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生死의 잠
잠(sleep)은 생사의 갈림길이다. 동시에 잠은 죽는 것이면서도, 죽은 것은 아니다. “sleep”은 스르르 잠드는 것을 연상케 한다. 2023년 4월 말까지 잠들지 못하여 불면증으로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힘을 입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힘이 쭉 빠진다고 한다. 빠지는 힘을 다시 입지 않고 살 수 있는가? 힘이 너무 없어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보면 위에서 겉으로 입는 옷보다 속에 입는 힘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속에 입는 힘은 분명히 잠과 관련된다. 충분히 자지 못하면, 누구라도 힘이 없어 피곤을 느끼게 된다. 신체에도 속이 있고 겉이 있다. 얼굴의 대명사인 이목구비는 몸의 겉이다. 눈빛으로 속인 마음이 드러난다고 하지 않는가? 몸의 겉으로서 대표적인 것이 피부다. 오장육부(五臟六腑)는 몸의 속에 있다. 실제로 오장의 명칭으로 속을 표현한다. 심간(心肝)이나 폐부(肺腑)와 같은 것들이다. 속이 아프고 배가 아픈 경우가 있다. 이러한 때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원인 발견이나 지점 확인이 쉽지 않다. 몸 밖의 상처나 탈은 쉽게 확인하여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다. 이처럼 신체적인 측면에서도 겉에 있는 것보다 속에 있는 것이 얼마나 더 중요한가? 암(癌)의 의미는 속병이다. 물론 암도 몸 밖에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암은 근본적으로 속에서 출발하여 나온다는 것이다. 속 곧 마음이나 정신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몸속에서 뇌(腦)나 오장육부도 요긴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용히 움직이며 활동하는 것 중에서 잠(睡眠)만 한 것이 있을까? 자는 것이야말로 정말 정중동(靜中動)이다. 이 고요함 중의 활동을 강조하면서, 잠을 생사와 연계하여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잠은 쉬는 것이다. 인간은 육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쉬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쉬는 것은 또 일하기 위해서다. 쉬는 것 중에서 잠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이런 잠의 가치는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자는 개를 깨우지 말라(Don’t wake a sleeping dog)”고 속담으로 교훈하고 있다. 잠으로 쉴 때에 베개도 중요하다. 야곱이 하란을 향하여 가다가, 돌을 취하여 베개로 삼은 일은 매우 유명하다. 머리를 베개에 의탁한다는 것은, 생각하면 할수록 그 의미가 깊어질 수 있다. 안식(安息)의 본질은 분명히 잠과 관련되어 있다. 잠들지 못하면, 쉬지 못한다. 재우지 않는 고문(拷問)은 잘 알려져 있다. 잠은 생사의 갈림길일 뿐만 아니라, 고락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잠이 약보다 낫다(Sleep is better than medicine)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둘째, 잠은 죽는 연습이다. 잠이 죽는 것임을 그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을 영면(永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면(永眠)”은 바로 장례의 핵심이다. “그 열조와 함께 자매”는 성경 중의 진리다. 이 의미의 바탕에는 잠의 주관자가 깊이 깔려 있다. “함께 자매”는 육신을 벗어버리고 영(靈)에 동참함을 의미한다. 이런 차원에서 모든 인간은 영적(靈的)인 존재이다. 이 영들은 성령으로 난다(요 3:6).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요 6:63)”라고 한 이 말씀은 영과 육을 그 가치에 기준을 두고 비교한 것이다. 또 “일락(逸樂)을 좋아하는 이는 살았으나 죽었느니라(딤전 5:6)”라고 선포하고 있다. 이 말씀은 영과 육의 기능이나 활동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생사의 본질적인 기준이 바로 영이다. 매일의 잠은 일용할 양식처럼 바로 죽는 연습이며 훈련이다.
셋째, 잠은 끝이 아니다. 끝이 아닌 것은 죽음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죽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잠의 본질을 죽음으로 둘 때에, 그 죽음의 가치는 영(spirit)으로 증명되고 있다. 오랫동안 잠들지 못하는 것은 우울증(憂鬱症)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이것은 잠드는 것과 짙게 관련된다. 죽음을 모든 것의 끝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육신의 본질인 영혼을 확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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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근호 목사 (중어중문학박사) 이메일 : yan825@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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