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령의 9가지 열매와 뇌과학의 만남
하나님은 영적인 영역만 다루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몸과 뇌, 세포 하나까지 설계하신 창조주이시다. 우리의 뇌 안에서 분비되는 9가지 신경물질을, 하나님께서 주신 샬롬의 도구라는 관점에서 갈라디아서에 나오는 성령 안에서 맺히는 9가지 열매 순서에 따라 하나씩 살펴보자.
1. 옥시토신 ― 사랑의 다리 놓기
옥시토신은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아기를 안아 줄 때, 부부가 서로를 신뢰하고 교제할 때, 따뜻한 포옹과 공감이 오갈 때 분비된다. 이는 성령의 열매 중 첫 번째인 사랑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교회 공동체, 가정, 이웃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서로의 손을 잡을 때, 옥시토신은 뇌를 따뜻하게 하고, 성령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여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실천하게 하신다.
2. 엔도르핀 ―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락
엔도르핀은 내 몸이 만드는 진통제이다. 고통스러운 운동이나 시련 속에서도 어느 순간 상쾌함과 쾌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희락은 모든 일이 잘될 때만 느끼는 기분 좋은 감정이 아니라, 고난 가운데서도 “주 안에서 기뻐하라”는 말씀에 순종할 때 솟아나는 기쁨이다. 마치 엔도르핀이 고통을 완전히 없애지 않지만 고통을 견딜 힘을 주듯,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은 현실의 문제를 지우지 않을지라도 그 한복판에서 감사할 힘을 준다.
3. 세로토닌 ― 화평의 화학 언어
세로토닌은 안정감과 만족, 감사의 감정을 돕는 물질이다. 부족하면 우울과 불안이 깊어지고, 적절히 분비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괜찮다는 평안이 찾아온다. 화평은 문제없는 상태가 아니라, 폭풍 한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다스리신다는 믿음에서 오는 내적 평강이다. 우리가 햇볕을 쬐고, 감사 일기를 쓰고, 좋은 대화를 나눌 때 세로토닌이 자라듯,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할 때 우리의 영혼은 샬롬의 화평으로 채워진다.
4. 노르에피네프린 ― 오래 참음의 긴 호흡
노르에피네프린은 우리를 각성시키고, 위기 상황에서 집중하게 만드는 물질이다. 적당한 긴장은 우리를 깨어 있게 하지만, 지나치면 불안과 공포로 바뀐다. 인내는 아무 느낌 없이 참고 견디는 무감각이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이 밀려와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믿음의 호흡이다. 노르에피네프린이 과도하게 올라갈 때, 우리는 숨을 고르고, 기도하며, 상황을 하나님 앞에 다시 올려놓음으로써 영적 긴장 조절을 배워야 한다.
5. 아세틸콜린 ― 자비의 기억력
아세틸콜린은 기억과 학습, 주의집중에 관여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물질이 부족하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렵고, 중요한 것을 기억하기 힘들어진다. 성령께서 우리의 영적 아세틸콜린을 새롭게 하시면, 하나님의 자비를 기억하고, 그 자비를 이웃에게 흘려보내게 된다. 이름을 기억해 주고, 사소한 부탁을 생각해 주고, 과거의 상처 대신 함께 울어 준 순간들을 떠올려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자비의 기억력이다.
6. 아드레날린 ― 양선을 향한 용기 있는 행동
아드레날린은 위급한 상황에서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근육에 힘을 주어 도망치거나 싸울 수 있게 한다. 잘못 사용되면 분노와 폭력으로 터져 나오지만, 잘 사용되면 위기 상황에서 타인을 구하는 용기로 나타난다. 양선(선함)은 불의한 상황에서 침묵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약자를 돕고, 손해를 감수하고도 정직을 선택하는 용기이다. 이때 우리의 아드레날린은 자기방어가 아니라 이웃 사랑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다.
7. 도파민 ― 하나님 나라를 향한 충성의 동력
도파민은 동기부여와 보상 시스템의 핵심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도록 우리를 밀어붙이는 추진력의 물질이다. 충성은 하나님께 대한 꾸준한 헌신, 작은 일에도 신실하게 서 있는 힘이다. 말씀 묵상, 기도, 섬김, 직업적 성실함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단할 때, 우리의 도파민은 세상의 쾌락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에 반응하도록 재조정될 수 있다.
8. 멜라토닌 ― 온유의 리듬
멜라토닌은 우리의 수면과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밤이 되면 분비가 늘어나고, 몸과 마음이 쉼을 향해 이동한다. 온유는 자신의 힘을 하나님의 시간과 방법에 맞춰 조절할 줄 아는 태도이다. 멜라토닌이 우리에게 이제 쉬어야 할 시간을 알려 주듯, 온유한 사람은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 들을 때, 지금은 밀어붙일 때가 아니라 멈춰 기도할 때를 분별한다. 규칙적인 수면과 휴식, 안식일의 회복은 단지 건강 습관뿐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낮추는 온유의 훈련이기도 하다.
9. GABA ― 절제의 브레이크 시스템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는 뇌의 대표적인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과열된 신경 활동을 식혀 주고,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혀 준다. 마치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다. 절제는 더 큰 가치를 위해 지금의 충동을 내려놓는 영적 브레이크이다. 스마트폰, 음식, 분노, 말, 소비… 우리의 일상은 브레이크 없는 악셀로 질주하기 쉽다. 이때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 멈출 수 있는 능력, 곧 GABA와 같은 영적 억제력을 주신다.
이렇게 살펴보면, 9가지 신경물질과 성령의 9가지 열매는 서로 다른 차원이면서도, 놀랍게도 샬롬을 향해 수렴하는 두 개의 길처럼 보인다. 망가진 현실 한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시고, 나를 다시 세워 가신다는 확신이 우리의 뇌와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조금씩 평정과 사랑, 절제와 희망을 회복하게 하여 몸의 샬롬과 영의 샬롬이 함께 자라나게 만든다.
우리의 삶 전체가 샬롬의 통로가 되게 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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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여인갑 장로 (지구촌교회 / (주) 시스코프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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