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가?
우리는 김정은의 일상의 모습을 처음으로 안방에서 가깝게 보았다. 우리에게 비친 김정은의 모습은 생각보다 순진하고 다정다감하게 보였다. 트럼프의 그에 대한 악담이나 비하의 발언하고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더구나 서울 불바다 어쩌고 하는 그가 쏟아낸 말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수백 명을 처형하고, 인민에게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고 심지어 고모부까지 처형했다는 사실을 전혀 믿기 어려울 만큼 순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문 대통령이 ‘난 언제나 북한에 가볼 수 있을까요?’ 했을 때, ‘지금 한 번 넘어 보시지요’하고 진짜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은 장난기 많은 보통 사람으로 보였다. 문 대통령과 도보다리의 산책과 야외 간이의자에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김정은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평화롭고, 가까운 이웃 같은 모습이었다. 오죽했으면 남한의 차기 대통령에 김정은이 출마하면 될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우리에게 이 환상을 더욱 확실한 것처럼 바람을 잡은 당사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험악한 말을 주고받았었는데 이제는 김정은 띄우기로 급선회한 모양이다. 마치 금방이라도 핵 문제가 일괄 타결될 것처럼 많은 말들을 쏟아 냈다.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김정은은 졸지에 세계 정치무대에 일약 스타가 됐다. 철의 장막을 열고 나온 그는 국제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남북 간의 화해 무드는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정작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많은 전문가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언론이 북미 회담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데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큰 소리는 여전했다. 북미 회담이 있은 지 한 달여, 북미 관계는 점점 더 꼬여가는 형국이다. 후속 실무 회담도 거의 답보상태다. 그래서 어떤 언론은 작금의 북미 관계를 씨름꾼의 샅바 싸움에 비유하기도 한다. 씨름꾼에게서 샅바 싸움은 바로 승패와 직결된다. 그래서 씨름 선수들은 주심의 주의를 받아 가면서까지 자기에게 유리하게 샅바를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는 사이 우리들의 김정은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우리 남북관계는 정치판에 그대로 나타난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점점 하락하여 60%대로 내려앉았다 한다. 어차피 북핵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그렇게 쉽게 한꺼번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충분한 협의에 의해 양쪽이 최소한 받아들일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는 아직 공산주의자들을 너무 잘 모르고 있다. 1983년 9월 1일 존 F. 케네디 공항을 이륙, 앵커리지를 경유해 김포국제공항을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소련 상공에서 소련공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격추된 사건이 있었다. 그 비행기에는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을 포함 16개국 269명에 달하는 탑승자가 있었는데,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를 두고 서방언론들은 ‘어떻게 민간 항공기를 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단 말인가’하고 야단법석이었다. 이때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는 옛 소련 체제의 폭력과 폭압을 비판하고 윤리와 정의를 추구하며, 공산 정권 치하 구소련의 인권 탄압 실상을 폭로하면서 반역죄로 추방당한, 노벨문학상의 수상자요, 역사가이자 소설가인 솔제니친은 서방세계를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서방국가들은 절대로 공산주의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 비행기에 누가 탔는지, 몇 명이나 탔는지, 민항기인지, 폭격기인지 그런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판단에 얼마든지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것이 공산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서방은 솔제니친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그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바대로 김정은은 삼대를 세습한 지도자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인척도, 인민도 안중에 없었던 사람이다.
우리는 공산주의의 선전술에 넘어가고 있는 것일까? 미국 또한 북한의 속임수에 속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김정은도 모르고, 트럼프도 모른다. 어떤 전문가도 가늠할 수 없다. 오직 하나님만이 아신다. 우리는 이 북미 간의 거래가 어떻게 진행될지, 어떻게 마무리될지, 또 어떻게 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 역시 아무도 모른다. 단지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살아계신 하나님은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신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역사의 주인이시요, 통치자이시기 때문이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도 결국은 하나님이 마무리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시고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역사를 다스려 가시기 때문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담, 도보다리 산책이 보도될 때는 금방이라도 남북이 통일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한 국민성이 우리의 장점이자 또한 단점이다. 그러한 국민성이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3.1운동을 만들어 냈고, IMF를 극복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리응원을 일으켜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세우는 일 또한 우리 국민성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독특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엔 함정도 있다. 본래 군중이란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군중의 심리를 자극하면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서울 남산에 야외 음악당이 있을 때 외국의 유명한 팝 가수의 공연이 있었다. 관중은 완전히 그 공연에 몰입되었다. 그때 어떤 여성 팬들이 브래지어나 속옷을 벗어 던졌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이렇듯 군중은 평상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만일 그런 곳에 영의 활동이 있다면 어떤 영이 그 분위기를 압도할까? 집단최면 현상이 있다. 우리 시대의 명 설교자였던 스펄전은 기독교 집회에서 이 집단적 최면현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집단적 영적 최면현상 그것을 성령의 역사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인은 이 집단적 최면현상을 매우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기도해야 한다. 우리의 부주의로 국가적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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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효식 목사 (전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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