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심판이란 무엇인가 (3)
5. 심판의 구분
하나님의 ‘심판’은 그 대상에 따라 다양한 시기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단행된다. 특히 현실적인 역사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심판’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뿐만 아니라 매우 복잡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하나님의 ‘심판’에 대해 단순하고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심판’에 대해 원리적으로 단순하게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성경을 종합적으로 자세히 살펴 이해하게 되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나님의 ‘심판’은 그 성질상으로 보아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하나는 현세의 육적 심판이고, 또 하나는 내세의 영적 심판이다.
1) 현세의 육적 심판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창세전에 작정하신 ‘심판’의 결과를 현세에서 육적인 심판을 통해 계시하신다. 그 ‘심판’의 대상은 물론 모든 인류가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속에서 제외하기로 창세전에 정하신 작정에 따라 예정된 자들이다. 반면에 죄에서 구속하기로 선택된 자들에게는 진노의 ‘심판’이 아니라 사랑의 징계가 있을 뿐이다. 하나님께서는 ‘심판’의 대상을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심판’하실 것인가에 대해 창세전에 이미 작정해 놓으셨다. 그리고 그 작정하신 대로 현세에서 육적인 심판을 통해 계시하신다. 예를 들면 인류 초기에 동생 아벨을 죽인 가인의 심판을 비롯해, 노아시대 홍수심판과 모세시대 홍해에서 애굽 군대에 대한 ‘심판’ 등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앗수르제국에 대한 ‘심판’을 비롯해, 바벨론제국과 파사제국 또는 헬라제국 및 로마제국에 대한 ‘심판’ 등도 물론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을 박아 죽게 한 유대인들에 대한 현세의 육적 ‘심판’은 이미 역사적으로 단행되고 있는 것이다.
2) 내세의 영적 심판
태초에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최후 ‘심판’을 통해 세상에 종말을 고하신다. 이것이 영원한 ‘내세의 영적 심판’이다. 이는 인간이 육신으로 사는 동안 현세에서 육적 심판을 받은 자들이 궁극적으로 받게 될 ‘심판’이다. 곧 세상 끝 날에 영적으로 죽은 자들이 부활을 통해 받게 될 내세의 영원한 ‘심판’을 말한다. 그러므로 ‘내세의 영적 심판’은 세상 종말에 단 한 번 단행된다. 죄에서 구속하기로 선택된 자들은 그리스도의 공로로 이 ‘심판’을 면하고 ‘생명의 부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구속에서 제외된 자들은 저주를 받아 ‘심판의 부활’을 하게 된다. 여기서 ‘생명의 부활’은 그리스도를 믿고 성령으로 거듭난 영의 상태에서 부활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심판의 부활’은 그리스도를 믿지 않고 거듭나지 못한 죽은 영의 상태에서 부활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생명의 부활에 참여한 자들은 영원토록 천국에서 거하게 되고, 심판의 부활에 참여한 자들은 영원토록 지옥에서 거하게 된다. 이것은 곧 하나님의 영원한 ‘내세의 영적 심판’에 따른 결과이다.
6. 심판의 특징
여호와 하나님께서 단행하시는 ‘심판’은 인간사회에서 실행되는 일반적인 ‘심판’과 판이하게 다르다. 이는 하나님의 ‘심판’이 일반적인 ‘심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의 ‘심판’과 인간의 ‘심판’이 동일한 특징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단행하시는 ‘심판’의 특징은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하나는 ‘절대주권적 섭리’이고, 다른 하나는 ‘언약성취의 결과’이다. 이와 같은 두 특징은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전자가‘심판’의 동인라고 한다면, 후자는 ‘심판’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곧 하나님의 ‘심판’은 ‘절대주권적 섭리’에 의해 ‘언약성취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1) 절대주권적 섭리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스스로의 절대적인 주권적 섭리에 따라 ‘심판’을 단행하신다. 인간의 어떠한 의지적 노력에 의한 행위여하에 따르거나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단행하시지 않으신다는 말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단행하시는 ‘심판’의 근거를 하나님의 주권적 작정섭리에 따른 예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곧 하나님의 ‘심판’이 세상 종말에 ‘심판의 부활’을 받아 영원한 멸망을 당하기로 예정된 자들에게 임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심판’은 기쁘신 뜻에 따른 절대주권적 섭리이기 때문에 ‘심판’을 면하기로 예정된 자들에게는 한없는 은혜가 아닐 수 없다. 곧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을 면하기로 창세전에 아무런 공로도 없이 선택을 받았다는 놀라운 은혜 말이다. 이것이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가 하나님께 대한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되는 근본적 이유이다.
