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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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5-18 09:28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무지몽매한 악


보통 사람을 보고 선하다거나 악하다고 한다. 이것보다 더 악한 것이 있을까? 그것은 심판자로서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아마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과일을 따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 폰의 영향으로 정보의 전달이 매우 빨라졌다. 한편으로는 부분적이고 편협한 정보도 빠르게 전파된다. 심지어 거짓 뉴스도 대중들에게 쉽게 파고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It looks as much as I know)”는 말이 있다. 이 말 속에는 보는 것과 아는 것이 비례함을 내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보는 것이 아는 것(Knowing is seeing)과도 매우 밀접하다.
무지몽매는 무지로 인한 몽매이다. 정보는 인간과 시간과 공간과 함께 늘 동반되어 있다. 정보의 홍수시대라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접하여 울고 웃기도 한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갈급해 한다. 정보의 대상이나 원천은 매우 중요하다. 정보의 진정한 내용이나 대상은 근본적으로 진리이다. 장소와 시대 따라 변하는 정보는 진정한 정보일 수 없다. 사람들은 대개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두고 악하다고 여기고 판단한다. 이것 자체가 어쩌면 무지몽매함의 결과이다. 성경에서는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로 못 박고 있다. 이 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의인은 하나도 없다는 의미다. 깨닫는 자도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지몽매한 악은 근본적으로 지식의 진정한 대상이며 원천인 하나님과 관계된다. 그 대상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목적과 이유를 유기적으로 간단히 분석해 본다.

첫째, 대상과 관계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은, 일이 예상 밖으로 진행되어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세상은 너무도 넓고 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항상 있다.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주관을 가지고 관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알았다고 자신만만했는데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 그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를 품고 몰랐다고 결론 내리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서 ‘그 당시나 그때 왜 몰랐던가?’ 하면서 통곡하며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일들은 아는 지식의 대상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바울은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고, 결국 “내 주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고 대상부터 이유까지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둘째, 목적과 관계있다. 위에서 바울의 신앙고백은 “그리스도를 위하여”라는 분명한 목적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이 목적은 근거로서의 원천을 내포한 그 자체이다. 진정한 목적은 하나이다. 사람의 두 눈이 각각 다른 물체를 볼 수 없는 이치다. 목적은 대상을 통하여 중심을 잡는다. 중심이 잡힌 목적에는 힘이 내포되어 있다. 그 힘은 밖으로 반드시 드러난다. 그 목적이 진정한 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명한 대상이나 원천으로부터 나오는 목적의 힘은 대단하다. 그 목적을 위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다. 살지 못하여 죽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셋째, 이유와 관계있다. 위하는 목적은 ‘무엇 때문에?’라는 이유와 정비례한다. 이유 없이 미움이나 시기 등으로 불타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지몽매의 열매이다. 생존권을 위하여 투쟁해야 하는 이유는 무능자이기 때문이다. 죽어도 살고 살아서 사는 전능자라면 그 누구와 투쟁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생사의 문제에서 진정으로 해방된 존재만이 진정으로 그 무엇을 위해 살 수 있는 기초이다. 이 기초는 조건이며 근거일 수 있다. 이유 없는 ‘위하여!’라는 속에 가치가 없다. 가치를 만들기 위하여 ‘위하여!’라고 아무리 크게 외친다 할지라도 생겨날 수 없다. 상대적으로 목적에 대한 이유가 분명한 만큼, 그 목적을 위하는 힘은 그만큼 발휘될 수 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근호 목사 (중어중문학박사)
이메일 : yan825@hanmail.net

겉보다 속을 지켜야 산다
소망 없는 사망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