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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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9-24 21:3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종교 건축과 기독교 건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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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아레오바고 가운데 서서 말하되 아덴 사람들아 너희를 보니 범사에 종교성이 많도다  내가 두루 다니며 너희의 위하는 것들을 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단도 보았으니 그런즉 너희가 알지 못하고 위하는 그것을 내가 너희에게 알게 하리라
(사도행전 17:22–23 개역성경)

모든 종교의 부패성은 전통적인 종교의식과
웅장한 종교 건축물에 의한 신비감 표출에서 시작

우리나라 국민이 피로회복제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음료가 있다. 요즘은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바로 그것, ○○제약회사의 ○○○이다. 이 피로회복제의 이름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술과 풍요, 축제의 신 디오니소스(Dionysus)의 로마식 이름인 바쿠스(Bacchus)에서 유래가 되었다. 이 사실 한 가지만 보더라도 고대의 종교적인 문화에서 배어 나온 흔적이 오늘날 우리의 의식주와 생활 전반에서 다양한 어휘의 기원으로 변형·계승되어 여전히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일상에서 있을만한 한 장면을 다음과 같이 상상해 보자. 어느 교회에서 성도들의 친교 모임이 있었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 신의 제의(祭儀)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할 목적으로 4년마다 열렸던 고대 올림픽을 기념하여 개최하는 현대 올림픽 개회식에서 채화(採火)하는 황홀한 광경을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에 입장했다. 이 성도들은 승리의 여신 니케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유명 스포츠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단체 유니폼을 입고 관람석에 앉아서, 앞서 언급한 국민 피로회복제를 마시는 모습에 대해 그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각각의 단어의 어원을 떠나서 역사의 흐름에 따라 그러한 것들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들을 바라보며, 우리 기독교 교계와 신학계에서도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각 종파의 신학과 교회당 건축물 등 여러 가지 유산(遺産)과 유전(遺傳)의 유래를 차분히 성경적인 신학 측면에 비추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깊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종교의 부패성은 당연하게 전통으로 내려오는 종교의식과 종교 관련 웅장한 건축물에 의한 신비감 표출 도구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종교인들의 맹목적인 종교성은 이러한 부패 요소에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고대 그리스 문명의 유산인 종교 건축물, 특히 극장에서 공연되었던 비극(悲劇)을 살펴보며 이러한 종교적 전통이 어떻게 계승되었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는 역사적인 뿌리가 있다

요즘 대한민국의 K-문화(K-Culture)가 전 세계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초기에는 드라마·가요 중심의 제한적 문화 현상으로 퍼졌던 것을 ‘한류(Hallyu)’라고 불렸지만, 현재는 한류를 포함한 한국의 전체적 문화 정체성과 상업화되어버린 문화 생태계를 포괄하는 K-문화로 변모했다. 최근 정부에서도 국가적인 사업으로 승격시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K-드라마(K-Drama)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예로 ‘오징어 게임’은 각종 세계적 시상식에서 다수의 상을 받으며 K-문화의 영향력을 입증한 바가 있다. 이런 현상들을 포함한 문화, 예술 등의 행사, 즉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는 역사적인 뿌리가 있다. 그중 드라마와 우수한 작품에 대한 시상식 문화의 기원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 뿌리는 고대 그리스 극장에서 열린 연극 경연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드라마를 TV 연속극만으로 한정하지만, 드라마의 외연(外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다. 라디오·TV 연속극, 영화, 연극,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이 드라마에 포함된다. 드라마(drama)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 ‘δρᾶμα(drama: 드라마)’에서 왔다. 어근은 δρᾶν(dran: 드란)인데 ‘행하다, 행동하다, 실행하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μα(-ma:마)’ 접미사가 붙으면, ‘행위의 결과, 행위로 드러난 것’이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드라마(drama)는 ‘행위로 표현된 것’, 즉 ‘행동으로 보여지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드라마는 단순히 이야기(story)나 서사(narrative)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인물이 직접 행위로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드라마(Drama)의 탄생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렸던 디오니소스(Dionysus) 제의(祭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드라마는 고대 그리스 극장에서 비극·희극으로 공연되었다.

