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 교회는 선교사들의 피와 함께 이 땅에 그 씨앗이 뿌려졌다. 그리고 순교자들의 피를 자양분으로 자라났다. 이 땅에 복음의 씨가 뿌리내리고 자라나던 시대는 민족적으로 가난했고, 고달픈 삶을 이어가던 때였다. 세계에서 종교성이 가장 강한 두 민족을 꼽을 때 이스라엘과 한민족을 꼽는다. 이스라엘은 그 강한 종교성으로 유일신 여호와 종교를 발전시켰고, 우리 민족은 무속신앙을 발전시켰다. 기독교가 우리 민족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무속신앙의 구조와 기독교의 틀에 유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속신앙에 기복적인 요소가 있는 것처럼 기독교 신앙에도 기복적인 요소가 있다. 오랫동안 가난과 외적의 침입에 시달려 온 우리 조상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안정과 부요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사방에 복과 관련된 표현이 생활 전반에 배어 있다. 그 소원은 거의 생활 모든 분야에서 글로 그림으로 신앙으로 표출되었다. 어디를 가든지 복을 빌기 위한 제단들이 있었다. 이처럼 복에 한이 맺히다시피 한 우리 민족에게 하나님이 복을 주신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나무나 산이나 강이나 조상들이 주는 복보다는 하나님이 주시는 복은 비교할 수 없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일제강점기에는 가난했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는 아무런 소망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의 소망은 저 높은 곳에 있었다. 그래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하고 찬송했다. “괴롬과 죄만 있는 곳 나 어이 여기 살리까” 오직 ‘눈물과 고통과 슬픔이 없는 저 하늘을’ 바라보면서 살았다. 현실도피적인 신앙이 만연했다.

한국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자 한국 교회도 더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삼박자 축복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마 삼박자 축복이라는 것도 그 시대적 산물이라 해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의 부흥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것은 현대 오순절 운동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계적인 교회로 대 성장하게 된 데에는 이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이루게 된 경제적 부가 교회로 흘러들어오는 과정에서, 감각적이고 가시적인 은사와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축복을 강조하는 오순절적 신앙이 절묘하게 접목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역시 그 시대적 산물이다. 삼박자 축복이 그 시대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그러자 교회 신앙도 그 색깔이 바뀌게 된다. 이 틈바구니에 유례가 없는 교회 성장을 이룬 분은 찬송가도 이렇게 가사를 바꾸었다.

“존귀 영광 모든 권세 주님 홀로 받으소서! 멸시 천대 십자가를 주님께서 지셨으니”
원래 이 찬송의 노랫말은 “멸시 천대 십자가는 제가 지고 가오리다.”였다. 이젠 십자가가 싫어진 것이다. 십자가를 간절히 찾지 않아도 먹고살만하게 된 것이다. 기독교 신앙에서 가난이 미덕처럼 여겨졌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예배가 엄숙하고 진지했던 분위기에서 활발하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은혜롭게 여겨지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열린 예배는 예배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 또한 우리 민족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즐거운 분위기다. 무속신앙의 골격은 “제재 초복”이다. 재앙을 제거하고 복을 불러오는 것이다. 우리 민족성과 사회 환경에 딱 들어맞는 컨셉이다. 거기에다 축제분위기다. 이것 또한 무속성의 한 요소인 오락성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국 교회 부흥의 동력이 된 것이다. 바로 이 분위기가 거의 모든 한국 교회를 대형화 꿈에 사로잡히게 했다. 드디어 한국 교회는 세계 선교역사상 피선교국으로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교회라는 찬사와 명예를 함께 얻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 순위 중 23위까지가 한국에 있다 한다. 그런데 대형교회를 향해 질주하던 한국 교회는 하늘나라에는 큰 것, 많은 것이 최고라는 가치가 없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 같다. 무조건 크고 많으면 좋을 줄 알고 그야말로 무한 경쟁으로 내달았다. 그 결과는 너무 허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이루신 분은 지난해 5월 17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주식거래로 모교회에 50억이 넘는 피해를 끼쳤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세계감리교 중 제일 큰 교회를 이루신 분은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무고, 명예훼손, 사기 미수'로 재판을 받아 왔다. 원심은 명예훼손만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모 목사가 서류 내용이 허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도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6월 7일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모 목사는 다시 법정에 서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다 돈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그중 한 분은 윤리적인 문제까지 겹쳐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누가 그렇게 평가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한국 교회 중 3대 교회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라 했다. 아마 사랑의교회에서 어떤 변명의 글에 그렇게 썼던 것 같다. 세 교회가 다 평안치 못하다. 한 교회는 8백억이 넘는 비자금 문제로 그 돈을 관리하던 장로가 자살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이제는 또 교회세습 문제로 한국 교회 골칫덩어리가 됐다. 사당동 총신대는 총장도 없는 슬픈 졸업식을 했단다. 합동, 통합, 감리교, 순복음 교단과 상관없이 소란은 계속된다. 사랑의교회는 끝없는 법정투쟁으로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빈축을 사고 있다. 목사들의 성추행, 성폭행, 성추문 등 끊일 새 없이 보도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만일 지금 우리 사회에, 그리고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Me Too" 운동이 한국 교회 안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불쌍히 여기셔서 덮어 두시니 망정이지 정말 생각하면 아찔하다. 하나님은 참 긍휼도 많으시다. 그 은혜로 오늘도 산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회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됐다. 악마는 태초부터 인간의 욕망을 부추겨 손안에 넣었다. 이제는 손안에 넣고 쪼물락 거리면서 조롱하고 있다. 이젠 영영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맘몬에게 무릎 꿇지 않는 목사 과연 몇이나 될까? 한국 교회 안에 복음주의 4인방이 있었다. 그들은 젊은 후배들에게 그야말로 로망이었다.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남긴 말들은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직도 살아 활동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향후의 한국 교회를 위해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기자들과 인터뷰 한 내용 중 공통적인 것은 “큰 교회가 좋은 줄 알고 교회를 키우기에 열심했던 지난날들이 후회스럽다”는 것이다. 당신들은 존귀 영광 다 받으시고, 당신들을 따라 목회하는 후배들은 어쩌란 말인가? 너희들도 그렇게 하면 후회한다고? 이를 두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라 하는 것 아닌가?

한국 교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대로 가면 어디에 다다르게 될까? 한국 교회는 그야말로 길을 잃었다. 길이신 예수를 잃었다. 그러니 진리도 없다. 대안은 없는 것인가?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안 되면 매뉴얼대로 하라’는 말이 있다. 한국 교회는 그동안 교회를 부흥시키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지 총동원했다. 하지만 거품처럼 일어났던 교회는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방법은 없는 것일까? 원초적인 매뉴얼로 돌아가는 방법 외에는 길이 없다. 성경의 설계도대로, 그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 것 외에 무엇이 더 있을까?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 이를 모르는 목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안 되는 것일까? 신앙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 탓이다. 한국 교회 개혁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