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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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06 07:4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논평_인간의 종교성을 이용한 범죄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사회가 온통 노란 리본으로 가득하고 노란 리본만큼이나 애도의 물결이 거세다. 한참 자라나는 학생들이 희생자의 대부분이어서 사망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죄책이 깊을 수 밖에 없다. 큰 참사인 만큼 그 원인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해경의 책임론이 거세지만 이와 함께 세월호의 선주사인 청해진해운과 이 회사의 실질적인 소유자로 알려진 이가 교주라고 하는 이른바 구원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리고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분노가 깊어가고 있다.

구원파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그동안 있어 왔던 종교를 이용한 범죄 행위들에 대해 되짚어보는 각종 언론의 기사들이 쉽게 눈에 띈다.

1992년 다미선교회라는 집단은 1992년 10월 28일이 종말이라며 휴거가 되서 하늘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었고 세상의 종말을 맞이할 신도들은 교주에게 모든 재산을 다 내놓았다고 한다. 1996년에는 경기도 이천에 이른바 아가농장이라는 농장을 세우고 신도들을 착취해서 일을 시키고 레코드회사까지 세운 교주가 신도들을 죽이고 사체를 유기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교주가 구원을 빌미로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국제크리스찬연합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종교를 사칭해 자신의 물질적 육신적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 범죄 행위는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상존하고 있다. 어쩌면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물질이 넘쳐나는 현대화된 나라, 고도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문명화된 대한민국에서 최근까지, 아니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종교 사건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인들이 들으면 그야말로 말도 되지 않는 논리가 납득이 되고, 그 말도 되지 않는 논리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희생하는 이들의 희생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범죄가 엄존하는 것이 이 사회의 현실이다.

이러한 종교 범죄나 사이비 종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의 나약성과 무능한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두려움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평안을 얻고자 하는 욕구에서 기인한다. 이른바 인간의 종교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종교성을 교묘히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려는 또 다른 인간들의 죄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인간의 종교성이 이러한 종교적 범죄나 사이비 종교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지만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데는 대한민국 종교의 세속화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종교인 기독교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민국의 기독교는 신비주의, 기복주의에 물들어 있다. 신학적 기반이 허술한 한국 기독교가 교회의 대형화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간의 종교심을 이용해서 신비주의와 기복주의에 물듦으로서 종교와 비종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사회 문제가 된 종교적 범죄들과 세속화된 대한민국 기독교의 자화상은 그것이 대한민국 사회의 법 제도에 저촉되는 행위가 있었느냐 아니냐의 차이이지 그것이 종교적 차원을 이미 떠나 있음은 매일반일지도 모를 일이다.

종교는 큰(宗 )가르침(敎)이다. 진리를 가르치고 그로인해 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 바로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참 평화를 얻고, 삶의 사명을 인식하며 담대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신학적 기초가 없는 기독교는 진정한 종교로 정의되기 어렵다. 신학적 기초가 바탕이 되었을 때 비로소 큰 가르침으로서의 종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 현존하는 무수히 많은 사이비 종교들은 무능한 인간 군상들이 황폐해져만 가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며 기댈 곳이 없어 허덕일 때, 마치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인 양 어디에도 근거가 없고, 누가 들어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논리로 그들을 현혹하여 세속적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인간의 종교심에 기대어 교회의 부흥과 대형화에만 힘을 쏟고 있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은 어쩌면 근본적으로는 이들과 크게 다른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한국 기독교의 분위기가 종교와 비종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이른바 사이비 종교와 종교 범죄의 발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 기독교가 신학적으로 진지해지기를 바란다. 성경을 읽고 연구하기를 바란다. 성경 안에 계시된 하나님을 오롯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피조물인 인간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성경을 읽어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성도들에게 진리를 일깨워주는 종교, 성도들에게 일시적인 안식이 아닌 진정한 평안을 줄 수 있는 종교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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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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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_한국 교회는 좀 더 진지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