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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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9-24 21:3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악인의 번성과 의인의 고통

성경이 제시하는 다층적 해답과 영적 통찰


“왜 악인은 잘되고, 의인은 고난을 겪는가?”
이 물음은 단지 인간의 감정적 푸념이 아니라,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깊은 신앙의 질문이다. 고대 이스라엘의 선지자들과 시인들은 이 수수께끼를 마주했고, 오늘날 우리 역시 현실에서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 정말 의로우시다면, 왜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해 보이는가? 욥기에서 시작하여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이 의문은 반복되고 있으며 우리는 다양한 방식의 답변을 찾을 수 있다.

1. 욥기: 고난은 죄의 결과가 아니다

욥기는 성경에서 가장 먼저 악인의 형통과 의인의 고통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욥은 하나님을 경외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의인이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에 던져진다. 친구들은 “고난은 죄에 대한 형벌”이라는 전통적인 논리로 욥을 정죄한다. 그러나 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의인이 고통받는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욥기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고난은 반드시 죄 때문이 아니며,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의 이성으로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결국 하나님은 폭풍 가운데 나타나 욥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욥기 38:4a)
이 말은 고난의 직접적인 원인을 설명하지 않지만, 하나님이 모든 것을 주권적으로 다스리신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욥은 그 말씀 앞에서 입을 다물고 회개하며, 결국 회복을 경험한다. 욥기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고난의 의미는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게 되는 신앙의 과정에 있다.

2. 시편: 흔들리는 믿음과 회복의 성소

시편은 인간의 감정과 신앙의 갈등이 생생하게 담긴 책이다. 그중에서도 시편 73편은 악인의 형통에 대한 대표적인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오만한 자를 질투하였음이로다… 이들은 항상 평안하고 재물은 더욱 불어나도다”(시 73:3,12)
그러나 시인은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깨닫는다. “주께서 참으로 그들을 미끄러운 곳에 두시며 파멸에 던지시니”(시 73:18)
현실에서 보던 불공정함은, 하나님의 시선 안에서 새롭게 조명된다. 악인의 형통은 겉보기에는 평안하지만,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는 미끄러운 땅과 같다. 시편은 이렇게 말한다. 악인의 번영은 잠시요, 의인의 고난은 영원한 소망의 통로이다.

3. 예레미야와 하박국: 고난 중에도 꺾이지 않는 질문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눈물의 선지자로 살았지만, 그의 삶은 고통과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탄식한다.
“악한 자의 길이 형통하며 반역한 자가 다 평안함은 무슨 까닭이니이까”(렘 12:1b)
이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은 의외이다.
“네가 보행자와 함께 달려도 피곤하면 어찌 능히 말과 경주하겠느냐”(렘 12:5a)
즉, 더 큰 시험을 대비하는 훈련으로 지금의 현실을 견디라는 뜻이다. 불공정해 보이는 현실은 하나님이 의인을 단련하시고, 악인을 심판하실 날을 준비하는 배경이다. 하박국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주는 어찌하여 거짓된 자들을 방관하시며”(합 1:13b)
하나님의 응답은 짧지만 결정적이다.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합 2:4b) 하박국은 상황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고백한다.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고난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믿음으로 현실을 해석하는 안목이 주어진 것이다.

4. 스가랴: 끝날 심판과 공의의 회복

스가랴 선지자는 포로기 이후의 회복을 선포하면서도, 하나님의 최후 심판과 공의의 완성을 강조한다.
“보라 내가 예루살렘을 악한 자의 손에서 구원하리라”(슥 2:7, 9:8 요약)
스가랴서는 악인이 영원히 득세하지 않음을 선포한다. 하나님의 공의는 ‘지연’되어 보일 뿐, ‘부재’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정한 때에 반드시 심판하시며, 의인을 구속하신다.

5. 계시록: 고난 속에 있는 성도들을 위한 위로와 승리

요한계시록은 로마 제국의 박해 속에 있던 성도들을 위한 하늘의 위로서이다. 이 책은 악인의 일시적 승리와 의인의 순교라는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하나님의 최후 승리와 새 하늘과 새 땅을 예고한다.
“순교자들이 제단 아래에 있어 큰 소리로 불러 이르되, ‘대주재여… 우리의 피를 갚아 주지 아니하시기를 어느 때까지 하시려 하나이까’”(계 6:9b-10)
하나님의 응답은 다음과 같다. “아직 잠시 동안 쉬되 그들의 동무 종들과 형제들도 자기처럼 죽임을 당하여 그 수가 차기까지 기다리라”(계 6:11b) 이 응답은 우리의 감정적 위안에는 차갑게 들릴 수 있지만, 하나님의 시간표 안에서 모든 악은 반드시 심판받고, 의인은 반드시 영광에 참여하게 된다는 약속이다. 계시록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하나님께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계 21:4)

하나님의 답변: 믿음으로 끝까지 견디라

악인의 형통과 의인의 고통이라는 질문에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비밀을 설명하시지는 않지만, 그분을 신뢰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이렇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지금은 이해할 수 없으나, 하나님의 뜻은 항상 옳습니다. 나는 끝까지 믿음으로 살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믿음이며,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는 그날까지 우리가 붙들어야 할 신앙의 길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여인갑 장로 (지구촌교회 / (주) 시스코프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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