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제11차 WCC 총회 주제 분석과 개혁주의 시각에서의 평가
<지난 호에 이어서>
VII. 나가는 말
11차 WCC 총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마지막에 일치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주제해설문과 93개의 워크숍의 주제와 일치선언문을 분석해 볼 때, WCC의 신학의 근본적인 흐름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근본적으로 11차 총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끈다고 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이 역사하는 대상을 교회보다는 세상으로 설정하였다. 이것은 하나님-세상-교회라는 미시오 데이의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에서 화해와 일치를 위해 역사할 때, 교회는 그러한 사역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교회를 화해와 일치로 이끈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주제에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이끄는 것을 강조하나, 일치선언문에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교회를 화해와 일치로 이끌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일치선언문에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주제에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고 하였는데, 마지막 일치선언문에서는 교회의 일치를 중심으로 논의하였으며, 선교에서 교회의 역할을 과거보다는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3차 케이프타운 서약과 비교하여 보면 몇 가지 유사점도 발견된다. 케이프타운 언약은 성경의 권위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조하는 점에서는 WCC의 입장과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WCC는 성경의 권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해서도 포괄주의적인 입장을 취하여 타종교에도 진리의 빛이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케이프타운언약에서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말하기보다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의 통합을 말하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하는 내용들은 WCC가 강조하는 생활과 봉사의 내용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케이프타운은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체험한 사람들의 신앙의 실천으로서 사회적 책임의 구현이 강조되는 반면에서, WCC는 기독교인들과 세상이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동을 받아 화해와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고 하는 점에서 그리스도인의 회심의 결과로서의 신앙의 실천보다는 사회적인 정의와 약자의 보호라는 인간화의 목적을 더 강조하고 있다. 제3차 로잔대회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화해”(고후 5:19)라는 주제로 4,200여 명의 복음주의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복음화라는 남겨진 과업에 대해 숙고하며 친교하고 기도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 케이프타운에서는 하나님, 세상, 교회의 순서를 제시하여 WCC의 미시오 데이의 순서와 동일해졌다. 이러한 점에서 로잔복음운동의 성격이 점차로 WCC의 사회봉사신학과 유사해져 가는 측면은 우려스럽다. 2024년 4월에 한국에서 제4차 로잔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한국의 개혁주의와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복음의 우선성을 살리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결과를 얻어내야 하겠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WCC 11차 총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교회와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끌어가는 측면만을 강조하여 교회의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할 뿐, 교회가 복음을 전파하여 사람들을 하나님과 화해시키고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구원 얻는 측면은 거의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다. 심지어 복음전도에서도 타종교와의 만남과 환대를 위하여 우리의 신앙고백과 한계선을 초월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WCC의 종교다원주의적인 경향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그와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끄는 화해와 일치라는 주제 논의를 위한 93개 워크숍주제들에서 종교 간의 화해와 일치, 사회적인 갈등과 인종적인 갈등의 해결을 통한 화해와 일치가 주를 이루고 죄의 용서를 통한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ICCC는 WCC가 11차 총회에서 경제와 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것은 복음이 아니라 진보적 사회주의(progressive socialism)라고까지 비판하였다. 그러므로 11차 WCC 총회 주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향하여 역사하는 보편적인 측면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죄인인 인간이 구원받아야 할 필요성과 인간 구원을 위한 교회의 복음 선포의 필요성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11차 WCC 총회는 지금까지와 동일하게 교회, 인간, 모든 피조 세계와의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여, 김영한이 10차 부산 총회에 대해 “지구의 생명을 살려내는 데 대한 관심은 생물학적인 생명과 영적인 생명의 구별이 없이 오히려 생물학적 생명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비판했던 바와 같이 영적 생명보다는 현세적인 생명에 더 큰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WCC 총회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에 못지않게 복음전파의 책임에도 관심을 가지는 분명한 방향전환을 하도록 개혁주의 교회들은 지속적으로 비판 작업을 수행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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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은선 (안양대학교 교수 / 교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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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삼의 개혁주의적 문화신학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