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신학

 
작성일 : 09-09-25 21:3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제1권 : 맺는말


칼빈의 신학 작업은 방대하고 치밀했다. 그의 열정과 담대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로마 카톨릭 교회는 제도적으로 체계화되었으며, 기득권을 보유하고 절대 권세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독교 강요」를 집필했다는 사실은 신학적인 충정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래서 칼빈 자신도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외치면서 붓을 든 것이다. 필자는 「기독교 강요」 1권을 연구하면서 칼빈의 정연한 논리와 과감한 변증에 대해서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그 저서의 논리성과 변증성을 강조하면서 이 글을 매듭짓고자 한다.

  첫 번째, 논리적 체계구성
  칼빈은 토론술과 법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기독교 강요」에 나타난 그의 구성과 주장은 절대주권적인 신관(神觀)을 중심으로 논리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기독교 강요」 1권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성경관 그리고 하나님과 우상을 구별하는 올바른 예배관과 성경적인 섭리관을 일관된 논리로 개진한다. 첫째, 하나님을 아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절대주권적인 신(神)사상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그리고 자연신학자들의 인식론을 반박하면서 하나님에 지식을 강조한다. 둘째, 올바른 신지식을 갖기 위한 성경의 필요성을 제시한 다음 성경의 절대적인 권위와 신빙성을 증명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성경의 내용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미신을 제거할 것에 대해 촉구한다. 셋째, 성경을 근거로 우상숭배와 미신을 제거하기 위해서 절대자 하나님을 형상화하는 작태를 비판한다. 그리고 하나님과 우상을 확실하게 구분지은 다음, 시공형을 초월한 하나님의 형상을 설명한다. 넷째, 하나님의 형상을 통해서 확인된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피조세계를 절대주권능력으로 직접 통치하시며 섭리하시는 것에 대해 증거하고, 자연환경과 역사와 그리고 인생사 전반을 작정계획대로 치밀하게 섭리하시는 단일성을 명백하게 소개한다.
  이와 같은 칼빈의 논조(論調)는 단원마다 주제별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설정된 주제 에 의해서 다음 단원으로 연결되는 흐름을 갖고 전개되고 있다. 즉 처음 단원은 하나님을 알아야한다는 명제를 던지고, 그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며 절대주권자로 소개한다. 그런 다음 인식의 방법을 소개하면서 자연신학적인 인식론을 부정한 다음 둘째 단원에서 성경의 필요성을 제시함으로써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을 인식해야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앞에서 거론한대로 성경적인 신(神)인식을 위한 성경의 필요성과 권위 그리고 신빙성을 본격적으로 피력하면서 마지막 부분에서 미신제거를 촉구하며 끝맺는다. 셋째, 단원에서는 미신제거와 맞물린 하나님의 형상화와 우상숭배 등을 비판하면서, 하나님과 거짓 신을 구별 짓는다. 그런 다음 마지막 단원에서는 시공형을 초월한 참된 하나님을 소개하면서 섭리에 대한 이치를 설명한다.
  이상과 같이 칼빈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이란 주제를 갖고, 절대자 하나님을 인식하는 방법과 인식의 교재가 되는 성경을 소개하고, 성경을 통해서 확증된 절대적인 하나님을 상대화시켜서 우상화하면 안 된다고 촉구한다. 그리고 피조세계의 전 영역에 시공형을 초월해서 존재하시는 절대자 하나님께서 만사를 단일한 뜻대로 섭리하신다는 사실을 천명하는 논리체계를 갖고 개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칼빈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교황주의를 의식하면서 하나님의 절대주권에만 주력해서 논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인간본위의 사상이 만연한 상황에서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체계적으로 신(神)중심의 이론을 개진하는 것만도 높이 평가될 만한 업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성경신학적인 관점에서 검토해보면 좀 더 총체적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칼빈의 신학적인 핵심은 ‘하나님의 절대주권’ 사상인데, 이것은 하나님의 본질적인 속성의 전체 범주에서 보면 한 부분에 해당된다. 하나님의 속성은 시가서(욥기~아가)를 통해서 전능성, 신실성, 주권성, 영원성, 자비성으로 증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주권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신학을 정립한다는 것은 부분적이며 균형감이 없다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주권성에만 치중하여 전개하기 보다는 5대 속성을 총괄해서 포괄적으로 증거하는 것이 총체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계시적 차원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속성과 사역 보다는 ‘존재’ 자체를 증명하는 것이 더 본질에 충실한 신학방법으로 사료된다. 성경의 내용도 하나님의 자기계시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신학의 관점과 중심이슈도 ‘하나님의 계시’와 일치해서 증거하는 것이 바람직한 연구 자세이다.

