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11-01-28 16:2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성경신학연구소 겨울특강을 마치고...


2011년 1월 6일부터 8일까지 ‘호크마 하우스’에서 진행된 겨울 특강에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계절마다 사경회가 있어왔지만 이번만큼 기대가 되고 설렜던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체제개혁이 있고 첫 공식 일정이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했는데 사실 그 때만 해도 그에 대해서는 크게 감이 없었고 그저 실력 빵빵하신 ‘쌤’들께 공부하러 간다는 생각에 마냥 부풀었던 거였어요. 신경써야할 다른 모임이나 행사 없이, 펜과 노트를 들고 일정 내내 강의만 듣는다는 게 좋았습니다.

  낭창하고 해맑게 앉아있던 저는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마이크를 잡으신 박용기 소장님(!)의 스트레이트한 말씀에 자세를 고쳐먹었답니다. 대접 받으려는 태도로 오만하게 군적은 없지만 ‘그래도 지방에서 올라오는 손님인데’하는 생각은 있었는데, 평소에 입버릇처럼 외시던 ‘주인 의식’이란 말이 뼛속깊이 와서 박혔던 겁니다. 다른 때 같으면 당연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밥 한 그릇도, 그 출처와 애쓰신 분들의 노고를 알고 나니 어찌나 사무치게 감사하던지요. 참 맛있게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말씀을 이 지면을 빌어 전합니다.

  특강은, 연구위원 강사님들의 위엄에 걸맞게 알차고 재밌고 뜨거웠습니다. 첫째 날은 김규욱 목사님의 ‘모세 오경 연구’, 곽경도 강사님의 ‘과학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영적 전쟁’ 강의가 있었습니다. 김규욱 목사님의 강의는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가차 없이 드러내며 그런 우리를 조건 없이 택하고 사랑해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감동을 주셨고, 곽경도 강사님은 ‘자연주의’라는, 얼핏 들으면 자연 친화적인 그 단어 뒤에 숨어있는 무시무시한 살상과 지배의 논리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삶과 학문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셨습니다.

  첫날 강의가 끝나고 네 명의 동산식구들은 방에 모여 오붓한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저만 빼고 다들 오십대 어른이셨는데, 보통 사회생활을 하는 관계였다면 그런 엄청난 나이 차(!)는 얼굴을 맞대고 한 방을 쓰기에 참 불편하고 객쩍은 것이었겠지요. ‘지체’의 파워를 거기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화두를 던져도 다 ‘하나님’으로 귀결이 되고 또 ‘하나님’ 얘기만 해도 지루한 줄 모르고요. 나이와 직업, 자라온 환경 이 모든 게 달라도 하나로 묶일 수 있는 진한 접점이 있다는 게 성도의 특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박홍기 강사님의 ‘기독교 미학’으로 겨울 특강의 둘째 날을 상큼하게 출발했습니다. 골치 아프고 복잡한 철학적 용어들이 난무하는 미학을, 쉽고 적절한 예를 통해 알기 쉽도록 가르쳐주셨습니다. 김승일 목사님은 ‘기독교 강요’ 3권에 실릴 내용의 주요 논리를 따서 집중 강론해주셨는데, 당대의 지성이었던 칼빈의 고충과 고민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는 성경 신학의 우월함에 기가 질릴 정도였습니다. 박용기 목사님의 ‘요한복음’강의에선 요한복음 자체보다 ‘협력이 아닌 합력’을 힘주어 말씀하신 게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것은 아마 체제개혁의 핵심이겠지요.

  모든 목사님들이 강론을 하실 때마다 체제개혁에 대해 강고한 언급을 하셨습니다.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이 세상을 놀라게 할 이 엄청난 진리를, 우리는 그 동안 ‘좋다, 좋다’만 연발하며 무감각해진 영혼들에게 더 퍼주지 못해 안달이었다고. 그러나 이제는 그들, 태만과 불감증에 빠진 자들이 아닌, 이 말씀이 아니면 허기를 메울 수 없는 갈급한 자들에게 먹여주기 위해 마지막 사력을 다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에 동참할 자들은 -저부터- 정신을 무장하고 ‘제대로’, ‘악착같이’ 공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안이하게 생각해왔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어차피 평생 할 거니까 마음 편히 즐기면서 해야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목사님의 몇 년 전 강론을 들어보니 벌써 그 때부터 ‘이 말씀 왜 주셨냐, 우리 듣고 희희낙락하라고 주신 거 같냐’ 하시더라구요. 깨갱했습니다.

  학교가 세상을 배우는 곳이듯 교회는 하나님을 배우는 곳입니다. 교회의 본질에 가장 궁극적으로 맞닿은 이번 체제개혁을, 이론이 아닌 현실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어서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리 사수’에 그 진정성과 기반을 구축한 체제개혁의 망이 알곡을 추리고 복음을 전파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특강을 갔다 오신 집사님께서 우스갯소리로 ‘공부 안 하면 못 살아 남겠더라’고 하셨는데, 그게 가장 중요하고 또 전부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그리고 누차 드는 생각이지만, 하나님은 정말 당신의 사랑에 차등을 두시는 것 같습니다. 말씀운동을 특히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강하게 듭니다. 그냥 우리끼리 말씀을 듣고 나누는 걸로 끝나게 하셔도 충분히 감사한데, 복음을 전파하는 엄청난 일에 써주시겠다고까지 하시질 않습니까. 그것도, 이게 어디 보통 말씀인가요. 그리고 이번에 뵌 목사님들께서 흰머리도 느시고 주름도 느셔서 마음이 좀 급해지기도 했습니다. 목사님들 계실 때 정말 옴팡지게 공부해야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그런 걸 보니 박용기 목사님이 처음에 강조하셨던 ‘주인 의식’이 정말 제대로 박혔구나 싶더라구요.

  정말 단단하게 정신 무장 잘 하고 온 것 같습니다. 체제개혁의 출발과 함께 첫 선을 보인 이번 겨울특강은, 일회적인 자극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동기유발과 위기의식으로 저의 무딘 영혼을 콕콕 찔러주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일에 훌륭하게 쓰임 받을 수 있도록.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아 (장안중앙교회)

진리를 위해 죽겠다는 사람들의 모임, 말씀운동
자타공인, 말씀운동의 최초 + 최연소 선교사 1호가 떠나며 올리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