도 안전하기를 바라는 부모로서의 애틋함이요, 나아가 자식만큼은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인간적 본성의 발현이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지친 학생들은 자발적인 학습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래서다. 부모교사는 멀리보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조급증을 가진 부모에게서 창의적인 아이가 나올 리 없다. 하여, 방학 중이라도 지친 아이들에게 학습 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안겨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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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의 복음행전
구약 배경사 산책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