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안수란 무엇인가 (2)
3. 안수의 목적
성경에 나타난 안수들은 그 목적이 단순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약시대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열조에게 언약하신 복을 그 자손에게 승계하려고 할 때에 안수를 했다. 그런가 하면 범죄한 자가 제사규례에 따라 속죄제사를 드리려면 자기 죄의 책임을 제물에 전가하기 위해 안수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신약시대는 예수님을 비롯한 사도들이 여러 가지 표적을 행할 때에 안수를 시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성령의 교통하심에 의해 받은 은사에 따라 직임을 부여할 때에 안수를 했다.
첫째 복의 승계(承繼)다.
구약에는 안수에 대한 기록이 창세기에서 제일 처음 나타난다. 곧 야곱이 요셉의 두 아들에게 축복할 때에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신약에는 예수께서 어린 아이에게 축복하실 때에 안수를 하신 일이 있다. 이러한 안수들은 모두 복과 관련된 것으로 복을 자손에게 승계하거나 축복을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특히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이 여호와 하나님의 언약으로 받은 복을 그 후손에게 승계하는 과정에서 야곱이 요셉의 두 아들에게 안수를 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안수를 통해서 복이 승계되는 것은 아니다. 살렘 왕 멜기세덱이 아브람에게 축복할 때나,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또는 이삭이 야곱에게 축복할 때는 안수를 했다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안수가 복을 승계하거나 복을 베푸는 절대적 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 죄책의 전가(轉嫁)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시내산에서 율법을 명하실 때에 제사규례 중에 소나 양과 같은 속죄제물에 안수를 하라고 하셨다. 대제사장인 아론의 아들들의 죄를 속하기 위해서나 백성들의 죄를 속하기 위해 범죄한 자가 속죄제물에 안수를 하도록 명하셨다. 곧 제사장이나 백성들이 속죄를 받으려면 자신들이 범한 죄를 속죄제물에 전가하는 뜻으로 제물에 안수를 하라고 명하신 것이다. 따라서 제사장이나 백성들은 자신들이 범한 죄를 속하기 위해 성막의 번제단 앞에서 속죄제물에 안수함으로 죄를 전가하는 의식을 행했다. 그리고 속죄제물이 번제단에서 죄인을 대신해 피 흘려 죽음으로 죄인이 속죄를 받았다. 이는 죄에 대한 책임을 속죄제물에 전가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수 자체가 죄를 전가하는 신통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아담의 죄가 모든 인류에게 전가된 사실이나 택자들의 죄가 그리스도에게 전가된 사실이 안수에 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죄책의 전가를 위한 구약시대 안수는 그리스도의 영원한 속죄제사에 대한 예표로서의 모형적인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능력의 발현(發現)이다.
신약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안수들은 주로 성령의 능력을 나타내기 위해 실시되었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과 그의 제자들인 사도들에 의해 안수가 실행된 사실이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더러 나타난다. 예수께서 때로는 병자들을 안수를 통해 고쳐주셨다. 그리고 제자들은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더러 안수를 통해 성령의 능력을 나타냈다. 이는 예수께서 메시아의 능력을 제자들에게 완전히 위임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능력을 행할 수 있도록 때에 따라 능력을 공급해주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자들이 자의에 의해 독자적으로 능력을 행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 어디까지나 때에 따라 그리스도의 권능을 공급받아 안수를 통해 성령의 능력을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신약시대에 예수님 자신과 그의 제자들에 의해 실시한 안수는 그리스도 능력의 발현에 목적이 있었다.
넷째 은사의 부여(賦與)다.
신약성경 가운데 특히 사도행전이나 각종 서신에 언급된 안수들은 주로 은사를 부여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오순절에 임하신 성령으로 지상에 교회를 창립하셨다. 그리고 교회 중에 갖가지 은사를 부여해 교회가 설립되어 가도록 역사하셨다. 곧 믿는 자들에게 믿음의 분량대로 부여한 은사의 직임을 수행하도록 사도들로 안수를 하게 하셨다. 복음전하는 자나 가르치는 자 그리고 보호자나 권위하는 자 또는 집사 등을 세울 때 안수를 하도록 하셨다. 이는 성령께서 교회를 설립하기 위해 성도들 각자에게 믿음의 분량대로 받은 은사에 따른 직임을 부여할 목적으로 안수를 하도록 하신 것이다. 그렇다고 은사를 받은 모든 자들에게 반드시 안수를 실시해서 직임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성령의 교통하심에 따라 복음을 깨달은 자들은 누구라도 안수 없이 복음의 증인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안수가 은사에 따른 교회직임 수행의 필수적인 절대조건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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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용기 원로연구원 (성경신학학술원,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명예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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