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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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2-06 21:0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2024년 한국 로잔대회를 생각하며 (1)


2024년 9월 24-28일 제4차 로잔(Lausanne)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로잔대회는 세계복음화 국제대회의 명분으로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처음으로 모여 이를 우리는 ‘로잔대회’(Lausanne Congress)라고 한다. 이후 제2차는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고, 제3차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2010년에 열렸다. 이제 50년 만에 제4차 로잔대회가 2024년 한국의 인천 송도에서 ‘함께 듣고 모이고 행동할 기회’를 주제로 222개국 5000여 명이 모인다.
4차 로잔대회의 주제어는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이다. 프로그램의 틀을 보면, 오전에 주제강의로 “부흥, 선교적 공동체, 핍박, 일터선교, 지도력, 선교 등”이 있다. 오후에 12개 지역별 모임 및 국가별 모임과 25개 이슈 그룹 토의를 계획하고 있다. 25개의 이슈를 세부적으로 보면, REACHING PEOPLE(복음 전파, 6개), MINISTRY IN A DIGITAL AGE(디지털 시대의 사역, 4개), UNDERSTANDING HUMANNESS(인간됨에 대한 이해, 3개), POLYCENTRIC MISSIONS(다중심적 선교사역, 2개), MISSION & HOLINESS(선교와 거룩함, 3개), BEARING WITNESS WITHIN COMMUNITIES(공동체에서 증인 되기, 4개), 마지막으로 SOCIETAL INTERACTION(사회적 상호교류, 3개) 등의 주제를 다룬다.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교회와 신학계 내에 우려와 약간의 논쟁이 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선교의 본질과 방향에 대한 문제이다. 지난 2023년 6월 19일 한국대학기독 총장 포럼이 ‘오늘의 상황과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우리들교회에서 개최했다. 여기에서 이승구 교수(합신대)는 2024년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로잔언약은 무엇인지 로잔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그러나 로잔언약에 근거해 복음주의자들이 WCC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같은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로잔운동이 의도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성경을 비평적으로 보는 것은 수용하면서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주장하는 젊은 세대의 로잔언약 해석도 결과적으로 로잔언약의 의미를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세계 복음화에 대한 초심을 잊지 말고, 복음화는 기본적으로 ‘천국 복음’을 선언하는 것이어야 하며, 진정으로 천국 복음을 믿고 천국에 참여한 사람들은 진정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일로 나아가게 되는, 즉 성경이 말하는 원칙이 드러나는 사회참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복음화는 간접적으로 사회를 변혁하는 부산물을 낳으며 그리스도의 재림을 참으로 믿는 가운데서 진행되는 것이 로잔운동이고 무엇보다 복음주의적 성경관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2. 로잔에 대한 과제를 염두에 두고 성서한국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복음주의권 단체들이 로잔대회를 앞두고 로잔을 넘어 연속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023년 6월 27일 서울영동교회에서 진행된 ‘로잔너머’ 연속 심포지엄(1-5차 2024년 2월 27일)이 대표적이다. 1차 심포지엄에서 이문식 목사(광교산울교회, 기윤실 이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학은 개인적 인격 성숙과 양적 성장만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상업주의 신학의 ‘대리점’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번 로잔대회를 통해 비서구권 신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편협하고 고립된 신학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로잔대회가 실천해야 할 하나의 과제로 우리의 콘텍스트를 반영한 ‘신학의 자주화’를 꼽았다.

3. 로잔대회와 이단의 관련성 논쟁이 있다. 지난 2023년 8월 22일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와 세계기독교이단대책협회가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내년 한국에서 열릴 제4차 로잔대회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모두 발언을 한 진용식 목사는 “그동안 로잔대회가 선교 신학적으로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로잔대회를 통해 세계교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이 분명했음을 밝힌다”며 “특히 1989년 마닐라에서 열린 2차 로잔대회에서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신사도 운동가들이 주 강사가 되어 강연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피터 와그너, 신디 제이콥스, 조지 오티스, 루이스 부쉬, 존 도우슨 등이다.” 진 목사는 한국교회는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세계 선교에만 집중하다가 무속적·미신적·비성경적 신사도 운동의 주장들이 퍼져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 로잔위원회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협회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제2차 로잔대회 당시 피터 와그너는 신사도주의적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3차 대회의 경우 소수의 로마 카톨릭교회와 정교회, WCC 대표들이 참관인 자격으로 방문했고, 로잔운동은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응해 일어난 운동으로 WCC의 신학적 견해와 차이가 있다고 하였다.

4. 마지막으로 로잔의 방향과 책임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다. 최근 2024년 1월 20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진행된 한국신약학회 1월 간담회가 있었는데, ‘제4차 로잔대회에 즈음한 기독교의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사회적 책임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모임에서 흥미로운 것은 선교에서 특히 복음 전도만을 강조해 온 한국교회 풍토에 대해 반성하며 실천으로 복음을 증거하는 삶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간담회에선 70-80년대 복음주의 교회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던 로잔대회가 단순히 하나의 대형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발제자로 나선 숭실대 기독교학과 김회권 교수는 “구두 전도를 우선시하는 복음주의 전통은 신대륙 개척 당시 고등교육이 부재했던 배경에서 형성된 미국식 복음주의”라며 “이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축소할 뿐만 아니라, 사영리 수준의 마법공식처럼 만들어버리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 로잔대회가 대형화되고 조직화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즉 “로잔대회가 단순히 대형 군중집회가 되어선 안 된다”며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원리와 방향을 제시하는 대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잔대회와 관련하여 필자가 이전에도 지적한 것같이 선교의 본질과 기독교 운동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필자는 로잔 운동의 초기 신복음주의 신학을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자유주의 신학과 일부 노선을 같이하는 신복음주의의 모호한 신학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선교와 개혁 운동의 기초와 본질은 성경에 기초한 개혁주의 신학에 근거해야 한다. 21세기 한국의 교회 모습을 보면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1973년 여의도 집회(110만명)가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의 기초를 마련하였지만, 복음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교회와 기독교의 사명을 망각하는 실종의 느낌이 있다.

바라기는 2024 로잔대회는 개신교 복음과 선교의 방향을 고민하는 교회의 겸손함이 드러나야 할 시점에 있다. 2024년 한국 로잔대회가 복음과 선교의 본질을 고민하는 ‘교회의 진지하고 순전한 온전함’이 로잔 선교대회에 잘 담아 하나의 결실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2024 로잔 한국대회가 성경과 복음의 본질을 더 깊이 고민하는 집회가 되기를 바라고, 한국이 세계 복음화에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지난 교회의 역사에서 무엇을 회개하고 반성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복음의 순전함 그리고 교회의 겸손함’이 보여지기를 바란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Knox Kwon (신앙과 사회문화연구소 소장, 총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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