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평-교회세습, 무엇이 문제인가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아모스 5:24)
북한은 김씨 일가의 3대 세습(世習)을 통해서 현대사의 진기록을 세웠다. 왕조 세습의 현대판 봉건사회를 재연한 것이다. 대기업은 자녀들에게 총수 자리를 대물림하고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자본 세습이 공식화했다. 이에 뒤질세라 교회도 목사직을 통해서 아들에게 세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교회를 개척한 목사나 정치적인 권력의 남용으로 세습은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정치 세습은 국민들의 인권을 말살하고, 기업의 세습은 경제 정의를 무너뜨린다. 하지만 종교 세습은 하나님을 모독하며 성도들을 기만하고 국민들의 기대를 단숨에 꺾어버리는 총제적인 비리이다. 북한의 세습은 국민의 주권을 찬탈한 것이며, 기업의 자본 세습은 사회 환원의 경제적 순환논리에 위배된다. 교회의 세습은 종교의 본질에 대한 퇴색이며, 성도들의 재산을 사유화하려는 악의적인 행태이다.
혹자들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성경을 인용한다. 목회자는 구약의 제사장과 동등한 직임이기 때문에 세습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구약의 제사장은 가문 전체가 제사장의 자격이 있으며, 대물림은 법률로 정해져 있다. 이는 영원한 대제사장으로 오실 그리스도에 대한 예표이지 현재의 목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베드로는 성도 모두가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는 제사장임을 선언한 바 있다.
목사가 교회를 개척해서 성장시켜 놓았다고 해서 교회의 재산권이 목사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교회는 비영리 단체이며 누구도 재산권을 행사하면 안 되는 종교단체이다. 교회의 주인은 교인도 아니고 목사도 아니다. 오직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이시다. 그렇다면 문제는 재산권인데, 이 부분이 교회 행정상의 난제이다. 교회의 재산에 대해서 누구도 기득권을 행사할 수 없는 묘책은 없는가?
이제라도 교회 재산을 아무도 유용할 수 없도록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개교회의 신앙 양심에 따른 자발적인 운영방식에 있다. 하지만 교회 조직의 편재상 목사에게 기득권이 있기 때문에 목사 개인의 양심만을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목사는 교회 전체를 주도하는 공동의회장과 교회의 재산과 교인을 치리하는 당회장권 그리고 교회의 재정과 운영을 담당하는 제직회장 등의 삼권(三權)을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세습의 빌미가 된다.
성경대로 삼권을 분할해서 각자의 직임과 직무에만 충실하면 될 것이다. 목사는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고, 장로와 권사는 교회의 재산권과 성도들을 보호하는데 주력하며, 집사는 교회의 운영을 전담하면 될 것이다. 진일보하면 교회의 재산을 개인이 유용할 수 없고, 교회의 이상과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원에 공증하거나 재단을 법인화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세습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러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무엇이 성경적인 것인지를 바르게 판단해서 정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의식적인 제도에 의한 형식주의에 만연되어 있으며, 성장주의에 따른 비대한 물질주의에 물들어 있다.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이전에 교회적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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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논설위원장 김승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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