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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3 19:3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북 ‘시간 통일’의 의미


시간이나 시차는 문화나 생활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시간’은 거주하는 공간과 지역과도 항상 동반되어 매우 밀접하다. ‘어디’와 ‘언제’는 항상 분리될 수 없이 같이 있다. 이것의 의미는 “같이 살고 있다”와 깊이 연관된 문제이다. 북한은 지난 2015년 8월 15일 서울보다 30분 늦게 ‘평양시간’을 도입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다시 원래대로 회복한 2018년 5월 5일까지는 약 2년 10개월이며, 거의 3년에 근접하는 시간이다. 2015년 8월의 이 시간 조정의 발표는 남한과 북한에 큰 심리적 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심리적인 것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실제의 생활이나 남북한의 교류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가장 현저하게 증명해 준 것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시간 통일’이다. 시간 조정의 주체인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은 크게 환영하였다.
이처럼 어디에서 사는 문제와 필수불가결하게 연관된 시간과 시차를 의미 있게 분석하고 살펴보는 것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같은 시대적인 조류가 이번의 시간 통일을 가능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시대문화에 맞지 않거나 역행적인 생활은 그만큼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시간 통일의 의미를 지역적으로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었던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의 측면에서 간단히 분석해 보고자 한다.
첫째, 남한에서의 의미이다. 북한과 가장 근거리에 있으면서 세계화의 가속화 시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남한은 2년 10개월 전의 발표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가장 근접한 지역에서 같은 말을 사용하는 남한은 그 시간 조정을 북한의 남한에 대한 거부감이나 적대시하는 정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 조정의 발표는 6개월도 못 되어 2016년 2월 개성공단의 철수라는 현실로 다가왔다. 남한은 무역의존도에 있어서 다른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그것은 지리적이나 지형학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수년간에 걸쳐서 중국과의 교역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남한의 제반 상황에서 북한의 시간 조정부터 시간 통일까지의 의미를 가벼이 볼 수 없다. 북한의 이번 서울시간과의 조화와 통일은 남한 측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하다. 같은 민족으로 동질성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마음과 실제생활에서 같이 가고자 하는 남한과 북한의 속사정이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둘째, 북한에서의 의미이다. 북한의 서울시간과의 통일은 세계화의 추세에서 더 큰 고립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탈출구를 모색한 결과이기도 하다. 북한의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로 상황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통에서 도로나 철도는 매우 중요한 경제생활의 수단이다. 공간의 이동과 사람의 활동 반경은 시간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목숨의 사활을 다투는 상황에서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해 주는 것도 시간이다. 북한을 둘러싼 삶의 환경들이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중요한 개방과 개혁의 차원에서 이 시간의 통일을 바라다보게 해준다. 개방과 개혁의 정책에서 비교적 아주 쉽게 착수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의 서울시간과의 통일이 아니겠는가?
셋째, 중국에서의 의미이다. 지난 2년 10개월 전인 2015년 8월 15일에 발표한 북한의 시간 조정으로 주변국으로서 가장 반겼던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남한보다 1시간이 늦다. 그런데, 지리적으로 남한과 중국의 중간 지점에 있는 북한이 30분의 시간 조정을 함으로써 모든 면에서 중국에 더 가깝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한과 중국의 중간에서 여러 가지를 보면서 주도권을 행사하려고 시간을 조정했었다. 이 시간이 무엇인가?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근호 목사 (중어중문학박사)
이메일 : yan8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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