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문제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지난달 목사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면접하면서 물었던 질문이다. 면접생은 서슴없이 “복음이 없다는 점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이제 목사고시를 치르고 다음 노회에서 목사로 장립 받을 아직 목사도 안 된 사람의 대답치고는 건방지다 해야 할지 무례하다 해야 할지 당혹스러운 대답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 싶었다. 그는 목사도 아니고, 목회 경험도 전무한 사람이지만 정규대학을 나와서 정식으로 신학대학원을 나온 사람이다. 나이는 50대 후반이고, 대학생들 성경공부를 지도하면서 목회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또한 교회건축을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건축사다. 그 때문에 전국적으로 교파를 초월하여 수많은 목사들의 설교를 들을 기회가 있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기에 ‘복음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묻지는 않았다. 복음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오늘날 교회강단에 수많은 설교들에 복음이 없다는 것이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대답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대신 이렇게 물었다.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성장주의와 세속적 가치에 치중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가 말하는 세속적 가치란 성공주의, 현세주의, 물질주의 등이었다.

왜 허다한 설교자들이 복음을 전파하지 않을까? 첫째는 복음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알지 못해서일 것이다. 성경을 읽고 그 성경에 대해서 말하면 그것이 다 설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심지어는 성경을 읽고 나서 그 성경과는 별 상관이 없는 자기 경험, 자기 자랑, 사회정치적인 얘기들을 나열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경말씀을 읽고 그 말씀을 해석한다고 해서 그것을 다 설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시대를 함께 살았던 설교자 가운데 아주 성경적으로 설교를 잘한다고 평가를 받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정말로 성경을 기가 막히게 분석, 분해한다. 그래서 한때는 많은 사람이 그를 따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교단의 지도자이기도 했다. 그는 학자로 평가되었다. 신학교도 했고, 교수, 학장도 지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분의 설교를 영상으로 자세히 들어 봤다. 정말 설교를 오직 성경으로 풀어간다. 듣는 사람들이 크게 감동하는 것은 그 성경해석이 개인의 현세적 축복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성경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는 없다. 단지 그에게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 속에 복음이 없다는 것이다. 복음이 무엇인가? 복음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왜 예수 그리스도가 복음인가? 예수의 죽음이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키고, 예수의 부활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을 문자대로 보면 거기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없다. 그러기 때문에 구약을 본문으로 해서 설교를 하려면 그 본문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가를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성경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베데스다 못가에서 물이 동할 때를 기다리는 38년 된 병자에게 네 자리를 들고 일어나 걸어가라 하셨을 때에 그 병자는 즉시 일어나 걸었다. 그날은 안식일이라 자리를 들고 걸어가는 것은 안식일을 범하는 일이다. 유대인들은 그에게 너를 낫게 한 사람이 누군가하고 물었다. 안식일을 범하면서 병자를 낫게 한 것을 보니 그는 가짜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유대인들을 향해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 구약을 전공했다는 사람들이 구약성경 설교나 강의를 할 때, 구약의 본문을 원문으로 분해해 놓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현실적인 삶에 복이 되는가를 기가 막히게 짜 맞추는 설교를 들으며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복음이 아니다.

한국교회가 세속화된 지는 오래되었다. 교회의 세속화는 역사 속에서 지난한 싸움을 계속해 왔다. 한국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초기 선교사들이 한국 사회에 복음을 전할 때에 성경의 가르침을 액면 그대로 따랐어야 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예수를 따르는 첫 번째 조건은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다. 자기를 부인한다는 말은 자기를 죽인다는 말이다. 자기를 없앤다는 말이다. 자기 생각, 자기 의지, 자기의 욕망을 없앤다는 의미다. 기독교가 처음 우리 땅에 들어올 때, 우리 민족은 종교적으로 무교, 불교, 유교의 영향 아래 있었다. 인간의 심성에 가장 깊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종교다. 우리 민족의 무속신앙의 영향은 민족의 출발과 궤를 같이한다. 그래서 고구려 시대에 들어온 불교는 무속신앙과 만나면서 본래의 불교의 모습은 변질되고 기복종교가 되었다. 유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윤리, 도덕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무속신앙과 만나면서 종교화되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이 본래 가졌던 무속신앙은 강렬하여 어떤 종교와도 만나면 잘 조화를 이루면서 그 종교를 변질시켜 왔다. 이 점에서는 기독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무속종교 신앙의 목적을 유동식 교수는 ‘제재초복’으로 요약했다. 재앙을 피하고 복을 얻으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한국적 샤머니즘의 특성 중의 하나는 의타성이다. “생활 가운데서 일어나는 일체의 현상은 사람의 힘으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령계에 그 근거와 책임이 있다”라고 생각한다. 무속종교에서 무당은 신과 사람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모든 운명은 신의 주관 아래 있으며 인간과 신 사이에 조정자 역할은 무당이 하니까 사람이 할 일이 별로 없다. 바로 이러한 영향이 기독교와 접했을 때 신자들은 인간의 생사화복을 하나님이 주관하시는데 목사인 제사장이 그 중간역할을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교회 신자들은 자연히 목사 의존도가 높게 마련이다. 한국교회가 복음으로 돌아가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 무속 기를 빼야 한다. 무속종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오락성이다. 한국적 샤머니즘이 갖는 특성 중에 가장 독특한 것이 바로 오락성이다. 의타성과 보수성, 현실주의, 그리고 오락성은 책임있는 현실적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의 상황에 안주하여 복과 오락이라는 특성을 강조하게 된다. 한국 무속종교의 특수성은 노래와 춤을 통한 종교의식을 통하여 리듬을 타고 전개되는 점이라 한다. 노래와 춤을 통해 제사를 드렸던 것은 ‘신을 내려오게’ 하고 신과 하나가 되는 경지에 들어가려고 하는 데 있었지만, 심리학적 현상으로 설명한다면, 황홀경, 탈아경, 망아경에 들어가는 것이다. 샤머니즘에 있어서 샤먼의 주요 기능 중에는 병 고침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기복성과 오락성은 우리 민족성의 요약이다. 여기에 또 하나 가미되는 것이 무속적 영성이다. 그래서 교회가 사람이 많이 모이게 하려면 이 기복성과 오락성, 그리고 영성을 강조하면 된다. 정대철 전 의원이 지지단체의 행사에서 연설을 하면서 ‘천 명이 넘는 한국교회는 대부분 무당 식으로 한다’는 말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