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하나님 중심의 신학자, 칼빈_15
칼빈은 두말할 필요 없이 신학자이다. 특히 그는 개혁주의 신학자이다. 그런데 칼빈은 어디에도 오늘날과 같은 정규 신학교에서 공부한 일이 없다. 그야 당시 모든 신학교란 수도원에 신부가 되기 위한 기관이었고, 거기서만 정규 신학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프로테스탄트 신학교는 어디도 없었다. 칼빈은 인문주의 공부와 법학을 하다가 성경과 교부신학에 심취해서 그리고 당시의 앞선 선배들의 신학서를 탐독하고 또한 그의 동지들의 신학서를 통독하여 회심하고 독자적인 개혁주의 신학을 확립했다. 그래서 그는 불후의 명작이요, 신학의 대전인 『기독교 강요』를 저작하고 개혁 신학의 기초를 놓았다. 그 후 그는 제네바 교회 담임 목사가 되고, 제네바 아카데미의 창설자 겸 교수가 되었다. 물론 칼빈 신학의 핵심은 『기독교 강요』에서 찾을 수가 있다. 또 그에 못지않게 그의 신학을 간결하게 요점적으로 정리한 것은 1537년 제네바 교회를 위하여 쓴 신앙 안내 및 신앙고백 (Instruction et Confession de Foy)이다. 이것은 또한 1536년에 출판된 『기독교 강요』 초판본의 요약이기도 하다. 칼빈은 일생 동안 초지일관 한결같이 신학의 변화가 없었고, 끊임없이 「기독교 강요」를 보완하고 보충했지만 최초의 사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개혁신학의 조직자 칼빈
칼빈의 신학 체계는 어디서 왔으며 그의 신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칼빈의 신학 사상의 핵심적 출발은 하나님 사상이다. 달리 말하면 하나님 중심 사상이라고 해도 좋다. 칼빈의 사상의 핵심은 만유와 만사가 하나님에게서 나오고 하나님으로 말미암고 하나님께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칼빈의 사상은 칼빈 자신의 사상 체계가 아니고 그것은 성경의 핵심이다. 신구약 66권의 성경의 핵심은 하나님만이 창조주이시고, 구속주이시며 심판주가 되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하나님 앞에 설 때 비로소 자기의 죄와 연약성을 볼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의 더러움과 한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은 영원에서 영원까지 이를 뿐 아니라 모든 인생과 역사의 구체적 현장에까지 미친다는 것이다. 즉 역사의 배후에 하나님이 계시고 그 역사의 한가운데 주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주권적 의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의 근거가 될 뿐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과 존귀와 찬송을 드리는 것이 만물의 존재 목적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 이는 사도 바울이 말한 대로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영광이 그에게 세세토록 있으리로다. 아멘”(롬 11:36)의 고백과 완전 일치한다. 그래서 칼빈은 이 세상은 타락하고 하나님을 떠난 부패한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오히려 죄와 세상을 정복해야 할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설파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극장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이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선한 것의 유일한 근원이시다. 그래서 우리 인생들은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고 순종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고 존귀를 받도록 모든 통치자들은 전심전력으로 하나님께 드려져야 한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칼빈의 신학과 칼빈주의 사상은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칼빈의 모든 신학 체계나 교리들은 그 중심에 언제나 〈하나님 사상〉 또는 〈하나님 중 심 사상〉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하나님 중심의 신학과 삶은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 적용되어야 한다. 칼빈의 신학의 어떤 체계도 하나님 사상과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인간이 하나님 앞에 설 때야 비로소 인간의 전적 타락과 부패를 고백하게 되고, 인간의 깊은 죄성을 깨달을 때에야 비로소 하나님의 무조건적 선택으로 오는 그 크신 사랑과 경륜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하나님 중심의 신학과 신앙의 눈으로 보면 이 지구상에 모든 인생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구원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까닭에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우리를 특별히 뽑아 구속의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을 생각할 때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 중심의 시각에서 볼 때 하나님의 예정과 선택은 너무 나도 벅찬 감격으로 달아오르게 한다.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한 것은 우리의 어떤 의를 보시고 한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받을만한 아무런 공로가 없어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보혈로 구원해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안 받으려고 아무리 도망 다녀도 당신의 택자는 기어코 구원해 주신다. 이런 것은 항거할 수 없는 은혜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자기의 택한 백성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시며 성화의 과정을 거쳐 구원의 영화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성도의 궁극적 구원이라고 말한다.
칼빈은 만물이 주에게서 나와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 돌아가는 신학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칼빈의 신학 또는 칼빈주의 신학과 칼빈주의 세계관은 하나님 중심한 신학 체계이므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사람은 가슴을 뛰게 하고 감격하게 하며 찬양케 하는 확신의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칼빈의 신학은 하나님 중심의 신학이므로 하나님은 현상 세계를 초월해 계실 뿐 아니라 존귀와 위엄과 권세로 세계와 인류를 다스리신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율법과 그의 엄위로우신 주권으로 이 세상을 다스리시며 섭리하신다. 또한 칼빈의 가슴의 중심에는 하나님을 알아야 인간을 알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을 아는 것이 인간의 삶의 목적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임을 말했다. 칼빈의 신학은 하나님 중심의 신학이다. 바로 이러한 하나님 중심의 신학 체계는 인간의 머리로 상상하거나 철학적 판단으로 세울 수 없다.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칼빈은 말하기를 하나님은 인간의 마음에 〈종교의 씨앗〉 (Semen Religionis) 을 심어 주시고 〈하나님 지식〉를 심어 주었기에 오직 인간이 하나님을 찾을 때만 평안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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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정성구 목사 (총신대학교 명예교수 / 전 총신대학교 총장) |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칼빈_16 |
저술가로서 칼빈_14 |