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영혼이란 무엇인가 (1)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로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존되기를 원하노라 너희를 부르신 이는 미쁘시니 그가 또한 이루시리라.
-살전 5:23~25-
1. 시작하는 말
인류 역사 이래 인간에게 ‘영혼’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종교적 입장을 취하는 자들은 대부분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과학적 입장을 취하는 자들은 대부분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인간의 ‘영혼’이 눈으로 확인되거나 촉감으로 느낄 수 없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사실 인간의 눈으로 확인하거나 촉감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영혼’만은 아니다. 피조만물 가운데 망원경이나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촉감으로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면 물질의 각종 원소나 아원자를 비롯해 공기나 물체의 인력과 청력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마음과 생각 또는 느낌 등도 그러하다.
현대과학은 그동안 연구를 거듭해 온 결과 인류에게 새로운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그 결과 기존의 정보가 미숙한 것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있는가하면 기존의 과학적 이론이 틀리거나 허구인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현대과학은 앞으로도 눈으로 확인되거나 촉감으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현대과학은 최종적인 결론을 가지고 있는 완전한 학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완전한 결론을 찾아 추구하고 있는 과정학문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현대 과학적 입장에서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경솔한 처사가 아닐까.
종교인들은 대부분 확증된 바 없이 막연하나마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따라서 유교신자들은 죽은 조상의 혼령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불공을 드려 생불이 된 자는 죽어서 그 혼령이 극락에 간다고 가르친다. 그뿐만 아니라 기타 무속종교나 대중종교 신자들도 대부분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이들 종교인은 ‘영혼’의 존재에 대한 확증은 없으나 지도자들의 그럴듯한 가르침을 받아 믿고 있거나 공감하는 태도를 취한다.
기독교는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성경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가르친다. 따라서 기독교신자들은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받아 죽은 후에 그 ‘영혼’이 부활해서 천국에 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인간의 ‘영혼’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전연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독교신자들 중에는 ‘영혼’의 실체를 의심하는 경향을 보이는 자들도 있다. 이것이 교회가 세속화되어 타락해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이에 기독교신자들에게는 인간 ‘영혼’의 존재에 대한 성경적인 구체적 확증이 정말 절실히 요구된다.
2. 영혼의 어의
일반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여러 가지 언어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넋’ 또는 ‘음영령(陰影靈)’과 ‘형상령(形像靈)’ 그리고 ‘정혼(精魂)’과 ‘혼령(魂靈)’ 및 ‘영가(靈駕)’와 ‘영각(靈覺)’ 등이 있다(국어대사전 참조). 이 외에도 많은 표현이 있으나 종교적으로 저마다의 특색을 가미해 나타내는 것들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여러 종교적 견해에 따라 각각 다양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그 용어들 자체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혼’의 어의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집약시켜 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영혼’이 구체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상태라서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결국, 인간이 죽은 후에 ‘영혼’은 육체를 떠나서도 실재한다는 불사불멸의 존재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감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그 본질이나 기능에 대한 견해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용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종교가 영혼의 불멸설에 기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영혼’에 대해 각각의 종교적 견해를 따라 특징을 살려 색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무속이나 대중종교가 영혼불멸설에 기초해서 조상숭배나 윤회전생설 등과 같은 서로 다른 교리를 만들어 가르치는 경우 역시 그러하다.
기독교는 인간의 ‘영혼’에 관한 문제를 교리적으로 아주 중요하게 취급한다. 그러나 그 ‘영혼’자체의 언어에 대한 의미를 성경적으로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이로 인해 기독교의 교리적인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도를 넘어 비성경적인 교리를 가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기독교는 ‘영혼’이라는 언어의 의미부터 성경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성경에는 ‘영혼’과 관련된 단어가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구약에는 히브리어 원문으로 ‘네페쉬(v, n<)’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숨 쉬는 존재’ 또는 ‘영혼’, ‘생명’ 등의 뜻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루아흐(j'W r)’라는 단어는 ‘숨’ 또는 ‘바람’, ‘영’ 등의 뜻으로, ‘네샤마(hm;v])’라는 단어는 ‘숨’ 또는 ‘호흡’, ‘호흡하는 것’ 등의 뜻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신약에는 헬라어 원문으로 ‘프뉴마(pneu'ma)’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바람’ 또는 ‘영혼’, ‘영’ 등의 뜻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프쉬케(yuchv)’라는 단어도 있는데, 이는 ‘호흡’ 또는 ‘영혼’, ‘마음’ 등의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하게 이해되고 있는 것들이 뚜렷한 분별이 없이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한글 성경에 표기된 ‘영혼’이라는 단어는 ‘영’과 ‘혼’을 합성한 것으로 보인다. 성경은 인간의 ‘영’과 ‘혼’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언급한다(욥 12:10; 사 57:16; 살전 5:23; 히 4:12). 그러나 때로는 ‘영’과 ‘혼’을 구분하지 않고 혼합해서 언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영혼’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성경적으로 정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번역한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영혼’에 관해 성경적으로 정확하게 정리된 신학적 이해가 무엇보다도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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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용기 원로연구원 (성경신학학술원,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명예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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