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생명이란 무엇인가 (2)
3. 생명의 구별
성경은 ‘생명’에 대한 용어를 단순하게 사용하지 않고 크게 세 가지로 구별이 가능하도록 밝혀주고 있다. 그러므로 ‘생명’에 대해 본질적으로 이해하려면, 적어도 세 가지 서로 다른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성경에 기초한 올바르고 포괄적인 신학적 의미 규정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절대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생명에 대한 구별은 첫째가 타락한 피조물의 생명이다. 둘째는 영원한 피조물의 생명이며, 셋째는 영원한 창조주의 생명이다.
1) 타락한 피조물의 생명
‘타락한 피조물의 생명’은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으로 타락하여 저주가 덮인 각종 피조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을 말한다. 그런데 이 생명은 하나님의 통치 권세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유한한 계시세계를 보시기에 좋게 창조하셨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인해 모든 계시세계의 유한한 만물도 저주가 덮여 타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현상세계의 모든 만물은 ‘타락한 피조물의 생명’에 의해 생성하고 있다. 이는 살아있는 생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하나님의 권세에 사로잡혀 있는 사망권세에 얽매인 죽은 생명에 불과하다.
2) 영원한 피조물의 생명
‘영원한 피조물의 생명’은 하나님께서 영원한 때에 창조하신 영원한 세계의 피조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을 말한다. 이는 ‘타락한 피조물의 생명’과는 다른 차원이지만 이 또한 하나님의 통치권세를 받아야 하는 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창세전 영원한 때에 영원한 세계 곧 하나님의 나라를 영화롭게 창조하셨다. 이러한 영원한 세계의 피조만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이 곧 ‘영원한 피조물의 생명’이다. 그러므로 이 ‘영원한 피조물의 생명’도 하나님께 속한 근본 생명에서 벗어나 스스로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으며 반드시 하나님의 생명에 의존해서만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3) 영원한 창조주의 생명
‘영원한 창조주의 생명’은 영원 무궁히 자존하시는 하나님께서 본래부터 소유하신 절대적 생명을 말한다. 이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존재 자체와 직접 관련된 근본적 생명의 특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님은 영원한 생명의 근원이시며 영원한 생명의 절대적 본체이기도 하시다. 따라서 ‘영원한 창조주의 생명’은 하나님의 존재 자체와 가장 밀접한 생명으로 모든 피조물의 존재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으로서의 생명이다. 그러므로 ‘영원한 창조주의 생명’은 의존해야 할 어떠한 대상도 결코 필요하지 않은 채 절대자존하시는 신적인 특질을 지니고 있다.
곧 타락한 피조물이나 영원한 피조물의 생명은 궁극적으로 영원한 창조주의 생명에 성질을 달리하면서도 반드시 의존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모든 피조만물은 근원인 ‘절대생명’ 곧 전능하신 하나님의 생기 곧 생명의 힘을 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4. 생명의 정의
앞서 ‘생명’에 대한 종류들을 구별해서 알아본 것은 ‘생명의 정의’를 단순화하기 위한 배려였다. 곧 분류된 생명의 종류마다 정의를 내리는 복잡성을 피하고 근본 하나님의 절대생명에 대한 정의만으로 단순화하기 위한 것이다. 피조물의 생명은 근본적인 하나님의 절대생명에 대한 정의에 따라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여타 모든 피조물들의 생명은 근본적인 생명 곧 하나님의 절대생명에 각각 자신이 속한 차원에서 직간접적으로 종속하여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명’의 기능과 작용을 표면적으로만 보고 단순하게 정의를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눈에 보이거나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생명’ 자체의 본질에 근거한 올바른 정의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듯이 하나님의 생명 역시 타락한 인간의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다. 더구나 그 본질은 그 무엇으로도 분석이 불가능하고 실험을 통한 확인도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하나님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분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그런 자들은 자기 생명의 근원도 모른 채 단지 목숨만 연명하며 자기 무지의 늪에 헤매는 꼴이 된다. 고도의 현미경을 통해 과학자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근본적인 생명의 본질이 아니라, 다만 생명의 기능이 작용하고 있는 표면적인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생명의 상태를 보면, 그 본질인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갈 수 있다. 즉 하나님의 절대생명에 대한 분석이나 실험을 통한 확인은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론적으로는 올바른 정의를 충분히 내릴 수 있다. 곧 절대진리의 보고인 성경이 밝혀주고 있는 범주 안에서 충분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절대생명에 관한 분명한 이론과 그 기능이 작용하는 표면적 상태의 사실 근거가 생명이신 하나님의 존재를 확증하기에 충분하다.
성경적으로는 생명의 정의를 <하나님의 근본 특질>이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곧 하나님께서 본래 지니고 계신 특수한 성질이 생명이라는 의미이다.
좀 더 구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개념을 한두 개 도입해 보기로 한다. 앞서 정리한 개념인 ‘거룩’과 ‘영광’이다. ‘거룩’이 하나님의 근본 특성(特性)이라면, ‘영광’은 하나님의 근본 영상(映像)이고, ‘생명’은 하나님의 근본 특질(特質)로 볼 수 있다. 이는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이해되는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생명이신 하나님’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근본 특질을 특수하게 부각시킨 한 측면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뿐만 아니라 ‘거룩하신 하나님’이라든가 ‘영광스런 하나님’ 등의 표현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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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용기 원로연구원 (성경신학학술원,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명예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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