  두 번째, 변증적 교리논증
  칼빈이 「기독교 강요」를 저술할 당시의 상황에서는 목숨을 담보로 한 사투였으며, 로마 카톨릭 교회의 제도권에 대한 혁명이었다. 그래서 「기독교 강요」는 변증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신학적인 주제를 취급한 것이다. 그 당시에 만연되어 있던 신학사상의 주류는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서 체계화된 인간의 자율권과 로마 카톨릭 교회의 유일성과 교황의 절대권위 그리고 이원론(二元論)에 기초한 선악(善惡) 사상과 이신론(理神論)과 맥락이 같은 자연신학적인 섭리론 등이다.
  종교개혁의 삼대원리는 이러한 신학적 기류에 저항하면서 조성된 것이며, 신학적으로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카톨릭 신학의 핵심사상은 성경의 권위보다 교황의 권위가 절대적인 우위(優位)에 있었고, 유일무이한 그리스도의 속죄권은 교황이 위임받음으로써 교황이 속죄주로 둔갑한 것이며,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가능한 구원관이 인간의 행위와 업적이 요구되는 공로주의로 변질된 것이다.
  그리고 이원론(二元論)적 세계관에 의해서 선과 악이 상호 대립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하나님은 선한 신(神)이며 사단은 악한 신(神)으로써 양자가 적대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마치 사단이 하나님의 일을 방해하고, 괴롭히는 존재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사단을 대등한 위치에 두고 이해한다. 로마 카톨릭 교회는 이런 사상을 교회정치에 반영하여 카톨릭 교회가 주창하는 교리나 정치체제에 반항하는 자들을 사단의 무리로 단정하여 심판하는 마녀사냥도 시행하였다.
  섭리(攝理)에 있어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대로 이 세계는 최초의 원인이 되는 부동의 시동자(始動者)에 의해서 움직이며 존재하게 된다는 이론을 수용했다. 즉, 자동차가 한 번 시동을 걸면 움직이는 것처럼, 이 세계와 역사는 자연법칙에 의해서 운행되며, 인간의 자율적인 능력으로 개발하고 보존하며 다스려야 한다는 이신론(理神論)적인 사상이다. 즉, 이러한 사상은,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신 이후 세상을 초월하여 존재하지만 이 세상은 기계적인 법칙과 운동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운행되며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앙이 첨가되면, 이 세상에서 인간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열심히 하다가 안 될 때에는 신(神)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신의 존재에 대한 불가피성을 역설한다.
  이와 반대로 만사를 냉소적이며 패배주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운명론자들이 있다. 이들은 자연현상의 천재지변이나 인생사의 모든 일이 정해진 운명대로 되는 것으로 간주하여, 소극적이며 나태한 자세로 삶을 대처한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도 긍정적이거나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체념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나 소망이 없이 권태에 빠진다.
  칼빈은 이러한 인본주의적인 시대 문화와 종교적인 교권주의 그리고 미신적인 사상을 혁파하고, 올바른 신학사상을 확립하기 위해서 변증적인 방법으로 「기독교 강요」1권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그의 신학적인 쟁점은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이며, 하나님의 절대주권만을 주창하는데 있다. 첫째, 교황의 권위(수위권)에 반(反)한 성경의 절대권위를 증명하고 둘째, 인간의 자율권을 완전히 거부하는 반면 하나님의 절대주권만을 피력했으며 셋째, 하나님을 형상화하여 미신적인 우상숭배를 자행하는 종교행위를 타파하고 넷째, 사단의 주체성을 주장하는 이원론적 사상에 대해서 사단은 하나님께 종속된 도구임을 천명하면서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증거 하였으며 다섯째, 피조세계가 자연법칙이나 인간의 힘으로 지배된다는 세계관을 배격하면서 하나님의 작정(뜻)과 절대주권능력에 따른 섭리론을 정립했다.
  칼빈은 철학과 신학의 접목으로 구성했던 중세 카톨릭의 인본주의적인 사상을 타파하고,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영광 중심의 골격으로 신학을 정립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면 변증적인 차원에서 이론을 전개했기 때문에 신학적인 주제는 다양하고 풍성했지만 총체적이지 못한 면이 있으며 신학적인 변증과 방어에 주력하다가 원론적인 서술에 취약한 것이다. 특히 하나님과 거짓 신을 구분하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까지 우상숭배를 견제한 것은 지나친 변증의 결과로 보인다. 차라리 하나님을 증거하려면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 그리고 사역을 중심으로 일관된 체계를 갖고 개진하는 것이 훨씬 짜임새가 있어 보일 것이다.

  칼빈의 「기독교 강요」 1권은 신학의 체계를 확립하고, 이단 사상을 논파하는데 초석이 되었다. 특히 하나님의 작정섭리를 근간으로 하여 세워진 하나님의 절대주권 사상은 가히 혁명적이다. 칼빈의 후대들은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여 좀 더 진일보한 성경신학 사상을 정립하고 매진하여 신학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할 것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승일 목사 (대구동산교회)

제2권 서론: 구속주 하나님에 대한 지식
제1권 제18장 악한 도구의 용도와 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