관객들의 종교심과 즐거움을 배가(倍加)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시작됐다

고대 그리스에는 드라마가 있기 전 서사시(Epic)가 있었다. 이것의 그리스어는 ‘에픽코스(Epikos)’로, ‘말’이라는 뜻을 가진 ‘에포스(Epos)’에서 비롯되었다. 서사시 공연은 우리나라 판소리와 비슷하다. 여기에는 대표적 작품인 호메로스(BC 800?~BC 750)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공연되었다. 세월이 지나 기원전 7세기 중엽에 서사시보다 짧고 음악, 즉 다양한 음률이 가미되고 ‘리라’와 ‘기카라’ 반주와 공연되는 서정시(Lyric), 그리스어로 ‘서정시(Lurikos; 릴리코스)’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고대 그리스는 민주정이 발전하면서 문화를 즐기는 수요층이 증가함에 따라 단순한 한 사람의 낭송보다는 무대에 다수의 사람이 참여하는 합창서정시(Lurickos khoros) 형태로 발전하였다. 여기 합창단, 합창이라는 영어 ‘코러스: chorus’ 역시 그리스어 ‘코러스: khoros’에서 유래됐다.
1인 위주의 서사시, 서정시, 합창서정시에서 벗어나 관객들의 종교심과 즐거움을 배가(倍加)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시작됐다. 배역을 맡은 사람들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처럼 말과 노래 그리고 몸짓으로 행동으로 사건을 재현하고, 그리고 조금 더 사실감을 나타내려고 인물의 성격과 지위에 맞게 가면과 복장도 사용하여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위로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표현한 것, 곧 ‘드라마(drama)’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고대 그리스 최초의 드라마는 비극(悲劇)이었다. 기원전 534년 그리스 아테네 시민들의 시장과 각종 공공의 건물이 건설된 아고라(Agora)에서 디오니소스 제전(祭典)이 열렸다. 이때 비극 경연대회가 열렸고, 드라마를 공연한 팀 중에 한 팀을 우승자로 시상했다. 바로 이것이 드라마 경연을 통해 상을 주는 최초의 행사이었다.


그리스 제의(祭儀)의 이면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다

여기서 그리스의 비극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슬픔의 비극과는 전혀 다르다. 비극은 영어로 ‘Tragedy: 트라제디’ 이다. 이것 또한, 그리스어 ‘트라고디아: Tragoidia’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단어는 ‘Tragos:트라고스’는 숫염소를 뜻하고, ‘Aoidia: 아오이디아’는 노래를 말한다. 즉, ‘숫염소의 노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노래를 비극이라고 했을까? 고대 그리스에서는 트라고디아(Tragoidia)를 언제, 어떻게 숫염소의 노래라는 뜻으로 전해졌을까? 이것의 유래에 대해 학자마다 달리한다. 디오니소스 제전(祭典) 때 비극 경연대회에서 우승자에 시상품으로 염소를 주었다는 것과 시민들이 축제 행렬에 ‘트라고디아: Tragoidia’를 부르면서 염소 모습의 복장을 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보다는 당시 시민들이 극장 무대에서 디오니소스 신에게 염소를 불로 태우며 제물로 바치면서 종교적인 제의(祭儀)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이 ‘트라고디아: Tragoidia’였다는 설에 다수의 역사학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트라고디아의 시작은 종교적인 합창이었지 연극은 아니었다.
이러한 제의 시기는 겨울부터 봄까지 농한기(農閑期)에 축제 행사로 열렸다. 이러한 목적은 도시국가 시민의 농한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함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祭儀)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것은 물론 그 이면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다. 아테네에서 3월에서 4월까지는 디오니소스 제전이 절정을 이루었다. 이는 디오니소스 신이 포도주의 신과 부활의 신으로 봄과 잘 어울리고 아테네의 특산물인 포도 재배를 위한 준비와 더불어 신에게 제물을 바치면서 풍년 기원제, 즉 종교적 제전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역사의 주권자, 주어는 여호와 하나님

기원전 534년 아테네에서 참주(僭主) 페이시스트라토스(Peisistratos)가 처음으로 디오니소스 제전을 개최하였다. 이 제전을 개최한 목적에는 참주의 고도의 정치적인 수학적인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 참주는 민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기득권자들인 왕족, 귀족, 특권층인 세력들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이를 말한다. 페이시스트라토스 참주는 민중, 일반 시민과 농민 중심의 제전을 열어서 이들에게 철저하게 정치적인 지지를 받으려는 것이었다. 포도 농사와 포도주 제조가 주로 생업인 농민,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신을 위한 제전의 연결고리는 민중의 단기적 지지를 얻기 위해 내세우는 인기 영합(迎合)적 정책, 즉 포퓰리즘(populism)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이러한 계산 정치가 성공적이었다. 왜냐하면 이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매우 열광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제전 기간에 3일 동안 열렸던 가장 크고 특별한 이벤트 트라고디아(비극) 경연대회를 개최했었다. 이 대회의 우승자는 전쟁과 올림픽의 영웅에 준하는 명예, 존경, 환호의 대상이었다.
이런 고대 그리스의 극장에서 종교적인 제의(祭儀)로부터 비롯된 문화가 현대 문화의 기원이 된 것처럼, 오늘날 세계 젊은이들이 가상의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판타지 액션 서사 ‘케데헌(K-Pop Demon Hunters)’에 열광하는 현상에서도 인간들의 문화 속에서 무속적 연속성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렇게 이루어지는 세계 모든 역사의 주권자, 주어는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오현 편집국장 ((주)한국크리스천신문, 장안중앙교회 장로)
이메일 : donald25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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