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말씀이 육신이 됨 (1)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 I/2, § 15. 계시의 비밀(Das Geheimnis der Offenbarung) 2. Wahrer Gott und wahrer Mensch “참 사람과 참 사람”에서 두 번째 내용, “말씀이 육신이 됨”을 GG 189쪽에서 시작한다.
1.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선 일반적으로 그것이 인간이, 그것도 참되고 현실적인 인간이 되었으며, 인간적 본질과 현 존재 바로 그 자체에, 인간적 본성과 형제 그 자체에, 또한 우리들이 소유하는 역사성 그 자체에 참여하였음을 뜻한다(GG 189, 신준호). Daß das Wort “Fleisch” ward, das bedeutet zunächst allgemein: es ward Mensch, und zwar wahrer und wirklicher Mensch, teilhaftig desselben menschlichen Wesens und Daseins, derselben menschlichen Natur und Gestalt, derselben Geschichtlichkeit, die auch die unsrige ist(KD., 161). That the Word was made “flesh” means first and generally taht He became man, true and real man, participating in the same human essence and existence, the same human nature and form, the same historicity that we have(CD., 147).
바르트의 문장을 읽으면서 즉각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 문장에서도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여러 어휘가 등장하고 있다. wahrer und wirklicher Mensch는 true and real man으로 “참되고 현실적인 인간”이다. menschlichen Wesens und Daseins는 human essence and existence로 “인간적 본질과 현존재”로 번역하였다. menschlichen Natur und Gesalt는 human nature and form으로 “인간적 본성과 형체”로 번역하였다. Geschichtlichkeit은 historicity로 “역사성”으로 번역하였다.
바르트는 말씀이 육신이 됨에 대해서 위의 문장으로 설명하였다. 말씀이 육신이 된 성육신은 어떤 인간 이해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바르트는 그 내용을 설명한 것이 오히려 큰 문제이다. 성육신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세밀하게 설명할 때에 그렇게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결정된 성육신의 신비는 설명이 아닌 믿음 고백과 구원을 위한 고백이었다. 바르트는 이해와 설명을 위한 제시라고 볼 수 있다.
바르트는 성육신한 인간 예수를 “참되고 현실적인 인간”으로 규정하였다. wirklicher, 현실성(現實性, Wirklichkeit)이란 철학 개념이다. 칸트에게서 ‘현실성’ 개념은 ‘가능성’, ‘필연성’과 함께 ‘양상’ 개념의 하나이다(네이버 칸트 사전). 현대신학은 신이 인간을 위하여 활동, 작용(wirken)하고 있다고 전제하였고, 인간은 그 작용(wirken)을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말씀이 육신이 된 예수는 “참되고 현실적인 인간”이다. 바르트는 이러한 현상은 계시가 발생한 것인데, 다음 문장은 “하나님의 계시가 우리에게 발생함(Darin und so ereignet sich Gottes Offenbarung an uns)”으로 제시하였다(GG., 189). “신의 계시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예수에게 제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an uns/to us) 가능한 것이다. 이 논리는 로마 교회의 칼 라아너(1904-1984)의 존재통보 사건(Geschehen der absoluten Selbstmitteilung)으로 더 확장되었다. 라아너는 신의 자기 통보를 성육신으로 이해하였다(Foundations of Christian Faith, 189). 그는 정통 성육신 교리를 신화로 취급하였다(FCF, 226). 칼 라아너의 개념은 바르트(1886-1968)의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되고 현실적인 인간”은 “동일한 인간의 본질과 현존재”이다(desselben menschlichen Wesens und Daseins). 현대철학에 들어오면서 존재 이해는 전혀 다르게 개념화되었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Being and Time)에서 존재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언하였고, 현대신학에서 그 개념으로 신학을 구성하였다. Sein, Dasein, Sosein 등 다양한 개념이 있다. 『교회교의학』 I/1에서는 “Dasein, Sosein(existentia와 essentia)”에 대해서 제시하였고, 여기에서는 “Wesens und Daseins”를 제시하고 있다. 하르트만은 세계를 두 영역 ideal & real로 나누었는데, 바르트는 그중에서 real 부분에 치중한다고 볼 수 있다. Wesens는 sein의 과거분사 변형으로 “있었다”이다. Wesens는 있었던 것으로 과거 어느 시점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본질과 형체”이다(derselben menschlichen Natur und Gestalt). 바르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 모습이 성육신 이해에서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을 Natur und Gestalt(nature and form)로 본 것이다. 본성적 인간(Natur) 모습이 부분적으로 합을(Gestalt) 이루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르트는 “동일한 역사성(derselben Geschichtlichkeit)”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바르트 신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어휘 중 하나가 Geschichte이다. Geschichte는 영어에서 번역하지 못한 어휘이며, 반틸 박사가 이해하지 못한 개념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Geschichte를 정립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번역하지 못하며, 그래서 바르트를 이해할 수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처럼 “역사, 역사성”으로 번역한다. 그런데 history와 대치할 수 있는 독일어 Historie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바르트에게 등장하는 Saga(<-> myth) 개념과 Geschichte 개념은 분석하여 정립되지 않은 개념이다. 다양한 시도는 있지만 규범적으로 그렇다고 결정한 합의는 없다. Geschichtlichkeit는 공간과 시간 안에서 발생하는 한 사건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는 텍스트에 매이지 않는 해석을 한다고 떠들고 있다. 그러나 해석과 의미는 반드시 텍스트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 Geschichte는 시간과 공간에 제한되기 때문에, 영적 존재이신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설명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신학계에서 Geschichte에 대한 어휘를 매우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Geschichte로 아담의 자리까지 들어가겠지만, 아담이 에덴에 존재한다는 역사 이해가 없어도 되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독교 정신을 위해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있기도 할 것이다. Geschichte는 어떤 계기로 말미암아 의미(존재기반)가 발생되는 사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르트의 진술을 따르면 예수에게 있었던 말씀이 육신이 된 사건은 모든 인간에게 각각의 형태로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바르트의 한 문장을 갖고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것은 바르트의 성육신 이해를 좀 더 세밀하게 진행하기 위함이다. 바르트의 한 줄의 문장에서 전통적 성육신 제시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참되고 현실적인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정통 신앙의 그리스도인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교회가 그리스도인을 만들려고 프로그램을 운용할 필요는 없다. 그리스도인은 복음에서 그 복음을 듣고 예수 앞으로 나오게 된다. 신학이나 성육신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전파된 복음을 믿으며, 복음을 힘써 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교회 역사에서 “이해한 복음의 내용이 교회에 덕을 끼친 경우는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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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고경태 목사 (주님의교회 / 형람서원) 이메일 : ktyhb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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