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단지와 가시나무
성경에 등장하는 또다른 가사나무가 있는데, 이는 히브리어로 ‘씨림’으로 불리는 가시나무이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씨림’이 바로 히브리어로 ‘솥단지’를 뜻하는 단어라는 것이다. 씨림은 각각의 꽃이 4∼5개의 꽃받침으로 싸여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솥단지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씨림은 자라는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의 형태를 보여준다. 습하고 그늘진 곳에서 자란 씨림은 일년 내내 초록색 잎이 무성하고 가지에 달려 있는 무성한 가시들은 찔려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그러나 이글거리는 광야의 태양과 바람 속에서 자라는 씨림은 많은 기간 동안 잎이 없고 단단한 줄기와 함께 찔리면 무척 아픈 가시들을 소유하고 있다.
솥 밑에서 타는 또다른 솥단지
씨림은 불이 잘 붙고 주변을 삽시간에 태우는데, 특별히 탈 때 내는 탁탁거리며 요란한 소리로 유명하다. 마치 한국에서도 예전에 솥단지 밑의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땔감들이 탁탁거리며 타는 것과 흡사하다.
전도서 기자는 우매자의 웃음소리를 솥밑에서 가시나무가 타는 소리에 비유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수다를 떨며 깔깔대며 웃기에 바쁜 어리석은 우매자의 웃음소리를 솥단지 밑에서 타는 씨림의 요란한 소리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솥단지를 뜻하는 ‘씨림’의 가시나무를 솥단지를 끓이는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도서의 본문도 히브리어를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워드플레이에 해당한다.
악인에게 임할 심판과 분노
“가시나무 불이 가마를 더웁게 하기 전에 저가 생 것과 불 붙는 것을 회리바람으로 제하여 버리시리로다”(시 58:9)
시편 기자는 부정과 불의를 일삼는 악인들에 대한 분노를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번져서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가시나무 불로서 표현하고 있다.
본문에는 두 가지 형태의 씨림이 나오는데 ‘생 것’과 ‘불 붙는 것’이 그것이다. ‘생 것’은 습한 곳에서 자라서 초록색 잎을 가진 씨림을 말하고 ‘불 붙는 것’은 광야에서 자란 완전히 말라버린 억센가시를 가진 씨림을 말한다. 즉 인정사정 가릴 것 없이 모든 것을 삽시간에 불태워버리는 가시나무 불처럼 악인에게 임할 심판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삽시간에 타버릴 니느웨
나훔 선지자는 니느웨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묘사하면서 불이 붙어 삽시간에 타버리는 씨림을 언급하고 있다. ‘엉킨 가시덤불’(tangled seerim)은 바로 씨림을 말하며 하나님께서 니느웨를 심판하실 때 씨림이 마른 지푸라기 같이 다 타버리듯이 그렇게 명렬한 진노로 심판하실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는 것이다.
에돔에 대한 철저한 심판
“그 궁궐에는 가시나무가 나며 그 견고한 성에는 엉겅퀴와 새품이 자라서 사랑의 굴과 타조의 처소가 될 것이니”(사 34:13)
이사야는 에돔에 대한 완전한 심판을 예언하면서 에돔 궁궐에 씨림이 자랄 것을 말하고 있다. 오랫동안 경작하지 않은 땅에서 자라는 것이 씨림이다. 농부는 경작지나 포도원을 만들 때 가장 먼저 곳곳에 자란 씨림을 제거하는 작업부터 한다. 에돔이 심판을 받아 그 궁궐이 황폐화 될 것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씨림이 자란다는 것은 곧 에돔에 대한 철저한 심판을 의미하는 것이다.
담벼락 위에 자란 가시나무
성서시대에 유대인들은 포도원의 둘레를 막은 돌 담벽 위에 씨림을 심었다. 이는 담벼락 위에 자란 날카로운 가시나무로 인해 양과 염소들이 담을 넘어 포도원으로 들어와 포도원이 황폐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호세아 선지자는 이러한 씨림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비유해서 예언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하나님은 담벼락의 모든 씨림을 불태워 그들의 앞 길을 평탄케 하실 것이지만, 순종하지 않으면 싸림이 그들의 장벽과 울타리가 되어 길을 찾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비유적 예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