2) 언약성취의 결과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창세전에 만사를 작정하신 대로 섭리하실 것을 언약하시고 그 언약대로 성취해 주신다. 곧 기쁘신 뜻대로 작정하신 근거에 의해 언약하신 대로 성취하신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호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계획이나 작정 및 예정은 영원한 때에 기쁘신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언약과 성취는 창조된 현실세계에서 역사적 실제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택자와 불택자를 예정하시고 그 예정대로 역사적 섭리과정에서 ‘육적 심판’을 단행하시고 역사적 종말에 영원한 ‘영적 심판’을 단행하신다는 말이다. 따라서 여호와 하나님께서 단행하시는 ‘심판’의 특징은 ‘언약성취의 결과’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곧 여호와 하나님의 ‘언약성취의 결과’가 바로 ‘심판’의 특징이라는 말이다.
7. 심판의 목적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시고 만사만물을 작정하신 뜻을 따라 창조하시고 섭리하신다. 따라서 여호와 하나님께서 단행하시는 각종 ‘심판’도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계시다. 어떤 자들은 그 목적이 인간으로 하여금 선행을 도모케 하려는 데 있다고 한다. 그리고 더러는 인간으로 하여금 악행을 자제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하는 자들도 있다. 이러한 견해들은 모두가 인간을 중심으로 바라본 것으로서 하나님 중심의 견해가 되지 못한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심판’하시는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선포 및 영광찬양에 있다. 곧 하나님께서 스스로의 영광을 선포하심으로 피조물로 하여금 그 영광을 찬송케 하시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1) 하나님의 영광선포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스스로의 모든 영광을 계시하실 목적으로 천지만물을 작정하신 뜻에 따라 창조하셨다. 그리고 만사를 창세전에 작정하신 대로 빈틈없이 섭리하신다. 따라서 피조된 모든 우주만물에는 여호와 하나님의 모든 영광이 계시되어 충만하게 채워져 있다. 이는 모든 우주만물의 존재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선포에 있다는 사실과 일치를 이루는 대목이다. 그러므로 여호와 하나님께서 단행하시는 각종 ‘심판’도 역시 하나님의 주권적인 권능의 영광선포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선포’가 바로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궁극적인 목적일 뿐만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방식이기도 하다. 여호와 하나님은 영원토록 살아서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스스로 존재하시는 하나님께서 ‘심판’을 통해 그 권능의 영광을 선포하시는 것이다.
2) 하나님의 영광찬양
여호와 하나님께서 피조물에게 단행하시는 ‘심판’을 통해 스스로의 권능과 자비의 영광을 선포하신다. 이로 인해 ‘심판의 부활’에 참예한 자들은 하나님의 ‘심판’에 의한 권능의 영광을 두려움으로, 생명의 부활’에 참예한 성도는 하나님의 자비에 의한 은혜의 영광을 즐거움으로 찬양하게 된다. 결국 모두 찬양의 대상이신 하나님에게 있어서 찬양의 상태가 다를 뿐 그 결과는 일반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결과적인 목적이며 여호와 하나님이 스스로 섭리하시는 방식이기도 하다. 여호와 하나님은 절대권능을 가지고 계시며 자비가 충만하신 분이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심판’하시는 섭리에 의해 그 권능과 자비의 영광을 선포하시므로 피조물로 그 영광을 찬양하도록 섭리하는 것이다.
8. 끝맺는 말
지금까지 허다한 성도가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오해로 신앙생활에 있어서 즐거움보다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곧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의 감동에 의한 즐거움과 감사보다는 ‘심판’의 두려움에 의한 공포와 억눌림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성경은 ‘심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혀준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낳음을 입었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 사 53:5~6 -
구속해 주시기로 선택받은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면하게 된다. 이 얼마나 놀랍고 큰 은혜인가. 이것이 성도가 여호와 하나님께 영원토록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되는 절대적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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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용기 원로연구원 (성경신학학술원,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명예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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